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완성차 업계가 유럽연합(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목표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정책 조정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각)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와 유럽자동차부품협회(CLEPA)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2030년과 2035년 CO₂ 감축 목표가 산업·지정학적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규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미 2030년까지 2500억유로(약 404조7000억원) 이상을 전기차 전환에 투자하고 수백 종의 신모델을 출시했지만, 아시아 공급망 의존과 높은 제조원가, 미국 관세 부담 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자동차 업계 “벌칙보다 일관된 지원책 필요”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제로 배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차 CO₂ 배출량을 2021년 대비 자동차는 55%, 밴은 50% 줄여야 하고,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업계는 지정학적·경제적 여건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CEA와 CLEPA는 서한에서, 배터리 공급망의 아시아 의존도,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시장 지배력, 고비용 제조원가, 전력 환경, 미국의 고율 관세 등이 겹치며 유럽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올해 3월 업계 요구를 일부 수용해 당초 2025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감축 목표를 3년 유예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 정도 조정으로는 부족하다며,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 대신 충전 비용 인하, 구매 보조금, 세제 감면 등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기차(EV)에만 의존하기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레인지 익스텐더, 고효율 내연기관, 수소, 저탄소 연료 등 다양한 기술을 인정하는 ‘기술 중립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EU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자동차 15%, 밴 9%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 같은 수치가 급격한 전환의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환경단체는 업계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벨기에 녹색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사라 마튀는 “규제를 약화시키는 것은 전기차 시장을 중국에 내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EU, 전방위 완화로 가나?… “정책 조정 위한 마지막 기회”

EU 집행위와 자동차 업계는 오는 9월 12일 브뤼셀에서 전략 대화를 열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자리를 현실에 맞는 정책 조정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규정했다.

EU는 독일 정부 요구에 따라 내연기관 판매 규제에 일부 예외를 허용한 바 있다. 당초 2035년부터 모든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었으나, 독일이 합성연료(e-fuel)를 활용하면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반발하자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 연료 전용 내연기관 차량은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업계가 요구하는 완화 범위는 이보다 훨씬 넓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효율 내연기관, 수소, 저탄소 연료까지 모두 전환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EU가 독일 사례처럼 한정적 예외를 넘어 전방위 규제 완화로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EU 집행위는 이번 주 안에 미국산 공산품 관세 철폐를 골자로 한 입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에 매기는 관세를 현행 27.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다.

EU 소식통에 따르면 집행위는 지난 21일 발표된 EU-미국 무역합의 공동성명 1항을 이행하기 위해 이달 안에 입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르면 이번 주 내 초안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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