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워런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등에서 차등의결권이 없었다면, 올해 주주총회에서 훨씬 더 많은 ESG 주주결의안이 통과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난 5일 나왔다.
모닝스타의 ‘2021 위임 투표(proxy voting)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E)과 사회(S) 관련 주주결의안 19건이 사실상 차등의결권 때문에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했으며, 만약 경영진 및 회사의 의결권 방어조치가 없었을 경우 안건이 통과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차등의결권 제도란 ‘1주당 1의결권’ 규제에서 벗어나 창업주(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에게 소유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는 수단이다.

모닝스타는 E와 S 관련 주주제안과 찬성률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차등의결권 부분을 조정해 지지율을 재조정해봤다. 그 결과, 차등의결권은 소액주주를 침묵시키는 한편 창업자와 경영진에게 수퍼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ESG 주주제안을 부결시키는 용도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버크셔 해서웨이는 대주주 워렌 버핏이 39%의 클래스A 주식을 보유 중인데, 그의 주식은 클래스B 주식보다 1만배 더 많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기후 리스크를 공시하고, 다양성 및 포용성을 보고하라”는 2건의 주주제안을 27%, 28%로 각각 부결시켰는데, 차등의결권이 없었다면 이는 52%, 51%로 과반수를 넘겼을 것이라는 게 모닝스타의 분석이다.
또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타이슨푸드의 경우, 차등의결권이 없었다면 ‘기업 로비’와 ‘인권 실사’ 안건이 각각 79%와 78%로 통과됐을 것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에서도 아동 착취물 관련 주주 제안은 17%로 부결됐지만, 비율을 조정할 경우 56%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온다.
모닝스타는 “DE&I, 인권 등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주주 결의안이 기업 내부의 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ESG 행동주의 투자자인 애즈유소우(As You Sow) 앤드류 베하 대표는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경영진이 지배구조를 쥐고 있어서, 상장기업이지만 사실상 '공적으로 거래되는 사기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체 171건 중 E와 S 분야 주주결의안 36건 통과

한편, 지난 1년간 제출된 171건의 주주결의안에 대한 평균 찬성률은 34%로, 전년 대비 5%p 상승했다. 전년의 주주제안 건수가 220건이었는데, 수치로만 보면 더 줄었다. 이에 대해 모닝스타는 “도널드 트럼프 시절 SEC(미 증권거래위원회)에서 도입한 장애물 때문에 주주들이 기후 관련한 주주제안을 갖고 오기 더 어려워졌다”며 “ESG 정책에 대한 주주들의 찬성률이 점점 더 높아짐에 따라, 기업 경영진 또한 정책 변화와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E와 S분야 주주결의안은 총 36건이 다수의 지지를 받아 통과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4%로 늘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후 관련한 주주결의안 14건이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았으며, 26건의 평균 지지율은 51%까지 높아졌다.
34건의 ‘DE&I(다양성, 포용성, 형평성)’ 결의안은 평균 지지율 43%로, 이중 9건이 통과했다. 모닝스타는 이에 대해 “블랙록과 뱅가드가 ‘다양성’ 관련 주주결의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체 지지율 상승을 이끈 요인”이라고 밝혔다.

등기임원 보수 관련 주주결의안 찬성률 4년간 하락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미국 내 불평등이 악화됨에 따라, 주식시장의 상승에 따른 임원의 보수가 과도하게 높아진 것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S&P500 기업의 CEO 보수와 관련한 주주결의안은 88.3%로,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세이온페이(say-on-pay)’ 규정에 따라, 주주들이 등기임원에 대한 보상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심의하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한해 주총에서 17곳의 기업이 임원 보수와 관련해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모닝스타는 “지난 4년 동안 임원들의 보수 패키지 안건에 관한 찬성은 하락세를 계속했으며, 지난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후변화에 관한 주주 제안은 블랙록, SSGA, 뱅가드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지지를 받아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

2022년에는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주주제안 등장할 것
한편, 주주결의안을 가장 많이 제출한 투자자들은 BNP파리바와 아문디자산운용 등 16곳의 자산운용사들로 나타났다. BNP파리바의 경우 총 5건의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미국 정유사에 ‘기업의 로비활동이 파리 기후협약 목표와 어떻게 부합하는지 설명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공적연기금 또한 E와 S의 주주결의안 제출을 활발히 벌이고 있으며, 지난 1년 간 15개 결의안이 제출됐다고 한다.
애즈유소우(As You Sow), 팔로우 디스(Follow This), 메이저 액션(Major Action), 주주연구 및 교육협회(Shareholder Association for Research and Education), 셰어커먼스(Shareholder Commons), 셰어액션(ShareAction), 사회정의를 위한 투자자옹호(Investor Advocates for Social Justice) 등의 단체가 기관투자자 및 개인을 대신해 주주 결의안을 제출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나타났다.
공동으로 주주 결의안을 제출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팍스월드펀드와 5곳의 뉴욕시퇴직 연기금들은 오라클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 성별, 인종별 임금격차가 있는지 조사해 공개하라’는 결의안을 공동 제출했다. 현재 오라클은 캘리포니아에서 차별적인 임금 관행을 적용했다며 집단 소송에 직면해 있다. 아문디자산운용의 경우 트리니티대학, 캠브리지대 등과 함께 맥도널드사에 “육류 공급망에서 항생제 사용에 따라 환경과 공중 보건 비용을 계산하라”는 주주 결의안을 공동 제출했다.
모닝스타는 “2022년의 위임 투표 기간에는 피할 수 없는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사업상 가장 큰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의 이사회 역량 평가 및 인센티브 조정 등 다양한 주주제안이 등장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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