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특히 ESG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한 해였다. ESG를 사업에 녹여내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빛났다. 한편 ESG 워싱 논란도 끊임없었던 한 해였다. 지속가능 경영 매체 ‘에코 비즈니스(Eco Business)’는 올해를 달군 11가지 그린워싱 이슈를 소개했다. 

 

사막에서 나무 심고

탄소 포집 기술로 넷제로 달성한다는 사우디

세계 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월 206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으로 "500억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나무를 기르기 위한 물이 부족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리적 특성을 극복할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인 게렝 에너지(Gurin energry) 아사드 라주크 CEO는 트위터에서 “강이 하나도 없는데 50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건 그린워싱 농담에 가깝다”고 평하기도 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는 탄소 포집, 사용 및 저장 기술(CCUS)을 이용해 자체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탄소를 계속 추출해 ‘순환 탄소경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제네바 대학원의 매튜 아처 연구원은 알 자지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CCUS로 탄소 감축을 해내겠다는 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라며 “야심찬 목표로 가득 차 있지만 아직 개발 중인 기술에 의지하겠다는 건 책임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플라스틱 제거 사업? 지속가능한 포장재?

모두 ‘그린워싱’ 의혹

2019년 출범한 싱가포르 비영리단체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끝내기 위한 협의체(Allliance to End Plastic Waste, AEPW)'는 올해 개발도상국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청소하기 위해 15억달러(1조7000억원)를 지출했다고 알렸다. 석유회사 로얄더치셸과 엑손모빌, 석유화학회사 다우 케미컬의 지원을 받는 이 단체는 로이터의 취재 결과 그린워싱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 갠지스강 플라스틱 쓰레기 정화를 위한 프로젝트는 실패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플라스틱 생산을 극적으로 늘릴 계획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AEPW의 캠페인 홍보물./AEPW
AEPW의 캠페인 홍보물./AEPW

또 AEPW는 웹사이트에 '적절한 쓰레기 관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이유'라는 칼럼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규제를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해양 정화 단체인 세븐 클린 시즈(Seven Clean Seas)의 톰 피코크 나질(Tom Peacock-Nazil)은 “칼럼을 보면 이 단체가 환경 단체가 아닌 플라스틱 산업 로비 단체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페이스북 그룹 ‘플없잘’(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에 올라온 이니스프리 용기/'플없잘' 캡처 
페이스북 그룹 ‘플없잘’(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에 올라온 이니스프리 용기/'플없잘' 캡처 

플라스틱 워싱의 사례로는 '이니스프리도'도 꼽혔다. 플라스틱병 외면을 종이 포장재로 덮어, 종이병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구매자는 “사실 플라스틱 병이었지만, 포장재에 떡하니 적인 ‘나는 종이병이야(I'm paper bottle)’라는 문구를 보고 더 배신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홍보 문구는 적절치 않다고 판명됐다. /아디다스
홍보 문구는 적절치 않다고 판명됐다. /아디다스

아디다스도 “50% 재활용된다”며 스탠 스미스(Stan Smith) 신발을 홍보했다 뭇매를 맞았다. 지난 9월 프랑스 광고 윤리 위원회는 “어떤 식으로 재활용되는지 명확하지 않고, 완전히 재활용된 재료로 만들어진 게 아닌 스탠 스미스 제품에 알맞지 않은 홍보 문구”라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알루미늄 캔을 사용해야 한다는 홍보를 펼치는 BeWater/BeWater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알루미늄 캔을 사용해야 한다는 홍보를 펼치는 BeWater/BeWater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포장재를 바꿔 친환경이라고 홍보한 사례도 있었다. 베트남의 생수 브랜드 비워터(BeWater)사와 미국 에버앤에버(Ever&Ever) 제조사인 볼 코퍼레이션(Ball Corporation)은 “무한하게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은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포장재”라고 홍보했다. 볼 코퍼레이션은 자사 웹사이트에 “우리의 임무는 수자원을 깨끗하게 만드어 일회용 플라스틱 병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며 “우리의 생수 브랜드는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보다 환경친화적이고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면서도 편리한 대안”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베트남 국제노동기구(ILO) 스테판 울리히 책임은 “순수한 환상이며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알루미늄이 재활용 가능성은 높지만, 충분한 재활용 재료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알루미늄의 원재료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물이 극도로 많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알루미늄이 오히려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행보 나선

