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C등급에서 2020년 D등급으로 하락'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에 대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평가 결과다. SM이 이처럼 지배구조 등급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5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소정 선임 연구원은 ‘주주제안과 기업의 대응 사례 분석’(윤소정 연구원) 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주주총회에 상정된 주주제안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기업 대응을 살펴본 결과, 내부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주주 제안이 부결될 확률이 높고 주주관여활동으로 지배구조 개선이나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결국 지배구조 등급이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은 SM에 주주 공개서한을 보냈다. 주요 내용은 ▲SM 소속 가수의 음악자문과 프로듀싱 업무 대행 등을 하며 인세를 수취하는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SM간 합병 ▲배당성향 30% 수준의 주주 환원 ▲연예기획과 관련이 낮은 적자 자회사의 정리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SM은 2000년 이후로 배당이 없었다. 최대주주 이수만은 SM 등기임원으로 재직하지 않고, 개인 사업체 라이크 기획을 통해 SM으로부터 연간 100억 원 이상 지급받는 자기 거래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런 구조라 내부지분율이 19.22%로 낮은 편이다. 윤 연구원은 “실제 주주제안으로 이어졌다면 첨예한 표 대결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SM은 주주서한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고 현재까지 개선책을 내놓지 않아서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봤다. 이어 그는 “KB자산운용은 보유 지분을 지속해서 매각해 주요주주 지위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밝혔다.
윤소정 연구원은 SM의 주주제안 무대응을 “주요기관투자자의 지분 매각으로 기업의 감시효과(monitoring effect)가 줄어들었고 기업에 부정적인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주주관여 중지는 일반 주주 입장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해석했다.
국내 주주활동 현황,
전체 주주제안 중 가결 안건 23건(5.3%)에 불과
윤소정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미 도입한 선진 자본시장의 경우에는 ESG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주주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ESG 관련 주주관여 성공 시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이어 “해외 행동주의 펀드와 기관투자자는 주주서한과 비공개 대화 등 온건한 주주관여활동을 먼저 하고, 개선이 안 되면 주주제안 같은 적극적 주주관여활동으로 넘어가는 단계적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하지만 국내에서 주주관여 활동은 경영권 침해같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라는 점을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주주총회에 상정된 주주제안 수는 증가했다. 2018년 총 안건 수가 89건에서 19년 107건, 20년 120건, 21년 3월에는 107건이다. 다만, 윤소정 연구원은 ▲주주제안이 상정된 기업 수는 증가하지 않은 것과 ▲주주제안 대부분이 부결된 점을 지적했다.
해당 기간 중 4년 연속 주주 제안이 상정된 기업은 2개(1.7%), 3번 상정된 기업은 3개(2.5%) , 2번 상정된 기업은 17개(14.4%)이고 96개(81.4%) 기업이 1번 상정됐다. 주주제안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전체 주주제안 중 가결 안건은 23건(5.4%)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이사회 주요 경영진의 해임 요구, 독립 감사 선임 요구 뚜렷한 경향 보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주제안의 주목적은 ▲자본구조 변화 필요성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 사업전략에 대한 의구심으로 드러났다.
윤 연구원은 자본구조 변화에 관한 안건 가결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분석기간 동안 총 57회의 배당 확대, 차등배당 도입 또는 주식배당 요구 등의 주주제안 시도가 있었으며, 이 중 가결은 1회(1.75%)에 그쳤다”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55개 안건이 부결됐는데, 주주제안이 2회에서 4회 상정된 기업이 11개"라며 이를 주주제안이 있어도 개선이 되지 않는 사례로 봤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관련해 정관 변경이 필요한 주주제안이 78회 상정됐고, 6회(부결률 91%) 가결됐다. 윤 연구원은 “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11회), 사외이사 비율 확대 또는 감사위원 수 증대(7회) 등 제도적인 보완과 이사의 자격 기준 강화(5회) 같이 이사의 결격사유에 민감한 잣대를 세운 안건이 상정됐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이런 안건은 이사들의 책임과 역할에 관한 제도나 기준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해석했다.
윤 연구원은 주주가 이사회의 주요 경영진의 해임 요구(6회)나 견제할 수 있는 독립된 감사(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등)(165회)를 선임하려는 경향이 뚜렷한 점을 짚었다.
윤 연구원은 이러한 경향에 대해 “주주들은 동종업계 대비 현저히 낮은 주가 수준, 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회사의 손실 발생 등 매우 구체적인 사유를 들어 회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SM, KISCO 홀딩스 사례, 지배구조 개선 실패로 꼽아
윤소정 연구원은 “내부지분율이 높을수록 주주관여 정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주주제안이 통과될 경우 회사 지배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이에 대한 지배주주의 대응이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연구원은 현대자동차와 한진칼은 내부지분율 각 29.11%, 28.94%로 둘 다 주주제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이뤄낸 사례로 제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지배구조 평가 등급이 현대자동차는 2018년 B에서 2020년 A 등급으로, 한진칼은 2018년 C에서 2020년 A등급으로 조정됐다.
반면, 윤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와 KISCO 홀딩스를 주주제안 시도가 있었지만, 지배구조개선에 실패한 사례로 들었다.
KISCO홀딩스의 경우, 내부지분율이 45.45%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KISCO홀딩스가 자본효율성(ROE) 훼손, 비합리적인 자본 배분으로 주가 저평가가 이어지자 개선책을 경영진에게 요구해왔다. 윤 연구원은 "KISCO홀딩스가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부과에도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KISCO홀딩스에 주주제안이 4번 올랐으나 4번 다 부결됐다"며 개선 의지와 주주와 소통이 미흡한 이유로 높은 내부지분율을 꼽았다. KISCO홀딩스는 지배구조 평가 등급이 2018년 B+에서 C등급으로 떨어졌다.
윤 연구원은 “투자자는 기업 의사결정에 관한 모니터링은 물론 주주관여에 대한 내용을 숙지해 적극적 의결권 행사와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등의 주주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