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BBVA, 하이네켄 등 DT를 활용한 ESG 경영사례에 주목
기업들, DT와 ESG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전략 마련해야

ESG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 경영의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픽사베이
ESG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 경영의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픽사베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T)은 기업경영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T는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 구매, 제조, 판매, 폐기 등 모든 단계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경영 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사람들의 주된 활동 기반이 오프라인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반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DT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양희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사업본부 ESG 평가팀 연구원은 지난 11월 발간된 ‘ESG 동향-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활용한 ESG 경영’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DT와 ESG는 꼭 필요한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기업의 상당수는 ESG 경영과 DT를 별도의 과제로 인식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취하는 실정"이라고 진단하면서, "ESG와 DT, 두 가지 혁신과제가 연계되면 중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에도, 기업 운영 전반에 이 두 가지 과제를 연계해 반영하는 사례는 아직 보편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보고서는 DT를 통한 친환경 경영사례, 사회적 이행 책임 이행사례, 지배구조 개선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했다. 

 

유니레버, DT를 통한 친환경 경영사례

DT를 통한 친환경 경영사례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의 ‘팜유 생산 인공지능 모니터링’이 대표적이다. 유니레버는 그동안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들로부터 산림을 파괴하지 않고 팜유를 생산하는 업체에서만 팜유를 구매하라는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20년 8월, 인공위성과 GPS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해,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지 공급망의 실시간 물류량을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AI를 활용한 지리 데이터를 분석해 산림 파괴를 방지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

출처. KCGS Report 통권 143호
출처. KCGS Report 통권 143호

이같이, 최근 제조업계는 원료 조달과정에서 ESG를 고려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양희원 연구원은 “아무리 생산과정이 E(환경), S(사회)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도, 조달받는 원료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요소가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경우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낙인효과가 발생해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면 기업 이미지가 제고돼 기업가치는 상승한다. 실제로, 미국의 친환경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의류 생산 원료인 목화가 환경을 훼손한다는 점을 파악한 후, 의류 생산 원료를 유기농 목화로 바꿔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한층 단단히 했다. 

 

BBVA, DT를 통한 사회적 책임 이행사례

DT를 통한 사회적 책임 이행사례는 다국적 은행 BBVA(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의 ‘DT를 통한 금융 포용성 제고’ 사례가 눈길을 끈다. 

지난 2016년, 페루는 인구의 약 33%만이 은행 시스템을 사용할 정도로, 은행에 대한 접근 장벽이 높고 수수료 체계가 비쌌다. BBVA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페루은행협회(ASBANC), PDP(Peruvian Digital Payment)와 협력해,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에서도 입출금 등을 할 수 있는 뱅킹시스템 BIM(Billetera Movil Digital)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이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1100만명이 금융 서비스를 활용하게 됐고, 거래가 1220만 건이나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도 활용성은 점점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KCGS Report 통권 143호
출처. KCGS Report 통권 143호

양희원 연구원은 “디지털 기술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적극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 노령층의 금융 소외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을 언급하고 개선책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20년 후인 2041년까지도 현재의 금융소외층인 50대 이상(1971년 이전 출생자)이 여전히 인구의 상당 부분(26.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노령층의 금융 소외화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양희원 연구원은 “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BBVA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저렴하면서도 직관적이고 저사양으로도 활용 가능한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을 창출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실현된다면 금융소외층의 금융 서비스 접근 문제를 많은 부분에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하이네켄, DT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사례

DT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사례는 네덜란드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디지털 기술도입을 통한 내부감사 질 제고’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이네켄은 기존에 내부감사를 위한 비용 지출에 대한 샘플링을 수작업에 의존해 모집단의 5~10% 정도만 살펴볼 수 있었다. 이에 봇을 사용해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화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과 텍스트와 숫자 데이터가 아닌 자료도 판독할 수 있는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을 도입한 결과, 샘플링 사이즈를 전체 모집단의 20~90%까지 상승시켰다. 

이와 관련해, 양희원 연구원은 “아직 비용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한 내부감사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디지털 감사 기술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면, 내부 감사는 점차 사람의 개입을 배제한 실시간 기반의 디지털 감사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한 미래에 실시간 감사가 고도화되면, 현재 분기별로 제공하는 재무제표의 공개주기도 더 빨라져 이해관계자에게 적시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DT는 업무 프로세스를 재구조화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므로, 그 전환과정에서 ESG가 함께 고려돼야 지속가능한 경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양희원 연구원은 “DT를 활용한 ESG를 하면 그 과정에서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발전을 위한 피드백을 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SG 평가에서도 유용한 증거자료로 활용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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