석유 회사도 줄줄이 ‘그린워싱’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산업을 둘러싼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석유사들은 나름 친환경적 행보를 보였지만, 역시 그린워싱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호주의 석유사인 산토스는 204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동주의 투자자 그룹인 ACCR(Australasian Center for Corporate Responsibility)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추출 사업 확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선언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입증되지 않은 기술인 탄소포집으로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고 한다는 건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산토스의 주장이 허위라고 소송을 걸기도 했다. 또 지속가능보고서에서 LNG를 청정 연료로 설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린워싱’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탄소중립 오일' 홍보는 허위라고 판단됐다/셸
'탄소중립 오일' 홍보는 허위라고 판단됐다/셸

탄소 중립 석유를 내놓은 곳도 있다. 석유회사 로얄더치셸이다. 셸은 자사의 헬릭스 울트라(Helix Ultra) 자동차 오일을 출시하며 “환경친화적인 생활 스타일을 주도하기 위해 셸의 탄소 중립 오일을 써라”고 홍보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 3월 셸에게 광고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탄소 감축 상쇄 비용을 지불한 행위를 ‘탄소 배출량 제로’라고 홍보하는 것은 허위”라는 판단이다.

셸이 필리핀에 만든 에코 브릭으로 만들어진 주유소./셸
셸이 필리핀에 만든 에코 브릭으로 만들어진 주유소./셸

셸의 이동식 석유 판매 스테이션도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이동식 스테이션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에코 브릭(eco brick)으로 만들어 말레이시아에서 ‘녹색혁신상’을 수상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린피스의 제로 웨이스트 운동가 마리안 레데스마는 “재활용 벽돌을 사용했다고 한들 셸의 근본적 문제인 석유 사업은 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그린워싱을 정당화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등 석유 이미지를 벗으려고 노력하는 에퀴노르 또한 그린워싱 의혹에 휩싸였다. 에코 비즈니스는 “에퀴노르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로 라이벌인 엑손모빌, 셸, 셰브론에 비해 감시를 덜 받고 있다”면서도 “올해 1분기에도 에퀴노르가 판매한 에너지 중 탄소가 없는 에너지는 0.5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침소봉대식 친환경 행보도

그린워싱 가능성 ↑

캐나다의 광산기업 더 메탈스 컴퍼니(The Metals Company)는 책임감 있는 광물 생산을 위해 “심해에서” 채굴한다고 홍보했다. 더 메탈스는 지상 광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넣은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금속 채굴로 자연이 사라지고 인간이 고통받고 지구가 고통받고 있다”면서도 “심해 채굴은 그런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환경을 보호하자면서 환경의 또 다른 부분인 바다를 괴롭히는 것 아니냐”, “심해 채굴은 지상 채굴보다 알려진 게 없어 아직 효과를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더 메탈스 컴퍼니의 심해 채굴 홍보 영상의 한 장면. "결국 자연을 파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The Metals Company
더 메탈스 컴퍼니의 심해 채굴 홍보 영상의 한 장면. "결국 자연을 파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The Metals Company

석탄 사업을 지속가능하다고 평가한 은행도 여론의 뭇매를 피하지 못했다. 호주 국립은행(NAB)은 6월 세계 최대 석탄 수출 터미널인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포트 오브 뉴캐슬에 3억74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이 "지속가능하다"고 평가했다. NAB이 수행한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은 특정 환경·사회적 목표 달성에 따라 세계 최대 석탄 수출 터미널에 인센티브도 줄 수 있다. 호주 신문은 “NAB이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을 승인해준 항구의 배출 효율 향상은 95%의 열탄을 수출하고 있다는 가장 큰 문제점을 묵과해버렸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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