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에너지 독립’을 선언하면서, 회원국들은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정치적 상황과 에너지 의존도에 따라 '화석연료파', '재생에너지파', '원전파'로 나뉘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5일(현지시각) 연간 40억 유로(약 5조원)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5차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는 집행위가 지난 8일 발표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30년까지 에너지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방침에 따른 행보다.

EU는 전체 수입량을 기준으로, 석탄은 46.7%, 석유는 26.9%, 천연가스는 41.1%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만큼, 회원국의 서로 다른 대응 양상이 점점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1 화석연료파: 발트 3국과 동유럽

새로운 천연가스전 뚫고...석탄 발전소 수명은 연장

첫 번째 전략은 화석연료를 생산할 새로운 판로를 찾는 것이다. 집행위원회는 러시아가 아닌 생산국에서 수소·LNG·석유를 공동구매하기로 했다. 미국, 카타르,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이 대체 수입국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산유국인 캐나다도 석유 수출량을 5% 늘리기로 했다.

발트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은 가스 수급을 자체 충당할 계획이다.

라트비아의 천연가스 저장업체 코넥서스 발틱 그리드의 울디스 바리스 CEO는 “러시아산 가스를 4월 1일부터 더 이상 수입하지 않는다”며, 라트비아의 지하 저장시설에 보관된 가스 보유분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국가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가장 먼저 중단했다. 3국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하고,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러시아와 정치적 갈등을 빚어왔다. 

동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LNG 수입처를 찾고 있다. 올해 1월 서명된 ‘이스트메드(EastMed) 파이프라인’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그리스, 이스라엘, 키프로스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동부 지중해에 해저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남・동유럽은 이스라엘의 레비아단 해상 가스전에서부터 그리스까지 이어지는 1900km의 관을 통해 LNG를 보급받게 된다. 폴란드는 전체 발전량의 70%를 화석연료발전으로 생산하는데, 이처럼 동유럽 국가들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탈석탄을 지지하는 선진국들도 에너지 위기에 무릎을 꿇었다. 독일은 2030년까지 폐쇄할 계획이었던 석탄 화력발전소 사용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도 올해 9월에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17년 가스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환됐는데, 국내에서 다시금 가스전 탐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2 재생에너지파: 독일

재생에너지법(EEG) 강화...해상풍력으로 원전 10개 효과

두 번째 전략은 재생에너지 확대다. EU가 기후변화 이슈를 선도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은 기존 재생에너지법의 강화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해외 미디어 유렉티브에 따르면, 독일은 재생에너지법(EEG, Renewable Energy Sources Act)이 2030년 에너지 믹스 목표로 규정한 65%를 80%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독일은 해상풍력 발전을 통해 2030년 30GW, 2045년까지 70GW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된다. 소식통은 30GW는 원자력 발전소 10개가 생산한 전기량과 같다며, 재생에너지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수소도 수입한다. 독일 최대 에너지 그룹인 이온(E.ON)과 호주 재생에너지 기업 포테스큐 퓨처 인더스트리스(FFI)는 지난 29일(현지시각) 2030년까지 연간 500만 톤의 그린 수소를 호주에서 생산해 유럽에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로베르트 하벡(Robert Habeck) 독일 경제·기후부 장관은 이번 합의가 독일 산업계에 그린 수소 공급에 관한 중대한 진전 평가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을 기존 30GW에서 40GW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40GW는 영국의 모든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충당할 수 있는 용량이다. 

 

#3 원전파: 프랑스, 영국, 핀란드 

신규 발전소 짓고, 수명 연장...SMR과 핵융합 연구 박차

세 번째 전략은 원자력 발전을 통한 에너지 수급이다.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 강력한 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월 원자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다. 원자로는 2028년까지 6기를 새롭게 건설하고 2035년에는 가동을 시작하는게 핵심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원자로 8기를 더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프랑스 전력공사(EDF)에 원자력안전공단과 함께 원전의 수명을 50년 이상 늘릴 방법을 연구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탈원전 일정을 연장했다. 모든 원자력 발전은 2025년까지 중단될 계획이었으나, 2035년까지 가동시기가 연장됐다. 벨기에 녹색당도 탈원전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지만, 원전 연장 방안에 동의했다. 

영국 정부는 원전 발전 비중을 현재 15%에서 25%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핀란드는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여, 전체 전력 수요의 14%를 충당할 예정이다. 신규 원전은 핀란드에서 40년 만에 처음, 유럽 전역에서는 15년 만에 가동되는 것이다.

핵융합 연구와 SMR(소형원자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퍼스트라이트퓨전(First Light Fusion Ltd.)은 핵융합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영국 롤스로이스는 2035년까지 SMR을 10기 건설할 계획이다. 폴란드 대기업인 전기회사 ZE PAK과 신토스 그린 에너지는 SMR을 폴란드에 건설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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