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국내기업 대상 ESG 평가한다
탄소민감도 높은 업종에서, 탄소집약도 낮으면 기업 밸류에이션 높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기준에 맞춰 공시한 기업이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발간한 ‘ESG 공시기준, 춘추전국시대의 끝을 향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에서 TCFD 기준에 맞춰 공시한 기업은 지난해 18개에서 올해 54개 기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2019년만 해도 2개 기업만이 TCFD 기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SASB 공시기준을 적용한 기업도 2019년에는 한 개뿐이었으나, 2020년 18개로 늘었고, 올해 48곳이 이 기준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사이 30개 기업이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 처음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기업들 상당수는 TCFD와 SASB 두 기준을 적용했는데, 네이버,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엔씨소프트, 삼성카드 등이 그 사례다. 

이와 함께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를 통해 정보를 공시하는 국내 상장사도 64개까지 늘어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기존에는 지속가능보고서에 ESG 관련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거나, GRI 공시 기준에만 의존해왔고, TCFD와 SASB는 작년까지 대기업에서조차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네이버가 지난 4월 TCFD, SASB기준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정부의 ESG 공시 확대 노력과 블랙록 등 주요 기관들의 공시 요구가 커진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록 래리핑크 회장은 2020년 CEO 레터를 통해 TCFD와 SASB기준을 보고서에 사용하라는 권고를 명시적으로 써놓기도 했다.

ESG 공시 기업 '3배' 늘었다

 

지속가능보고서와 별개의 ESG 데이터성과 따로 공개

한편, 올해 지속가능보고서에서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지속가능보고서와 ESG성과 데이터를 따로 나눠 공시하는 현상이었다. LG화학, 포스코 등을 비롯해 많은 기업에선 데이터만을 보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ESG 데이터 시트’만을 따로 공시했다.

보고서는 “LG화학의 ESG 성과데이터는 20개의 지속가능성 이슈를 던지며 항목별 전략과 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아직까지 ESG 공시 데이터만을 가지고 국내 기업을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공시율도 글로벌 평균보다 낮을뿐 아니라, 일부 업종은 기업 수가 한정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도 탄소 민감도가 큰 소재업종 등에서 탄소집약도와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서, 공시가 활성화될수록 ESG도 더 유의미한 데이터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솔케미칼, SKC, LG화학 등 탄소집약도 낮고 밸류에이션 높아

한편, 보고서에는 탄소민감도가 높은 업종 내 국내 기업들의 탄소집약도와 밸류에이션을 비교했다. 탄소집약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업의 총매출로 나눈 값으로, 탄소 관리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탄소집약도는 낮다. 이번 조사에서는 스코프1(직접 배출)과 스코프2(기업 구매전력)만 사용했다. 보고서는 “밸류에이션 값으로 EV/EBITDA를 사용한 이유는 탄소가 매출, 비용, 그리고 캐펙스(설비투자) 등 기업 전반적으로 발생하며, 궁극적으로 자본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의 경우 탄소집약도와 밸류에이션 간의 음의 상관관계가, 업종의 탄소 배출 및 환경민감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탄소 민감도가 높은 업종에서 탄소 관리가 잘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을 비교한 결과, 예를 들어 화학업종의 경우 한솔케미칼, SKC, LG화학 등이 탄소집약도는 낮고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업군에 속했다. 

 

한국투자증권, "A+부터 D등급까지 7단계 ESG 평가할 것"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표준화 기관들의 방법론과 중요도를 참고해 국내 기업만을 대상으로 ESG등급을 재구성할 예정”이라며 “E, S, G 항목별 등급과 통합 등급이 A+부터 D등급까지 7가지가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등급 분류 외 데이터 공개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며, 신사업 진출의 중요도가 큰 업종에서는 특히 데이터 공개를 해야 기업의 투명성을 키우고 점진적 밸류에이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부터 바이오페트 등의 친환경 제품 매출 실적을 개별 공시했고, KT&G는 2019년 지속가능보고서부터 전자담배의 국내 점유율 외에도 판매량 및 매출을 공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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