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핵심 원자재인 리튬을 둘러싼 원자재 전쟁 2막이 올랐다. 리튬의 경우 매장량이 제한적인데다가 배터리 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다. 미국과 동맹국은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코발트에 대응하기 위해 리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 와중에 환경을 해치지 않고 리튬을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회사는 벌컨 에너지(Vulcan Energy Resources). 벌컨사는 17억유로(약 2조3400억원)을 들여 독일에서 리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한 슈바르츠발트, 일명 블랙 포레스트라고 불리는 지역에서다. 블랙포레스트 옆 계곡 지하 2마일 밑에는 연간 최소 100만대 전기 자동차 생산에 충분한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벌킨사의 탄소 제로 리튬 프로젝트/벌킨사
벌킨사의 탄소 제로 리튬 프로젝트/벌킨사

벌컨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리튬을 채굴하는 방식 때문이다. 리튬을 채굴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비소 등이 나와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리튬을 추출할 때는 점토와 황산을 섞는데 이때도 상당량의 황산 폐기물이 나온다.

벌컨사는 어퍼 리하인 계곡(Upper Rhine Valley)에 이미 가동되고 있는 지열 발전소를 이용한다. 지열 발전소는 전기를 생성하기 위해 지표 아래에서 뜨거운 유체를 끌어왔다. 벌컨사는 유체가 재주입되기 전 추출 단계를 추가해 리튬을 뽑아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지난 9월, 소규모 파일럿 공장은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리튬의 첫 번째 생산을 성공했다. 대규모 생산은 2024년 즈음으로 예상된다. 

벌컨사의 호르스트 크루터(Horst Kreuter) 전무이사는 “다른 제품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친환경적 제품을 독일 현지에서 생산한다는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광산 거물이자 광물 탐사 및 추출회사 한코크 프로스페팅(Hancock Prospecting) 회장인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는 가능성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자동차 제조사인 르노, 스텔란티스 뿐 아니라 LG화학과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폭스바겐사 또한 5년 계약을 맺었다.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끌어올린 리튬에 포함된 염수는 칼륨, 철, 망간 및 나트륨이 섞인 복잡한 혼합물이라 배터리에 투입하기 전 여과가 필요하다. 또 아직 상용화 전인 기술이라 대규모 생산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이런 문제점에 공매도 그룹 제이 캐피털 리서치(J Capital Research)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벌컨사는 “거짓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고소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벌킨사의 시도는 흥미롭다. 블룸버그는 “호주와 남아메리카 중심의 리튬 공급망을 벗어나 근거리에서 리튬을 생산해 넷제로 대륙이 되겠다는 유럽의 꿈을 이뤄줄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빌 게이츠도 리튬에 투자 

최근 에너지 전환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빌 게이츠 또한 리튬 확보에 나섰다. CNBC에 따르면, 빌게이츠는 빌 게이츠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벤처스(BEV)를 통해 맹그로브 리튬에 1000만달러(약 118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BEV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설립한 청정에너지 펀드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맹그로브 리튬의 파일럿 공장/맹그로브 리튬사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맹그로브 리튬의 파일럿 공장/맹그로브 리튬사

맹그로브 리튬은 투자금을 활용해 미주 지역의 정제 리튬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최초의 상업 규모 공장을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맹그로브 리튬은 매출뿐 아니라 납품하는 고객사조차 하나도 없는 스타트업이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의 앤드류 밀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2030년까지 리튬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리튬 수요는 2020년 35만 4000톤 LCE(lithium carbonate equivalent, 탄산리튬 환산 기준)에서 2030년까지 257만 톤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고순도 배터리 등급 리튬을 공급하는 업체는 적다고도 지적했다. 

빌 게이츠는 이밖에도 미 핵융합 신생 기업인 커먼 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 최근 SK가스가 투자계약을 맺은 수소기업 씨제로(C-Zero), 철 소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개발업체 폼에너지(Form Energy)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2040년엔 리튬 수요 42배 높아져

리튬 확보 위한 각국 경쟁도 치열 

전기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하면서 전기차 필수 광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오는 2040년 핵심 광물 수요가 2020년 대비 최소 4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기차 관련 소재인 리튬(42배), 흑연(25배), 코발트(21배), 니켈(19배), 희토류(7배) 등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에는 서방 정부에 코발트, 니켈, 리튬과 같은 중요한 광물 비축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배터리에 필요한 금속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BloombergNEF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광물 수요가 2030년까지 5배 증가 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배터리에 필요한 금속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BloombergNEF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광물 수요가 2030년까지 5배 증가 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자동차 제조업체는 중국 공급망을 벗어나기 위해 배터리 재활용을 강화하고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광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령 폭스바겐은 독일에 배터리 부품의 90%를 재사용하는 시설을 세웠다. 테슬라는 7월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사와 니켈 거래를 체결했으며 6월엔 코발트 생산업체인 스위스 글렌코어와 코발트 계약에 합의하기도 했다. 

리튬의 경우 인도네시아가 전체 매장량 9400만톤 중 22%를, 호주가 21%를 차지하고 있다. 코발트와는 달리 서방에 우호적인 호주에 다수가 매장돼 있지만, 조달 거리가 만만찮다는 점이 문제다. 원자재인 코발트가 호주에서 추출되면, 1차 가공을 위해 아시아로 운송되고, 이후 배터리로 만들어져 미국이나 유럽의 전기차에 조립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될 뿐만 아니라 공급망 관리가 어려워 각 국가들은 자국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셀린 뷰셸 화학 및 광물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배터리급 리튬화합물을 생산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기술의 수요가 높다"며 "배터리 전기차의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능력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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