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물 관리 총력, 도시계획도 물 피해 예방 고려...
한국...통합물관리 내년 첫 삽, 생물다양성도 고려해야...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허리케인 아이다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뉴욕시를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를 ‘코드 레드(code red,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정의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 기후 가운데 허리케인 아이다와 같이 물로 인한 피해에 대응할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홍수로 미국 테네시주에서 20명, 중국은 300명, 그외 독일, 터키 등 세계 각국에서 수(水) 피해가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물 피해 대응을 위해 가장 많이 연구되는 사례가 바로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25%가량이 해수면보다 낮고 인구의 60%가 홍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물 관리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다.
최근 폭우와 홍수에도 네덜란드에서 사망자가 없었던 것은 오랜 기간 통합물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생물다양성을 함께 고려한 녹색제방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 관리 베테랑 네덜란드 비결은?
델타 프로그램으로 인프라 마련, 물 가치 프로그램으로 도시 계획
1421년 네덜란드의 수도였던 도르트레흐트에 큰 폭풍으로 제방이 무너지고, 도시 주변 20개 마을 완전히 파괴됐으며 1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네덜란드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끔찍했던 홍수로 기록되고 있다.
1953년에도 대홍수로 약 1800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1958년부터 1997년까지 39년 동안 ‘델타 프로그램’이라는 물 피해 대응 사업을 진행했다. 네덜란드 도로수자원공사는 17조 8000억 원을 들여 하천 제방과 댐, 수문을 홍수 피해 주요 지점에 설치했다.
최근에는 2016년 4월 유엔과 세계은행 그룹이 수자원 개발 및 관리, 물 및 위생 관련 서비스 개선을 위한 물 고위급 패널(High-Level Panel on Water, HLPW)을 소집했다.
당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11명의 패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는데, 2018년 3월에 물 고위급 패널은 물의 가치를 높이는 5가지 원칙을 정의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물 가치 프로그램(Valuing Water Initiative, VWI)를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물 가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홍수 피해를 예방하는 도시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물, 청정에너지, 기후변화 및 환경 안보 전문가 케이트 제레너 작가는 해외미디어 트리플펀딧에서 “물 가치 프로그램을 활용, 홍수 취약 지역인 도르드레흐트에서 주민들을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레너 작가는 “홍수는 발생했던 지역에서 반복해서 일어난다”며 “도르드레흐트 같은 홍수 취약지역에 건축 허가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재해 피해에도 사람들이 대피하지 않는 경우는 떠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홍수 피해지역이 주거 비용이 가장 저렴하므로 취약계층 피해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제레너 작가는 이를 해결하려면 홍수 대피 계획을 세울 때, 영향을 받는 이해 관계자 의견을 반영하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레너 작가는 최근 허리케인 아이다와 같은 재난을 예방할 방법도 조언했다. 그는 “멕시코만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방을 건설하면 아이다 수준의 폭풍 해일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수반되는 폭우로 인한 홍수는 막지 못한다”며 “녹색제방 같은 자연기반 솔루션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는 2008년부터 자연기반 홍수 보호 개념과 잠재력을 탐구하기 위한 연구와 설계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2008년부터 민간분야에서 자연기반 기술 및 운영을 탐구하는 컨소시엄인 에코쉐이프, 자연기반기후완충장치 연합 등이 출범했다. 2011년에는 네덜란드 북부 바덴해 생태기반을 보전하면서 홍수 피해를 예방하는 바덴해 델타 프로그램도 시작됐다.
바덴해의 넓은 녹색 제방(wide green dike)은 네덜란드의 새로운 델타 프로그램의 전략적 차원에서 기존 아스팔트로 이뤄진 제방을 풀과 점토로 구성된 천연 소재로 보완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녹색 제방은 바다와 접해 있는 염습지에서 파도 속도를 일차적으로 줄이고 폭우 등으로 염습지가 잠기면, 풀과 점토로 덮인 완만한 제방이 이차적으로 수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 통합물관리 시스템 내년에 첫 삽
생물다양성 고려한 하천법 개정, 녹색제방 필요
한편, 한국수자원공사의 국내외 물 관련 정보 플랫폼인 마이워터에 따르면, 한국도 홍수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이워터 ‘시기별 대규모 홍수피해 현황’ 정보를 보면, 1959년 태풍 사라에 의해 역대 최대인 849명이 인명피해를 입었고, 662억의 재산피해가 있었다. 2002년도 태풍 루사 때는 246명이 인명피해를 입고, 5조 1479억 원의 최대 재산피해가 있었다. 한국의 수(水) 피해는 인명피해는 줄고 재산피해 비중이 느는 것으로 보인다.
태풍 외에도 댐 운영관리 미흡으로 인한 홍수 피해도 있는데, 지난해 8월 전북 진안 용담댐 과다방류로 인해 피해지역 이재민 286가구, 598명이 총 500억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한국도 네덜란드의 수해 예방 대책에 기반이 되는 통합물관리 시스템 마련에 힘을 쓰고 있다.
2018년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고, 2019년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 관련 정부 및 학계, 시민사회 등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47명이 모여서 주요 정책과 현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2018년에는 ‘물관리일원화 3법’이 국회를 통과해, 국토부가 관리하던 하천 부문이 환경부에 이관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댐과 하천을 통합관리하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당시 정치 갈등으로 하천 관리 기능이 국토부에 계속 남겨져 있다가, 내년 1월에 환경부에 이관된다.
민간부문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물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2030년까지 중기부와 함께 2000억 규모의 모펀드를 마중물로 한 3000억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올해 제1호 펀드로 충청지역 지자체와 함께 물산업·충청 지역뉴딜 벤처펀드 조성해 2023년까지 13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댐과 하천 통합관리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데도 의미가 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수상태양광 2.1GW 설비를 갖추고 2050년에는 34개 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효율적 업무 분담 문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하천법 개정 , 홍수 피해를 대비한 공적 보험 체계와 같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녹색연합을 포함한 국내 환경 시민단체들은 생태계를 고려한 녹색제방 설치의 필요성을 2011년도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부터 강조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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