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라이트퓨전의 홈페이지 화면
퍼스트라이트퓨전의 홈페이지 화면

 

미국 MIT가 발간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지난달 '2022년 10대 혁신기술'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이 중 하나가 핵융합이었다. MIT에 따르면, 핵융합은 매우 저렴하면서도 항상 사용할 수 있고 탄소 배출도 없는 에너지원이다. 원자력 발전이 우라늄이나 플라토늄의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핵융합은 그 반대다. 수소가 헬륨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인데, 태양이 끝없이 에너지를 방출하는 원리가 바로 핵융합 때문이다. 

수십년에 걸쳐 수많은 연구자가 핵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투입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핵융합로를 건설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탄소중립 바람을 타고 핵융합 발전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에 자금과 기술지원이 몰리면서, 2030년에는 핵융합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이 가능할지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각) 영국의 한 스타트업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핵융합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퍼스트라이트퓨전(First Light Fusion Ltd.)'이라는 이름의 이 스타트업은 중국의 거대 IT기업 텐센트가 지원했다. 퍼스트라이튜퓨전은 핵융합을 연구하는 20여 개 스타트업 중 하나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융합된 원자를 고정시키는 기계를 만드는데 집중했지만, 퍼스트라이트퓨전은 반응을 촉진시키는 '연료'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색이다.

 

권총새우에서 고속 발사체 영감 얻어

퍼스트라이트퓨전은 기술자들이 ‘빅 프렌들리 건(Big Friendly Gun)’이라고 부르는 초고속 총을 이용, 초속 6.5km로 발사체를 연료 목표물에 발사해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극도의 밀도로 압축되고 가열된 골무 크기의 목표물 한 개가 2년 동안 영국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바트 마커스(Bart Markus)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상업적 핵융합으로 가는 진정한 경로를 확인했다”며 “핵융합은 값비싼 과학 실험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퍼스트라이트퓨전의 접근방식은 기존의 방식과 다르다. 기존의 방식은 대형 레이저를 스파크 플러그로 사용해 반응을 촉발시키는데, 이 스타트업은 고속 발사체를 사용한다. 퍼스트라이트퓨전에 따르면, 이 목표물의 디자인이 핵심 기술이라고 한다.

이 스타트업이 영감을 얻은 것은 권총새우의 큰 발톱이다. 발톱이 빨깧게 빛을 내고 있다/홈페이지
이 스타트업이 영감을 얻은 것은 권총새우의 큰 발톱이다. 발톱이 빨깧게 빛을 내고 있다/홈페이지

이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영감을 얻은 곳은 의외로 권총새우다. 권총새우는 큰 발톱을 갖고 있는데 매우 빠른 속도로 닫을 수 있다. 동작이 너무 빨라서 물속에 충격파를 발사하고 거품을 만드는데 이때 밝은 섬광을 발산한다. 퍼스트라이트퓨전은 권총새우의 발톱 대신 고속 발사체를 사용한다.

한편, 영국 원자력청 규제당국도 퍼스트라이트퓨전의 성과를 확인했다.

전통적인 핵분열로에서는 원자를 쪼개지만, 핵융합 발전소는 원자들을 태양보다 10배 더 뜨거운 온도에서 합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엄청난 양의 무탄소 에너지가 생겨나고 원자 폐기물은 배출되지 않는다.

이 스타트업은 최대 150MW의 전기를 생산하고, 30초마다 한 번씩 발사하며, 비용이 10억 달러(1조2000억원) 미만인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퍼스트라이튜퓨전은 중국의 텐센트 이외에도 영국의 IP그룹과 옥스퍼드과학이노베이션이 함께 후원하고 있다. 퍼스트라이트퓨전은 골무 크기의 연료 목표물을 각각 10-20달러에 제조할 계획인데, 연료 목표물을 이렇게 저렴하게 제조할 경우 효율성은 매우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곳은 현재 UBS투자은행과도 협력하고 있다. 

 

핵융합 스타트업에 3조원 이상 투자 몰려 

한편, 전세계적으로, TAE 테크놀로지스와 미국의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와 같은 민간 퓨전 스타트업에 30억 달러(3조6000억원) 이상이 투자되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2021년 핵융합기업에 유럽과 북미 연구자금이 25억 달러(3조원) 가까이 지출되었는데 이는 2020년에 4억 달러(4800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급증한 것이다. 

35억 달러(4조2658억원) 규모의 미국국립점화시설과 같은 실험실들은 수년 동안 금박을 입힌 값비싼 물질에 고에너지 레이저로 발사해서 핵융합을 유도해 왔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그에 반해, 퍼스트라이트퓨전은 레이저를 가스총으로 교체하고 연료의 귀금속을 다른 것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니콜라스 호커(Nicholas Hawker) CEO는 “이 같은 방식은 기존의 방식보다 1000배 정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