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슈퍼 사이클 진입하나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10년 만에 원자재 시장이 새로운 슈퍼사이클(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항만과 도로, 고속도로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슈퍼사이클”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구리 가격은 지난달 11일 1만55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구리의 몸값이 상승한 배경은 탈탄소, 각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펴면서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엔 구리가 필수다. 해상풍력의 경우 MW당 10.5톤, 태양광은 MW당 5.5톤의 구리가 필요하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보다 4~10배 이상의 구리가 필요하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제작에 필수적인 음극재 원료가 구리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운행하기 위한 충전기에도 구리 배선이 사용된다.

국제 에너지기구는 ‘넷제로로 가는 길’ 보고서에서 “구리 수요가 향후 2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 성장에 따라 구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2000년대와 비견되는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인플레이션의 위험까지 안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탈탄소 기조에 접어들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국가인 한국에서 원자재 슈퍼사이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경기회복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국제 원자재가가 상승하면 수입 중간재 가격 상승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린다.

더불어 유가 상승도 예견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탈탄소 전략으로 최근 유가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 역할은 미국 셰일업체들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가 주도하고 있다. 딜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석유 수요가 줄자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석유량을 축소했다. 이 같은 조치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교통비, 난방비, 전기요금,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제품 가격, 항공요금 상승 등으로 연결돼 물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탈탄소 정책이 원자재 가격 치솟게 한다

중국의 탈탄소 정책 또한 원자재 슈퍼사이클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철강 생산감축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는 철강 수요 증대와 맞물려 사상 최고 수준의 철강 가격을 기록했다. 미국 열연강판의 전년동기 대비 가격 상승률은 216%, EU는 199%에 달하면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올해 1월 이후 전국 369개 공공 공사 현장에서 철근이 없어 평균 공기가 40일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값싼 석탄화력으로 지금껏 구리와 철강의 생산과 수출을 지배할 수 있었고, 이런 흐름은 세계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데도 도움을 줬다. 하지만 탈탄소 정책 앞에 생산량 감소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원자재 값을 상승시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중국 생태환경부는 금속, 시멘트, 석유화학, 발전, 철강 등 탄소집약적 산업에 탄소 배출량 평가를 포함하는 규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철강협회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23억6000만톤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맥쿼리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분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만약 중국 정부가 국내 생산량을 너무 빨리 감축한다면, 상품 가격은 더욱 높아져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생산국에서 규제 정책을 펼치자, 중국에 원자재를 의존하던 세계 경제가 휘청이게 된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 탄소중립,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데, 경제 성장과 탄소중립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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