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선언의 법적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까지 제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호주 주주행동주의 시민단체인 애커(ACCR, Australasian Centre for Corporate Responsibility)는 에너지기업 산토스(Santos Ltd)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애커는 “산토스가 2020년 연례보고서에서 천연가스로 청정에너지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는데, 사실관계가 오도됐다”며 2040년 넷제로 달성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업의 녹색 목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이번은 넷제로 계획 타당성에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첫 사례다.
1954년 설립된 산토스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정유사다. 호주와 아시아에 천연가스와 LNG를 공급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하며, 지난 7월 21일 3위권 정유사인 오일서치(Oil Search Ltd.)를 인수함에 따라 세계 20위권 정유사가 됐다.
시민단체 애커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산토스의 넷제로 로드맵이 탄소 포집과 저장(CCUS)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토스는 2040 넷제로 달성계획과 관련, "이산화탄소 170만 톤을 지하샘 깊은 곳에 묻는, 남호주 뭄바 지역 탄소포집저장 프로젝트 투자 여부를 올해 말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토스의 2020 회계연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00만 톤이다.
넷제로 계획과는 별개로, 산토스는 1년에 석유를 1억20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정유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오일 서치(Oil Search Ltd.)와 합병을 진행시켰다. 케빈 겔러거(Kevin Gallagher) 산토스 최고 경영자는 이달 초 “(합병을 통해) 그룹을 확장하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측에선 애커의 CCUS 계획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비용이 많이 들어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에커의 댄 고처(Dan Gocher) 기후환경국장은 성명에서 "산토스가 화석 가스를 추출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발생한다"며 "산토스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 기술을 완벽히 익혔으며, 주주들은 산토스의 청정에너지 주장에 현혹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처 국장은 “산토스의 ‘청정에너지’와 ‘넷 제로’ 주장은 투자자들을 현혹시켜서 넷 제로 실현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기업과 탄소 상쇄나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의존하는 기업업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토스 대변인은 애커의 제소에 대해 “재판 이전에 사안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독일자산운용사 DWS 또한 2020년 연차보고서에서 9000억 달러(1040조 원)의 자산 중 ESG 기준을 사용해 투자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그린워싱' 고발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산토스의 법적 다툼까지 이어지면서 ESG업계에선 "ESG 바람이 강하게 부는만큼, ESG 워치독(watchdog) 또한 늘고 있다"고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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