영국 정부가 민간 개발업체로부터 5억파운드(약 9442억원) 규모의 생태 복원 기금을 신규 조성하기로 했다.
19일(현지시각) 환경식품농촌부(Defra)는 이번 재원을 자연 복원 및 해양 회복 기금으로 활용하고, 내추럴 잉글랜드, 환경청 등 규제 기관의 인력 확충에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총 150만 가구의 신규 주택 건설과 150개 이상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 승인을 신속히 추진하는 동시에, 환경 보전 의무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택 공급 가속화 vs. 국가기금으로 '생태계 파괴 면허' 부여?
이번에 신설되는 기금은 ‘자연 복원 기금(Nature Restoration Fund)’과 ‘해양 회복 기금(Marine Recovery Fund)’이다.
자연 복원 기금은 개별 개발 현장의 영향 평가와 보상 부담을 줄이는 대신, 기업 기여금을 모아 대규모 자연 복원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해양 회복 기금은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으로 발생하는 해양 훼손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로, 주로 해양 보호구역 내 보전 활동에 활용된다.
정부는 두 기금 투자를 통해 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주택·인프라 공급 속도를 높이고 규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를 국가 기금으로 대체하는 것은 곧 개발업체에 ‘생태계 파괴 면허’를 주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보호청(OEP)은 특히 새로 도입되는 ‘환경 성과계획’이 구체적인 보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전반적 개선’이라는 모호한 원칙만 두고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환경 정책 싱크탱크 그린얼라이언스(Green Alliance) 루스 체임버스 선임연구원은 “효율을 명분으로 규제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고, 국제 환경 NGO 지구의벗(Friends of the Earth) 시에나 소머스 담당자 역시 “자연을 장애물이 아닌 출발점으로 삼아야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생물다양성 순증가 규제 통해 자연보호 활동 가속화
이번 기금 논의는 영국 정부의 계획 제도 개혁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총 29개 개혁안을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단일 디지털 계획 포털 구축 ▲저위험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 인허가 간소화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와 같은 단체에 보전사업 자율성 확대 등 9개를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이 중 최대 핵심 쟁점은 2024년 도입된 ‘생물다양성 순증가(Biodiversity Net Gain, BNG)’ 규제다. 개발업체는 사업 수행 이전보다 최소 10% 이상의 생물다양성을 확보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현장 내 복원을 해야 한다. 다만 경우에 따라 외부 복원 사업을 지원하는 크레딧 구매로 대체할 수 있으며, 현재 전체 주택 신청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소규모 부지에는 규제 완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제도를 통해 첫해에는 현장 외 609헥타르, 현장 내 93헥타르의 복원 성과를 보고했으며, 연간 5400헥타르 이상의 복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외 적용이 사실상 확대될 경우, 제도 실효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식품농촌부는 이에 대해 “BNG는 세계를 선도하는 정책으로 이미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더 많은 개발업자가 초기 단계부터 생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현장 내 자연 보호 활동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BNG는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하는 고품질 자연 친화적 인프라 개발을 위한 제도”라며, “개발업자와 자연 모두가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제를 효율적으로 시행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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