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은 벤처캐피탈 기업이 ESG 채택을 추진하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해 초기단계 투자(early-stage funding) 규모가 전년 대비(2020년) 104% 성장해 490억 달러(58조6000억원)에 달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실, 그동안 벤처캐피탈 투자 시장에서 ESG 접근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3일 공개한 ‘벤처캐피탈 시장에서의 ESG 도입 움직임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투자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2020년에는 벤처캐피탈의 약 11%만이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됐다. 유럽의 경우 벤처캐피탈의 73%가 투자 프로세스에 ESG 원칙을 적용을 적용한다고 언급했지만, 유럽투자기금(EIF)이 실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절반 수준만이 ESG 정책을 시행했으며, 4분의1가량만 ESG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P의 ESG 거센 요구와 이니셔티브 구축 등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ESG화' 두드러져
하지만 2021년, 지난 한해동안 벤처캐피탈 흐름이 ESG를 고려하는 쪽으로 확실히 이동했다. WEF와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는 그 동인으로 ▲출자자(Limited Partners, LP)의 ESG 요구 ▲ESG 촉진을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의 등장을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프레퀸(Preqin) 연구를 인용해, "벤처캐피탈의 ESG 투자수익률에 대한 LP들의 인식이 2020년까지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2021년 들면서 ESG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인식 전환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LP 대상을 실시한 2021년 설문조사에서 사모펀드(PE) 뿐 아니라 벤처캐피탈에서 ESG를 고려한 투자를 이행할 것이라는 답변이 62%에 달해, 벤처캐피탈의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LP 사이에서 높아짐과 함께 실제 시장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LP들은 ESG 관련 신생기업 성장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기술 신생기업에 대한 전세계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은 2021년 3분기 323억 달러(38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2020년 전체 투자 규모인 210억 달러(25조원)를 크게 앞질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래리 핑크 CEO도 향후 기업가치 1조달러(1194조원) 이상 규모의 신생기업이 기후기술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ESG, 특히 기후 기술에 특화된 신생기업을 향한 투자자금 유입이 빠르게 확대 중이다.
또한, 2021년에는 벤처캐피탈 ESG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벤처캐피탈의 ESG 채택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VentureESG'가 2021년 전 세계 250개 벤처캐피탈과 LP간의 커뮤니티를 마련하여 ESG 프레임워크 구축을 논의하고 벤처캐피탈의 ESG 관련 지식과 모범사례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2021년 9월 9월 UN 책임투자원칙(UN PRI)은 벤처캐피탈의 UN PRI 서명과 ESG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VentureESG와 협업을 시작하였으며 향후 벤처캐피탈의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전문지식과 리소스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영국, 미국 및 유럽 전역에 걸쳐 100개 이상의 벤처캐피탈 및 LP로 구성된 이니셔티브인 'ESG_VC'는 중소기업에게 ESG 성과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벤처캐피탈이 초기단계부터 성장단계 기업까지 ESG 목표에 관한 48개 측정지표를 통해 점수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영국 벤처캐피탈협회(BVCA)는 네트워크 구축 및 다양한 툴킷 제공 등을 통해 벤처캐피탈의 ESG 채택을 위해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탈의 ESG 도입 촉진을 위한 글로벌 사례]
이에 따라 ESG 요소를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내재화 하는 움직임도 해외 주요국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포착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탈사인 앤틀러(Antler)는 모든 투자결정에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를 토대로한 ESG 실사를 수행하여 위험 및 기회를 평가해 투자에 접근한다. 유럽의 그레샴하우스벤처스(Gresham House Ventures)는 SDGs로 자체 개발한 ESG 평가도구를 통해 투자 결과를 사전 매핑하여 LP와 해당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는 중이다.
투자 계약과 집행 과정에서도 ESG를 반영하는 벤처캐피탈사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아토미코(Atomico)는 피투자기업의 ESG 관행 개선을 위해 투자계약서(term sheet)에 ESG 조항을 포함시키거나 투자 시점으로부터 3개월 또는 6개월 이내에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을 수립하고 구현하도록 적극 요구하고 있다.
미국 텔스트라 벤처스(Telstra Venture)는 투자 집행 후 피투자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ESG 성과 평가 및 리스크를 추적하여, 경영진에게 적절한 정책수립을 요구한다. 영국 클린 그로우스 펀드(Clean Growth Fund)는 투자받기를 희망하는 기업에게 기후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하여 이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 의사결정의 일부로 반영하고 있다. 더불어 투자 집행 후에는 피투자기업에게 ESG 설문조사를 반영한 정기보고를 LP에게 공시할 것으로 요구한다.
이처럼 지난해 출자자의 요구로 벤처캐피탈 시장의 ESG화가 급물살을 타고 이니셔티브 및 협업, 내재화 등의 발판이 마련됨에 따라 올해 ESG를 고려한 벤처캐피탈 투자가 보다 확산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전체 벤처캐피탈의 5%가량이 임팩트펀드 투자의 형태로 ESG를 반영하는 등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미미한 상태다.
따라서 자본시장연구원은 ESG 관련 위험요소를 식별하여 투자대상을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향후에는 사후관리 측면에서 ESG 위험요인 관리를 강화하고 기업의 ESG 경영을 촉 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신생ㆍ중소기업에 대한 ESG 관련 데이터 부족으로 ESG 투자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가운데 벤처캐피탈의 ESG 투자 프로세스는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로써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ESG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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