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즈에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사가 워싱턴 로비를 강화하는 흐름을 담은 기사가 실렸다. 미중 무역 전쟁 속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픽사베이
파이낸셜타임즈에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사가 워싱턴 로비를 강화하는 흐름을 담은 기사가 실렸다. 미중 무역 전쟁 속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픽사베이

 

“한국의 반도체 칩 회사들, 미국 로비활동을 강화하다.”

파이낸셜타임즈에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사가 워싱턴 로비를 강화하는 흐름을 담은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전략적으로 민감한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라는 조 바이든 정부의 압력에 대응하는 한편, 대중 무역제재의 표적이 된 중국기업의 공급망에 대한 수출 허가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워싱턴 D.C에 거점이 없었던 LG그룹은 올해 현지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SK온)과 수십억 달러 배터리 소송을 벌인데다, 배터리 결함에 대한 리콜로 GM에 대규모 배상을 해야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 임원은 FT에 “미국 정부, 국회의사당과 네트워킹 강화가 필요한 만큼, 워싱턴에 연고가 있는 미국인을 고용하려고 한다”며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국제무역질서가 변화하며, ESG 요건이 요구되는 가운데 변화하는 글로벌 어젠다에 신속히 대응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에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통로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FT는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90억 달러(10조원)에 인수를 완료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할 자회사(솔리다임)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의 D램 공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미국에도 웨이퍼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월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계획을 묻는 질문에 “반도체 제조시설(웨이퍼 fab)을 짓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precondition)을 살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영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보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상무부 및 펜타곤과 더 자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SK E&S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에너지 기업을 여러 곳 인수한 후 2022년 유정준 공동대표가 이끄는 뉴욕사무소를 연다고 FT는 밝혔다. SK그룹은 미국 포드와 손잡고 총 114억달러(약 13조원 가량) 규모의 미국 현지 전기차 조립,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반도체, 배터리, 수소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에서 처음으로 기기 솔루션 사업을 이끌 사장급 임원을 선임했다고 FT는 덧붙였다. 기존 북미총괄이었던 최경식 부사장이 DX부문 북미총괄 사장으로 승진했고,DS부문 미주총괄로 시스템LSI사업부장을 맡았던 강인엽 사장이 배치됐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월 워싱턴 D.C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거점인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를 설립했다.

한편, 이러한 흐름에 대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TSMC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1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칩 공장을 짓고있으며, 조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칩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 TSMC는 지난해 미 상공회의소 임원 출신인 니콜라스 몬텔라를 대관 담당 이사로 영입하고, 2019년에는 인텔의 대관담당 출신인 피터 클리블랜드를 글로벌 정책담당 부회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Tips. 

흥미로운 점은 파이낸셜타임즈 기사에 달린 글로벌 독자들의 댓글이다. 독자들은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언젠가는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조언부터, "2030년이면 한국이 영국보다 GDP가 높아지게 될 것"에 대한 예측을 두고 찬반논쟁이 벌어졌다. 반도체 공급망 전쟁의 성패를 향한 글로벌의 이목이 점점 국내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