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시 태스크포스(TNFD)가 기업의 자연 공시를 뒷받침할 데이터 인프라 구축 청사진을 내놨다.
6일(현지시각) TNFD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자연 관련 데이터 가치사슬 업그레이드를 위한 8개 권고안과 자연데이터공공시설(NDPF, Nature Data Public Facility) 청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TNFD가 말하는 ‘자연데이터’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위성·센서·현장조사를 통해 파악한 생태계·토양·수자원·생물다양성 등 ‘자연 상태(state of nature)’ 데이터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자사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보고하는 운영 데이터다.
문제는 이 두 데이터가 서로 단절돼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물 사용량이나 배출량 등 자체 데이터를 관리하지만, 그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수자원 고갈 정도나 생태계 훼손 수준은 파악하기 어렵다. TNFD는 이런 구조적 단절이 기업의 리스크 평가와 목표 설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TNFD에 따르면 현재 730개 이상 기관이 자연 공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은 22조달러(약 3경2000조원)를 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자연 관련 지표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은 낮다. 특히 생태계 상태 측정이나 종 멸종 위험 평가처럼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한 영역은 기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으로 꼽혔다.
데이터 표준화부터 공공 인프라까지…8개 권고안 핵심
TNFD의 권고안은 데이터 품질 개선과 접근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전 세계에 흩어진 자연 데이터를 새로 수집하기보다 연결(connect)하고, 서로 다른 형식과 단위를 표준화해 활용 가능한 공공 인프라로 만드는 것이다.
먼저 TNFD는 '자연 데이터 원칙'을 도입해 데이터 수집기관과 통합업체 전반에 표준화된 메타데이터 제공을 의무화하도록 제안했다. 현재는 위성·연구기관·국가별 플랫폼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태계, 토양, 수자원, 생물다양성 정보를 관리하고 있어 기업들이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도 비교·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이터의 사용권과 접근 조건을 통일하기 위한 라이선스·사용계약 표준화도 권고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NDPF 설립이다. NDPF는 각 기관이 보유한 자연 상태 데이터를 하나의 디지털 허브로 연결해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한곳에서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TNFD는 이 시설이 자연 영향 평가(LEAP), 목표 설정(SBTN), 전환계획, 공시 등 기업의 핵심 활용 단계 전체를 지원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용 구조는 차등 접속권 모델이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에는 이용료를 부과하되, 직원 50명 미만·연 매출 200만달러(약 30억원) 이하 중소기업에는 무료로 제공한다. 수익 일부는 데이터 제공기관에 대가로 지급되고, 잉여금은 '자연데이터신탁(Nature Data Trust)'을 통해 추가 데이터 수집과 품질 개선에 재투자된다.
TNFD는 이 밖에 ▲기업이 자체 수집한 자연 상태 데이터를 NDPF에 공유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자연 영향·의존도를 공통 기준으로 측정할 과학 기반 표준 개발 ▲기업 간 데이터 공유를 위한 디지털 프로토콜 구축 등을 함께 제시했다.
이번 권고안은 단순한 데이터 관리 개선을 넘어, 기업의 ESG 공시비용과 리스크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TNFD의 데이터 표준화 모델은 ISSB·CSRD 등 국제 공시제도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며, ESG 데이터 관리가 단순한 공시 보조 업무를 넘어 재무 의사결정의 핵심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자본 배분 결정 좌우"
TNFD는 자연 데이터를 '전략적 공공재'로 규정하며 데이터 품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TNFD 공동의장이자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레피니티브 창업자인 데이비드 크레이그는 "자연 평가와 보고가 본격화되고 고품질 데이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자연 상태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큰 문제"라며 "데이터 수집자들은 더 많은 자금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글로벌 공유지 메커니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브라질 지도 플랫폼 맵바이오마스의 타소 아제베도 총괄은 "기후변화 대응과 자연 손실 저지를 위한 효과적 행동에는 민간 부문 동원이 필수이며, 고품질 데이터는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와 자본 배분 의사결정의 생명줄"이라고 평가했다.
TNFD는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전 세계 40개 이상 데이터 제공업체의 100개 이상 자연 상태 데이터셋을 평가하고, 25개 기업과 금융기관이 샌드박스에서 데이터 접근성을 시험한 결과를 이번 권고안에 반영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지구관측그룹(GEO), 글로벌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 등 주요 데이터 제공 기관들은 NDPF 지원 의사를 밝혔다.
앵글로아메리칸의 헤더 드퀸시 생물다양성 책임자는 "공유된 표준과 데이터 카탈로그는 비교 가능성과 품질, 혁신을 지원한다"며 "표준에 부합하는 프레임워크는 조직이 자연 의존도와 영향을 더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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