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영리 싱크탱크 전략적 대화기구(ISD, Institute for Strategic Dialogue)CASM 테크놀로지는 9일(현지시각) 소셜 미디어가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허위 정보로 인해 기후 대응활동이 저해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 제목은 ‘부정, 기만, 지연’이다. 연구는 COP26을 중심으로 최근 18개월 동안 주요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기후 관련 게시물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 위기 사실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은 적었으나, 기후위기 완화와 적응 전략의 긴급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플루언서들이 과학에 기반한 하지 않은 허위 정보를 통해 기후 대응을 저해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워크워싱(Woke Washing) 논란이 언론을 달구면서, 해당 주장과 근거의 출처를 분석한 이 연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는 ISD와 CASM 테크놀로지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지구의 벗, 기후 넥서스와 같은 비영리 단체도 함께 참여했다/ISD
이 연구는 ISD와 CASM 테크놀로지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지구의 벗, 기후 넥서스와 같은 비영리 단체도 함께 참여했다/ISD

 

기후 대응 활동을 지연시키는 ‘기후 허위 정보’

ISD는 인권보호, 극단주의와 허위 정보 방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비영리 싱크탱크이다. 본사는 런던에 위치하며, 워싱턴 D.C.,베를린, 암만, 나이로비, 파리에 팀을 두고 있다.

CASM 테크놀로지는 온라인에 존재하는 유해 게시물을 딥러닝 방식으로 모니터링하는 단체다. 온라인 유해 게시물(Online Harms)은 기후 및 건강에 대한 허위 정보, 혐오와 극단주의, 팩트체크, 불법 온라인 야생동물 거래 등이 있다.

두 단체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후 대응을 저해하는 게시물들이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점을 확인했다. 주요 담론은 크게 네 가지로 ▲엘리트주의와 위선 ▲절대주의(Absolutionism) ▲신뢰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반대가 있었다.

 

주요 담론을 정리한 표. 주요 담론은 크게 ▲“기후 변화를 완화할 수 없으니 포기하자” ▲ “변화 대응은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많다” ▲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대응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책임 소재가 다른 곳에 있다”로 분류된다./ISD
주요 담론을 정리한 표. 주요 담론은 크게 ▲“기후 변화를 완화할 수 없으니 포기하자” ▲ “변화 대응은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많다” ▲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대응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책임 소재가 다른 곳에 있다”로 분류된다./ISD

엘리트주의는 엘리트 정치인, 대표자들은 이중잣대를 적용 받으며, 그들이 설계한 세계질서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담론이다. 예를 들면, COP26에 참여한 대표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모였지만 비행기를 타고 환경오염을 발생시킨 것을 보면, 이런 신기후질서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주장은 COP26이 부패했고, 공공의 의무와는 관련이 없으므로, 협상된 결과에 대한 의무를 낮춰야 한다는 논의로 확장된다. ISD는 2021년 10월 10일부터 11월 19일까지 19만 9676개의 담론이 트위터에, 4377개는 페이스북에 올라왔으며, 공유는 10만 회 이상된 것으로 파악했다.

절대주의는 악당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와 같은 고배출 국가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서방국가는 큰 책임이 없다는 담론이다. ISD는 이 담론이 기후 위기를 저해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 담론은 트위터에서 7만 2000개, 페이스북에서 6200여 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됐다.

사면주의의 한 사례, 파리기후협약의 이전과 이후로 탄소배출량은 미국은 감축했으나 중국과 인도는 더 늘었다고 주장하며, 글로벌 기후 합의에 문제를 제기한다./ISD
사면주의의 한 사례, 파리기후협약의 이전과 이후로 탄소배출량은 미국은 감축했으나 중국과 인도는 더 늘었다고 주장하며, 글로벌 기후 합의에 문제를 제기한다./ISD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가 효과가 없다는 의심과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거나 더 많은 수준의 환경을 발생시킨다는 담론도 있었다.

 

허위 정보 출처가 소수 전문가…소셜 미디어는 방지 정책 없다

제니 킹 ISD 기후 허위(Climate disinformation) 정보 책임자는 “기후 허위 정보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하던 수준에서 기후 대응을 지연시킬 수 있는 정도의 복잡한 수준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주요한 기후 반대 콘텐츠가 소수의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에게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ISD는 기후 허위 정보를 많이 공유하는 ‘수퍼 전파’ 트위터 계정 16개를 분석했다. 이 계정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의 반(反)과학 및 음모 온라인 커뮤니티 13곳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커뮤니티에 소속된 ‘인플루언서’들은 학자나 환경운동자로 보수 언론에 기후 전문가로 자주 초청되므로, 이들이 잘못된 정보를 제시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믿을 수 있다고 지적됐다. 

소셜 미디어는 정책의 부재로 허위 정보의 전파를 잘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니 킹 책임은 "정부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기후 허위 정보가 혐오 발언, 음모론과 같은 온라인 게시물과 얽혀서 증가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방지할 새로운 전략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ISD는 소셜 미디어인 메타, 트위터, 유튜브, 핀터레스트, 틱톡의 기후 허위 정보와 위협에 대한 인정, 정의, 정책과 가이드라인 유무, 허위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 데이터 제공 여부 등을 조사했다/ISD
ISD는 소셜 미디어인 메타, 트위터, 유튜브, 핀터레스트, 틱톡의 기후 허위 정보와 위협에 대한 인정, 정의, 정책과 가이드라인 유무, 허위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 데이터 제공 여부 등을 조사했다/ISD

 

다자간 기구는 정의하고, 기업은 이를 반영한 정책 마련해야

보고서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 및 다자간 기구와 규제당국과 기술기업에 각각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정부와 다자간 기구는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COP 의장국(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과 같은 주요 기관에서 기후 오류 및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정의를 통일해야 한다. 또한, EU 디지털서비스법, 영국의 온라인 안전 법안과 같은 법률을 통해 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규제해야 한다.

기술 기업은 커뮤니티 표준 및 서비스 약관에 기후 오류 및 허위 정보에 대한 정의를 반영해야 한다.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계정을 제한하는 플랫폼 정책도 적용해야 한다. 잘못된 기후 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데이터 접근성은 개선하고, 허위 정보를 반복적으로 퍼뜨리는 화석 연료 기업이나 기타 행위자에 대한 유료 광고와 후원 콘텐츠를 제한해야 한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쿠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U.S.) 기후 허위 정보 연합 공동대표는 “허위 정보가 범람하면,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항공사, 자동차, 식품 가공과 같은 다른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 회사가 자사의 제품이 초래하는 해악에 대해 투명해야 하며, 책임을 지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COP27이 개최되기 전에, 참가국 관련자들과 기후 허위 정보에 대한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