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의 보고서에 따르면, 6월까지 발행된 녹색채권은 약 1968억달러(222조원),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된 937억달러(105조원)의 두 배에 달한다. 한국의 녹색채권 시장 또한 성장세다. 지난 5월 기준 국내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105억달러(11조원), 아시아에선 중국(192억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2월 발행된 종목만 27개, 상장잔액은 3조180억원이나 늘어 99.6%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올 2월 “최고의 스페셜리스트가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ESG 채권 인증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두 달만에 롯데렌탈, SK건설 등 굵직한 대기업과 인증에 나섰다. 

한국기업평가 조헌성 ESG센터장은 “ESG 채권 인증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라며 “에너지, 인프라 등 사업평가에 독보적인 전문성을 보유한만큼,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Q. 한국기업평가가 ESG 인증 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신용평가사로서 기존의 일반 회사채, 기업에 대한 신용도를 평가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채권과 가깝다. 국내에서 ESG 채권 시장은 계속 커지는데 기존 시장은 회계법인 중심으로 검증(Verification)에 국한됐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신용평가사이기 때문에 검증을 넘어 인증(Assessment)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좀 더 신뢰성 있고 전문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현재 상태에 대한 평가를 '신용평가'라고 한다면, ESG 채권은 미래의 영향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녹색에 맞는 프로젝트인지 적격성 평가가 중요하고, 프로젝트가 어떤 영향을 냈는지, 자금은 적합하게 쓰였는지 사후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자금 관리 체계만 보고 ‘ICMA 기준에 부합하였음’ 한 문장의 검증으론 끝나선 안 되는 부분이다. 

Q. 한기평의 ESG 채권 평가 특징은 무엇인가?

프로젝트 적격성과 사후관리를 중시한다. 한기평은 채권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사후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인증 평가방법론의 주요 평가요소로 사후보고를 보고, 20%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경쟁사보다도 사후관리를 중요시 여긴다. 오랜 사업성 평가 노하우로 프로젝트의 영향을 계량화시킬 수 있는 역량도 가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량 등 실제 효과를 수치화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ESG 채권의 핵심인 사후평가에서 능력을 인증받아, 기존에 검증을 받았던 기업인데도 우리에게 다시 사후평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젝트 평가부터 사후평가까지, 워치독(Watch dog)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채권 시장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평가절차에 발행사의 ESG 내재화 수준도 반영한다. 반환경적인 기업, 반사회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 환경, 사회의 긍정적인 프로젝트만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ESG 채권의 본래 목적을 반하는 것이라고 본다. 발행 목적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해석해 발행사의 제도나 ESG 경영방침, ESG 이슈 대응 정도도 등급 평가요소에 녹였다.

Q. 1,2월 두 달만에 상장잔액이 99%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에 맞먹는다. 국내에서도 ESG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은 무엇인가?

봇물이 터졌다고 표현하고 싶다. 국가적으로든, 전 세계적으로든 환경에 대한 이슈는 많았다. 지금이 변곡점이 돼서 시장에 응축된 에너지가 일시에 폭발한 것이 아닐까. 올해 인증을 요청한 기업만 해도 50건이 넘는다. 올해 연말까지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SG 채권 발행이 줄을 지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건 낮은 금리다. 다만, 실증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발행 러시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일반 회사채에서도 인기가 많은 기업들이 ESG 채권에서도 인기가 많다.

오히려 수요가 받혀주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가 될 것 같다. 최근 국민연금이 국내 채권에도 ESG 평가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고,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ESG 실적을 보겠다고 한 점도 ESG 채권 수요를 높였다. 위탁운용사들은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ESG 채권 구입 의사가 높아진 것이다. 국민연금 뿐 아니라 일반 연기금, 사모펀드에서도 구매 수요가 높다. 투자자도 평판을 챙기는 수단으로 ESG 채권을 구매하려 한다.

Q. ESG 채권 발행 수요가 높아진 것 외에 기업에게 또다른 베네핏(benefit)이 있는가? 

기업에 높은 평판 이점을 주기도 한다. 평소 3대 1정도 하던 경쟁률이 ESG 채권이면 10대 1까지도 높아지는 등 일반 채권에서는 수요가 없었는데 ESG 채권 발행엔 어마어마하게 줄을 선 사례도 있었다. 녹색이라는, 사회적이라는 홍보 효과도 상당히 존재한다. 이러다 보니 ESG 경영에 관심 있는 CFO들도 채권 발행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장 발행을 하지 않는 기업들도 우리에게 문의를 하곤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ESG 채권이 기본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은 일반 채권, ESG 채권으로 나눠지지만, 후에는 ESG 채권과 나쁜 채권으로 구분되어지지 않을까. 사회적, 환경적 책임울 지는 기업이 훨씬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Q. 녹색 프로젝트, 사회적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의문이 드는 프로젝트도 몇 있다. 인증시 EU 택소노미도 참고한다고 알고 있는데, 누구보다 K-택소노미에 주목하고 계실 것 같다.

택소노미가 어떻게 완성될지 발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허들을 높게 두고 있는 편이다. 녹색 프로젝트 구분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강도에 따라서는 애매한 지점이 있다. 예를 들면 EU 택소노미 기준 등에 따라서는 녹색 프로젝트로 분류됐는데, K-택소노미에 의해선 녹색으로 판정받지 않을 프로젝트가 생기진 않을까 우려가 있다. 택소노미 발표와 함께 적용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금융 섹터에서 택소노미를 봤을 때, 택소노미가 일종의 동기부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회적 후생 수준을 올리기 위해선 무엇이 완전 녹색인지도 중요하지만 녹색으로 가기 위한 과정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비녹색이란 낙인을 찍으면 오히려 전환에 대한 의지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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