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는 그저 ‘잘’해야 될 것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의무가 되고 있다. 작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정경제 3법 등 관련 법안까지 만들어지면서 기업의 준법 경영과 ESG의 공통 분모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간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이 규제로만 작용했다면, 이제 투자자들도 이를 리스크로 식별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자본시장의 법칙이 바뀌어 가는 중이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법무법인도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뜻과 실력을 모아 세운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해 12월 ESG연구소를 설립해 법률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자본시장의 영역으로만 생각하던 ESG에 로펌이 등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출신으로 30년 넘게 환경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이민호 연구소장은 “법률 리스크로 분류됐던 사건들은 이제 ESG 리스크로 취급받고 있다”며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법률로 규제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선제적 대응을 돕기 위해 ESG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Q. 각 계 전문 변호사를 내세우며 ESG 연구소를 설립했다. 최근엔 글로벌 컨설팅기업 ERM과 MOU를 맺는 등 활발히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율촌이 제공할 수 있는 ESG 솔루션은 무엇인가?
ESG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변화부터 살펴봐야 한다. 정말 최근까지도 기업들은 ESG를 규제와 관련된 이슈로만 받아들였다. 관련 법령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할 과징금이나 소송에 대비하는 정도에 그쳤다. 규제에 대응하는 수동적 입장이었다면, 이제 투자자의 관심으로 확대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환경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ESG 경영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ESG를 전사적 목표로 도입하다보니, ESG 리스크가 군데군데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예전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법률적 자문이 필요한 영역도 덩달아 넓어지게 됐다.
율촌은 탄소배출, RE100, 녹색금융 등 환경, 공정거래, 소비자보호, 중대재해 등 사회, 지배구조 개편, 부패방지, 관계사 부실 위험 등 지배구조 분야에서 이미 국내외 수십 개 기업들에 대한 ESG 규제 리스크 관련 자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협업을 강조하는 율촌만의 문화가 종합적인 자문을 제공해주는 원동력이라 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ERM과의 MOU를 맺으면서는 전략부터 법적 대응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과 같은 신규 사업에 대해 문의한다면, 전반적인 전략에서부터 ESG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무까지 자문해준다.
Q. 예전엔 준법 경영에 해당하는 것들이 최근엔 ESG 경영으로 포장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환경 관련 규제를 어겼더라도 예전에는 ESG 리스크로 해석하진 않았다. 준법 경영과 ESG 경영의 차이점은?
준법 경영은 감점이 없는 경영이고 ESG 경영은 가점을 받는 경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미 기준점은 준법을 뛰어넘는, ESG라는 높은 이상에 맞춰져 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기 때문에 준법 경영만 해서는 감점을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율촌에서 진행한 ESG 웨비나에 5000명이 몰린 것도 규칙이 바뀐 걸 체감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찾아와서 세미나를 부탁하는 기업도 많아서 로펌으로선 비상사태다.(웃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큰 법만 눈에 띄지 환경에서도 지켜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규제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만큼 강조되고 있는 게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할 수도 있지만, 결국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지면서 법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왔다고 볼 수 있겠다.
규제냐 자율적 대응이냐, 전 세계적으로 층위를 높여서 보면 오히려 규제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본다. 타 국가에서 규제로까지 ESG와 관련된 영역을 꼭 지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따라가지 못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는 것과 같다.
Q. 국내에 ESG가 안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키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연기금, 정부 모두 기업을 바꾸기 위해서 ESG라는 흐름을 가지고 왔다고 본다. 주 플레이어인 기업을 바뀌게 해야,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업들 간에도, 기업 내부에서도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일단 산업별로 ESG 중 관심 분야가 다 다르고, ESG 각 영역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 다르다. 방점을 둬야하는 분야가 다를 순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ESG를 고루고루 잘하는 인상을 주기 위해 점수 잘 받기 위해서만 몰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내부적으로는 경영진과 실행단의 인식 차가 있다. 찾아가는 세미나를 하면 직접 고위 경영단이 참여해 듣는 기업이 있고, 팀장, 부장 등 실행단에서만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정말 관심과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실행단급만 참여하면 ESG 평가 등급을 잘 받을 수 있는, 기술적인 면을 질문하신다. 당장이 급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해선 궁극적인 목표인 체질 개선에 이를 수 없다. 또 CEO는 ESG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실행단에선 인식의 격차가 있는 곳도 있다.
인식의 차도 올해 4월 기후정상회의, 5월 P4G, 11월 COP26 등을 거치면서 조금씩 해소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에선 파리협약에서 맞추지 못한 마지막 조각인 ‘시장 매커니즘’ 합의가 남아있다. 국제적인 탄소 시장이 열리면 파리협정의 집행이 제대로 시작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ESG에 속도를 내야하는 또 하나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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