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후 7년이 지났다. 탄소 감축이 전 세계적인 의제로 떠오르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부도 공공연히 탄소 감축의 핵심적인 수단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언급하고 있는 등 위상도 높아졌다.

NAMU EnR 김태선 대표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14년 전부터 연구해왔다. 국내에 몇 없는 탄소배출권 전문가다. 증권맨 출신인 김 대표가 현대선물 재직 시절 접한 탄소배출권 시장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에너지를 포함한 탄소배출권 및 환경분야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탄소배출권시장·전력시장·화석연료시장·신재생에너지시장 리서치 전문기관을 세웠다.

한발 앞서간 연구는 15년 뒤인 2015년 국내에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될 당시 빛을 봤다. 김 대표는 연구용역으로 직·간접적으로 국내 배출권 거래제 설계에 참여했다. 설계 초기부터 참여한 배출권 거래제에 누구보다 애정이 깊은 그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태선 대표는 “시장이 개설된지는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초기단계”라며 “이제 정부도 노파심을 거두어도 될 시기”라고 지적했다.

 

Q. 도입된 지 7년이 된 배출권 거래제. 시장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7년 차 운영 결과를 보면 시장은 상당히 공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민간 시장에 비해 시장 성숙도는 낮다. 지금쯤 됐으면 시장이 청년기 정도는 돌입했어야 하는데 아직 초기단계다. 최근 최저가격제 조치를 두 번이나 발동하는 등 시장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선 개선돼야 할 점이 분명하다.

최저거래가격 제도 같은 경우 배출권 거래제의 룰을 깨버렸다고 평할 수 있다.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시장에 물량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라면 정부가 남아도는 물량을 사서 소각할 줄 알았다. 경매를 통한 수익금도 5000억원 상당이기에 물량 조절을 통해 1만5000원대로 가격을 유지할 줄 알았지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가격이 하락하는 걸 두고 보고만 있었다. 초기에 제도를 설계할 때 들어간 시장안정화 조치는 가격 하락을 두고 보는 게 아닌, 가격을 유지하는 적극적 개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개입 때문에 배출권 시장은 투기장 성격이 짙어졌다.

가격이 밀리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도 하나도 안 됐다. 이번에 최저가격제도가 발동한 이유도 코로나19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발전사들의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량이 줄고, 이월 제한 조치로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4만9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가격이 쭉 밀렸다. 이런 급격한 가격 변동에도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었다.

꾸준히 얘기하고 있지만 파생상품 도입으로 이런 리스크를 막아야 한다. 선물 도입으로 리스크를 헷징(Hedging)해야 한다. 결국 배출권도 재고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선물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리스크도 막고, 자연스럽게 가격 발견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선물 도입을 두려워하는 업체도 많은데, NAMU EnR은 여기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준비해놨다. 

리스크 헷징 외에도, 시장이 안정돼야지 기업들이 배출권 거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지금 기업에게 배출권 부채가 부담이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배출권이 비싸서라기보다는 시장이 불안정해 계획 세우기가 어려운 게 더 문제다. 가격이 안정되면 부채 규모를 고려해 설비 등 탄소 감축 계획을 보강할 수도 있고, 남는 배출권을 최소 얼마에 팔지 등 내부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시장에서는 계획을 기대할 수 없다.

 

Q. 전 세계적으로 탄소 가격을 고정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고정된 탄소가격, 말은 쉬우나 현실은 녹록치않다. 솔직히 국내 탄소 가격은 EU 등에 비해 저렴한 편이긴 하다. 다만 지금 국내 배출권 가격과 EU 가격을 맞추자고 한다면 우리가 손해볼 게 너무 많다. EU는 이미 재생에너지,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 전환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제조업 중심인 한국에서 유럽처럼 6~7만원 가자고 하면 산업이 다 무너진다.

개인적으로 탄소 감축이라는 배출권 거래제의 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5만원 정도까지는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출권 거래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수준을 고려해 이론 가격을 도출하면, 적정 가격은 2만5000원에서 2만8000원 선이다. 

탄소세 도입 등으로 고정가격을 만들 순 있겠지만, 그것보다 배출권 거래제를 보완해 적정 탄소가격을 자연스럽게 찾아가게 하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일단 탄소세가 도입되면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의 이중 부담을 줄이는 방안 등 제도만 더 복잡해질 것이다. 제3자 참여 확대와 파생상품 도입 시기를 2023년보다 빠르게 앞당겨 민간에게 시장을 개방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

더불어 장내거래 시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 등으로 장외거래보다 장내거래 비중을 늘려야 한다. 가격 협상이 가능한 장외거래에선 종가보다 훨씬 저렴한 값으로 거래되곤 한다. 장외거래가 줄어야지만 가격이 안정된다. 

 

Q. 배출권 거래와 관련해 기업에게 팁을 주신다면?

‘Simple is the best’란 답변을 주고 싶다. 올해 120톤이 모자란다면 12개월로 나눠서 매달 10톤씩 사는 것이다. 나눠서 구매하면 결국 시장 평균 가격으로 구매하게 된다. 1년 내내 배출권을 신경 쓰기 어렵다면 상반기에만, 하반기에만 구매하는 식으로 기간을 나눠도 된다. 방학숙제 처리하듯 단번에 구매하지 말란 얘기다.

시장 소문에 휩쓸리지 말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최근 배출권이 소멸된다, 가격이 0원이 된다라는 얘기도 돌았다. 여러 법적 조치들로 인해서 0원이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소문이 돌면 이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꼭 있다. 시장이 워낙 좁고 정보 투명성이 떨어져 소문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많아지면 이런 부작용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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