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구소는 12일 “ESG 관련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의 필요성” 보고서를 발간해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에서 주주제안이 활용되지 않는 이유와 보완 방법을 논했다.
상법 제363조2 제1항에 따르면, 주주는 주주제안을 통해 주주총회에 일정한 안건을 주총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주주제안 제도는 본래 주주와 경영자간의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경영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 및 적극적 주주활동을 보장하는 취지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주주 제안은 블랙록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주주행위로 기업의 ESG에 영향을 주듯, 소수주주(소액주주)를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투자자도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유럽 주요 국가나 미국에서는 정유회사, 공항사, 발전사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기후변화에 대한 주주제안이 활발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주주제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판단이다. 연구소는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주주의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를 분석했는데 "2020년과 2021년의 분석 대상 기업의 전체 주총 안건 대비 주주제안 안건 비율은 0.6~0.7% 밖에 없었다"라는 점을 짚었다. 주주제안 안건을 살펴보면 2017~2019년까지 임원 선임, 배당 결정, 정관 변경, 임원 해임 순으로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안건이 대부분이었다.
주주제안이 국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개혁연구소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주주제안 안건은 법에서 정하지 않았으나 국내에서는 상법과 정관이 정한 주총 결의사항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주총 결의사안이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합병과 같은 지배구조와 긴밀히 연관된 사안이 많고 주주제안은 지배권 다툼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기업은 실행하도록 법적 규제를 받기 때문에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주주제안을 달가워하지 않고 이를 막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주주제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제약으로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분율 요건을 꼽았다. 상장회사 주주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3%를 소유하거나 6개월간 1%를 소유하면 주주 제안을 할 수 있고, 1000억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와 금융회사는 지분 요건이 각각 0.5%와 0.1%로 요건이 완화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분 요건이 완화되도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인 상장회사에서 주주가 6개월간 5억 원 이상의 주식을 소유해야 주주제안을 할 수 있으므로 소수주주가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주주제안을 활용하기 위해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다. 권고적 주주제안이란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의안이 주총에서 결의요건을 충족해서 통과되더라도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거나 경영진에게 구속력이 발생하지 않는 형태의 주주제안을 의미한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미국 연방행정규칙 (17 CFR §240.14a-8)에서 정한 주주제안이 대표적인 형태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행정규칙에 따르면 주주제안은 “주주가 회사 또는 경영진에게 어떤 행동이나 결정을 권고하거나 요청하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우리나라 주주제안은 1997년 구 증권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는데, '주주가 자신의 의사를 주주총회에서 관철하거나 다른 주주들에게 뜻을 호소함으로써 경영진의 주의를 환기하는 제도적 장치'이고 이는 권고적 주주제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권고적 주주제안의 장점으로 경영진이 주주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이사의 권한과 재량을 최대한 보장하기 때문에 지배주주나 경영진으로서도 주주제안 시도를 적극적으로 저지할 유인은 없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기 위해 주주제안 지분율 요건을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 지분율 요건이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보다 더 높지는 않다. 다만 미국은 주식을 2000달러를 3년 이상 보유하거나 1만5000달러를 2년 이상과 같이, 시기와 기한에 선택지를 넓혔다. 일본은 총 자본의 20분의 1 이상 또는 300개 이상 의결권을 6개월 이상 보유할 것으로 정했다. 한국도 지분율 요건을 더욱 세밀한 선택지를 도입해 주주 참여를 높이자는 것이다.
물론, 권고적 주주제한의 한계도 존재한다. 구속력이 없어서 경영진과 지배주주가 굳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를 위해 주주제안을 규정한 상법 363조에 “주주제안을 반드시 결의할 것”과 “결의를 이행하지 않기로 한 경우에는 결정한 날로부터 2주 내에 사유를 주주에게 통지할 것”을 추가하도록 제안했다. 연구소는 경영진이 주주제안을 무마시키기 위해 이와 연관된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할 경우에 5영업일 이내에 주주제안을 수정해 제안할 권리를 개정안에 넣자고 덧붙였다.
미국은 주주제안과 관련해 갈등이 발생하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조치의견서(No-action Requests)’를 운영한다. 이는 회사가 주주제안을 거부할 때 SEC에 사유를 통보하고 주주는 사유를 확인한 후 제안을 수정 수 있는 제도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국내에도 이를 도입해 주주제안 거부로 인한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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