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채권 발행 후 공시, 더 세밀하고 정교한 체계 마련돼야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ESG 채권 발행 후 공시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중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자본시장포커스>를 통해 밝힌 ‘글로벌 ESG 채권시장의 다변화 및 발행 후 공시 강화의 필요성’ 보고서가 흥미를 끈다.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의 변화 추이 및 그린워싱(겉으로만 친환경을 내세우는 행위)을 방지하기 위한 ESG 채권 발행 후 공시 강화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 1. 글로벌 ESG 채권 발행 규모 583조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972억 달러(약 114조)에서 2020년 5701억 달러(약 671조)로 늘어났고, 그 기간 매년 평균 1.6배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이 이어져 올 상반기 ESG 채권 발행 규모는 4951억 달러(약 583조)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의 87% 수준이다.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글로벌 ESG 채권 발행 규모는 이미 전년도의 90%에 육박하는 수준을 기록하며, 연말에는 2020년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2. 녹색 채권 줄고 사회적 채권 증가
글로벌 ESG 채권 구성 면에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은 그동안 녹색 채권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는데, 코로나19 발생 여파로 지난해 사회적 채권과 지속가능 채권 발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업자,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마련의 필요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6년 발행 규모를 기준으로 전체 ESG 채권 중 녹색 채권이 8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나, 2020년에 들어서는 녹색 채권 비중이 50.3%로 줄고, 지속가능 채권이 26.3%, 사회적 채권이 19.7%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녹색 채권이 44.6%이고, 사회적 채권 28%, 지속가능 채권 18%를 기록했다.
# 3. 브라운 기업의 녹색 채권 발행 증가
글로벌 ESG 채권 발행 주체의 저변이 확대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녹색 채권은 주로 친환경적 기업이 참여했는데, 최근에는 비친환경적인 브라운 기업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핀란드 정유사 네스테(Neste)가 친환경 항공원료 개발 등을 위한 5억 유로(약 6676억) 규모의 녹색 채권 발행에 성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2020년에는 지속가능연계 채권(SLB) 원칙과 기후전환금융 핸드북이 마련되면서 자금 활용이 좀 더 유연해졌다”면서 “현재 브라운 기업이 장기적으로 친환경적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발행하는 녹색 채권이 시장에서 점차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 4. 지속가능연계 채권 발행 규모 증가
2019년에 처음 발행된 지속가능연계 채권 시장이 발전하는 것도 글로벌 ESG 채권 발행 주체의 저변 확대에 큰 몫을 한다. 지속가능연계 채권의 발행 규모는 2019년 104억 달러(약 12조)에서 올 상반기 425억 달러(50조)로 증가했으며, 글로벌 ESG 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8%에서 8.5%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녹색 채권 등 전통적인 ESG 채권은 자금을 특정 환경・사회적 목적의 프로젝트나 사업에만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지속가능연계 채권은 자금 사용에 제한이 없다는 유연성을 가진다”면서 “특정 환경・사회적 프로젝트의 부재로 녹색 채권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기업들도 지속가능연계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 5. 전체의 57%만 자금 이용 내역과 환경 영향 공시
ESG 채권 시장의 저변 확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 마련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ESG 채권 가이드라인에는 발행 후 자금이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나 투입됐고 기대효과가 얼마인지 측정해, 주기적으로 공시하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국제 기후채권기구(Climate Bond Initiative・CBI)가 최근 내놓은 2021년 2차 조사결과를 보면, 녹색 채권 발행 주체 중 자금 이용 내역과 환경 영향을 모두 공시하는 곳은 5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 이용 내역을 공시하는 곳은 77%로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환경 영향을 공시한 곳은 59%에 그쳤다.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ESG 채권 발행 후 공시, 특히 자금의 활용과 영향에 대한 정보의 양과 질을 어떻게 제고하고 표준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ESG 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이 기후변화, 양극화 등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발휘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시장의 신뢰가 견고해지고, 그로 인해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ESG 채권 발행 후 공시에서 사용하는 영향 분석의 경우, 발행 주체에 따라 제공하는 수치와 분석 방법론이 다르다. 보고서에는 CBI가 “영향 분석에서 대부분의 경우, 발행 주체별로 특정 과거 시점 대비 향후 얼마나 탄소 배출을 감축하겠다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탄소 배출의 절대적 감축량 정보가 부족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녹색 채권 간 기대효과의 비교・분석이 용이하지 않으며, 영향의 종합적 집계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 점이 나와 있다.
다시 말해, 공시 정보를 통해 녹색 채권 발행이 환경과 관련된 주요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ESG 채권 시장이 각종 환경・사회적 문제 해결에 부합한 방향성뿐만 아니라 필요한 수준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더 세밀하고 정교한 발행 후 공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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