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의 지속가능성 라벨을 획득한 펀드의 ESG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로이터는 SFDR의 8조 혹은 9조에 해당하는 펀드를 발행한 주요 자산운용사 20곳을 조사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로이터는 "SFDR 기준을 만족하는 펀드의 ESG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을 확인했다"며 "지속가능성 펀드에 투자하다가 정유회사, 광산 대기업, 담배회사 등 죄악주에 투자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FDR에 대한 오해...
"지속가능성 라벨이 지속가능성 수준 보증하지 않아"
투자 리서치 회사 모닝스타의 호르텐스 비오이(Hortense Bioy) 지속가능성 연구 책임자는 “투자자는 8조 상품의 지속가능성 수준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지난 3월 EU 집행위원회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를 발표했다. SFDR은 투자 자본이 ESG 영역에 투자되는지 아닌지를 밝히는 정보 공시규정이다. SFDR에 따라 펀드는 3개로 구분된다. ▲ESG 리스크가 투자 결정 또는 수익과 관련이 없는 펀드(제6조) ▲환경 또는 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펀드(제8조) ▲지속가능한 펀드(제9조)이다.
SFDR이 나온 이후 대부분의 펀드는 제6조 펀드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자산운용사 업계에서 8조와 9조 펀드를 발행하려는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SFDR이 마치 지속가능성 수준을 보장하는 라벨처럼 인식되어, 그린워싱 논란을 낳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SFDR의 지속가능성 개념이 너무 모호해서, 지속가능성 수준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EU 집행위가 사용하지 않는 용어인 ‘라이트 그린(Light Green)’과 ‘다크 그린(Dark Green)’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각각 8조와 9조에 붙였다. 라이트 그린 금융상품은 환경적 또는 사회적 특성만 고려하는 ‘진짜 녹색채권’에 근접한 상품이다. 다크 그린 상품은 탄소 배출량 감소와 같은 지속가능성 목표만을 가진 것으로 라이트 그린 상품과 차이가 있다.
모닝스타의 비오이 연구책임자는 “SFDR 8조에 해당하는 펀드는 기후를 테마를 한 녹색부터 매우 밝은 녹색까지 수준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8조 상품이 지속가능성 수준은 보장하지 않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투자하면 안된다고 설명한다.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SFDR의 목적은 펀드 상품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하도록 돕는데 있다”며 “지속가능 수준을 인증하는 라벨 붙이기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SFDR 지속가능성 라벨 상품 늘어...
상품성 높고, 측정 지표 불분명
로이터 통신은 현 상황에서 일부 자산운용사가 자사 펀드를 더 지속가능한 상품으로 마케팅하기 쉽다고 분석한다.
유럽 최대 회사인 얼라이언스 번스타인(Alliance Bernstein)과 악사 인베스트먼트 매니저(AXA Investment Manager)가 로이터에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 자산의 90% 이상이 제8조 혹은 9조에 해당한다. 반면, 픽텟 자산운용(Pictet Asset Management)과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즈(Allianz Global Investors)는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수치 차이가 크다. 모닝스타는 SFDR에 해당하는 상품 3분의 1이 현재 8조와 9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지속가능성 라벨이 붙은 상품의 상품성이 높고, 펀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픽텟 자산운용의 ESG 책임자 에릭 보레먼즈(Eric Borremans)는 “상업적 기회가 있는게 분명하다”며 “픽텟은 8조 관련 추적 지표는 없지만 지속가능성에 반하는 사례를 더 배제해서 펀드에 지속가능성 라벨을 부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신규 또는 리브랜딩 제품의 70%를 8조나 9조 상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SFDR 느슨하게 해석
펀드 보유지분 100%가 ESG점수 최소 기준 넘어야...
덴마크 노르디아(Nordea) 은행의 페데손(Pedersen)은 “펀드 보유 지분 대부분이 죄악주와 관련 없으므로 ESG펀드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8조 펀드 보유 지분 100%가 ESG점수 최소 기준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JP모건 자산운용사는 “8조에 해당하는 펀드의 51%가 ESG 점수(MSCI) 상위 80%의 점수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에 “8조에 해당하는 상품의 41%가 담배회사나 논란이 많은 무기와 석탄채굴회사를 제외하더라도, ESG 점수 하위 20%에 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리걸앤제너럴(LGIM, 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s)은 솔라액티브 코어(Solactive Core United Kingdom Large&Mid Cap) 지표와 기업가치에 관한 UN 원칙을 위반하는 석탄 회사와 무기제조회사를 제외한 상품 ‘The L&G UK Equity UCIF ETF’를 발행했다. 그런데 이 펀드의 상위 10대 주주에는 8조 라벨이 없는 거대 석유회사인 BP와 로열더치셸, 광산회사인 리오 틴토와 담배회사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가 있다.
에릭 보레먼즈는 “SFDR 규정을 느슨하게 해석하고 있는 상품들이 지금은 괜찮지만, 결국에는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로이터에 “내년에는 EU의 규제기준표준(RTS)가 적용되는데, 이 기준에 맞지 않는 8조와 9조 펀드를 발행하는 자산운용사는 평판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2022년 7월부터 펀드는 EU의 규제기준표준(RTS)에서 제시하는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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