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요 폭증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면서, 암호화폐를 둘러싼 에너지 이슈가 조명받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 및 거래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디지털경제 플랫폼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의 비트코인 에너지 소비지수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에 소모되는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약 204TWh로 이는 인구 7000만명의 태국의 전력 소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암호화폐 채굴은 주로 전기 요금이 낮은 저개발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실제, 지난 5월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가 취해지기 전까지 비트코인 채굴량의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중국 내 저개발지역인 내몽골과 신장 위구르지역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채굴 및 거래 금지 조치로 인해 채굴업자들이 개발도상국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전력망 과부하, 정전, 탄소배출증가 등의 에너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폭증한 개발도상국 전력수요,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안보에 큰 위협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센터/ Reuters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센터/ Reuters

중국의 암호화폐 금지 조치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은 정부 주도 하에 국민들에게 저가로 전력을 제공하는데, 이를 노리고 중국의 채굴업자들이 인접국인 카자흐스탄으로 대거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 카자흐스탄의 비트코인 채굴 비중은 1.4%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18%로 급증하면서 세계 2위의 비트코인 채굴국이 됐다.

급증한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카자흐스탄은 극심한 에너지 난을 겪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화력발전이 에너지 공급의 90%를 차지하는데, 채굴로 인해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노후화된 석탄발전소까지 최대치로 가동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15%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문제는 카자흐스탄이 화력발전소를 최대치로 가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폭증한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카자흐스탄 전국에서 지속적인 전력공급차단 문제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1월 카자흐스탄의 LPG가격이 폭등하면서 참다못한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에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고 시위를 폭력 진압하면서 에너지 문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이르추르크 주에서도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지난 1년간 전력 수요가 108%나 증가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전기요금이 세계 평균보다 약 6배 낮기 때문이다. 이르추르크 주 또한 급증한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정전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는 공공기관이나 민간시설의 전력망에 무단으로 연결하는 불법채굴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 수요반응과 잉여 에너지 활용의 핵심 역할 할 수도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은 부산가스를 활용해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한다./Crusoe Energy Sytem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은 부산가스를 활용해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한다./Crusoe Energy Sytem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에너지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이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것은 사실이나, 전력사용 시간대와 장소를 유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에너지 업계와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파트너십을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 라이엇 블록체인(Riot Blockchain)은 텍사스의 록스데일 지역에서 컴퓨터 12만대 규모의 북미 최대 채굴시설을 운영한다. 해당 시설은 무려 300MW의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유동적으로 활용할 경우 전력망의 수요 조정에 기여할 수있다. 따라서, 라이엇 블록체인은 지역 내 전력공급업체와 10년 단위의 수요공급(Demand Response)*계약을 맺고, 전력망의 수요에 따라 전력공급을 중단하거나 구매한 전력을 재판매한다. 그 대가로 이들은 킬로와트 시(Kwh)당 0.5센트의 요금할인을 받는다.

* 수요반응: 전력망의 수요에 기반해 사용자의 전력사용 패턴변화를 유도하는 행위. 피크시간 전력요금제, 긴급전력공급제한 등이 포함됨.

또한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Crusoe Energy System)은 2억 5000만달러(한화 약 2980억원)를 투자받아 45개의 이동식 컨테이너에 천연가스로 전력을 공급받는 비트코인 채굴 시스템을 수립했다. 이들은 이동식 컨테이너를 석유 시추시설에 보내 비트코인을 채굴한다.

석유 시추과정에서는 부산물로 부생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운송할 송유관이 설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가스를 연소(Flaring)하는 경우가 잦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메탄과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석유업체들은 그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다. 하지만,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은 부생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석유시추 과정의 온실가스배출을 감축하고 비트코인 채굴로 수익을 내면서 화석연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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