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원자로의 내부 모습/픽사베이
사진은 원자로의 내부 모습/픽사베이

 

미국 에너지부(DOE)가 차세대 원전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프로젝트에 3600만달러(약 444억원)를 투자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 에너지부 산하의 에너지첨단연구프로젝트사무국(이하 ARPA-E)이 주도했는데, 일명 '온워드(ONWARDS)' 프로그램이라 불린다. ARPA-E는 고위험 에너지 연구를 지원하는 부서다. 

총 11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는데, 여기에는 빌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TerraPower)'를 비롯, 제너럴 일렉트릭 글로벌연구소 등이 포함돼있다.  

 

2030년 SMR 사용화 앞서 폐기물 문제 선제적 해결

미국은 왜 차세대 원전이 기술개발 중인 차세대 원전의 폐기물 처리에 수천만 달러를 쏟아붓는 것일까. 로이터통신은 "차세대 원전은 기존 원전보다 방사성폐기물을 적게 배출하지만, 훨씬 더 농축된 폐기물을 생산한다"며 "2030년 차세대 원전이 상용화되기 전에 폐기물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제니퍼 그랜홀름(Jennifer M. Granholm) 에너지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미국의 가정과 기업에 무탄소 에너지를 더 많이 공급하는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무탄소에너지로 불리는 원전에 대한 찬반 논란이 격렬한 이유는 '안전성 리스크'와 '방사성폐기물 리스크' 때문이다. 안전성 리스크란 체르노빌사건이나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 등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를 말한다. 일명 SMR(small modular reactors)이라고 불리는 소형모듈원전은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대형원전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방사성폐기물의 경우 아직까지 비용과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을 운영중인 곳이 없다. 원전을 운영하고 나면 '사용후핵연료'인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방사능 물질이 자연적으로 소멸할 때까지 수십만 년 혹은 수백만 년이 걸린다. 이를 안전하게 영구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큰 골칫거리다. 34개국의 원전 운영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3개국만 원전 영구처분시설을 짓고 있거나 부지 마련에 성공했다. 

이제 차세대 원전 상용화에 앞장선 미국이 지난 수십년 간 실행되지 않았던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에 관해 움직이겠다는 신호다. 미국은 차세대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의 핵심원료인 우라늄은 핵무기 개발의 단초가 된다. 

로이터통신은 "차세대 원자로는 20%가량 더 농축된 우라늄이 원료로 공급되며, 이는 기존 원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비확산 전문가들은 우라늄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려는 일부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폐기물 재처리 기술 관련 투자가 상업적인 것만은 아님을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정책 입안자들이 SMR의 폐기물 재처리 기술 과정을 모두 파악해, 핵무기 확산의 씨앗을 제거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빌게이츠 테라파워, 사용후핵연료 우라늄 추출 기술 개발로 105억 지원

한편, 이번에 선정된 11개 프로젝트에는 빌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가  포함됐다. 테라파워는 미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40억달러(4조9000억원) 규모의 첨단 SMR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24년부터 미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의 SMR인 '나트륨'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약 25만가구가 사용하기 충분한 전력량을 소화한다. 

로이터통신은 "테라파워가 850만달러 이상(약 105억원)를 지원받아, 고온에서 불소염의 휘발성을 활용한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우라늄을 안전하게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의 경우 재활용 금속 연료에 대한 혁신적이고 간단한 처리방법을 개발하는데, 200만달러(약 25억원)를 지원받는다. 캘리포니아의 오클로(Oklo)의 경우 사용후핵폐기물의 재활용 시설을 경제적으로 유지가능하게 하는 기술 연구에 400만달러(약 49억원)을 지원받는다. 

이밖에 폐기물을 고밀도 시멘트로 바꾸는 사업, 폐기물을 땅속 깊이 묻어두는 사업 등이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상원의원 마이크 크래포(Mike Crapo)는 “아이다호국립연구소의 핵에너지연구와 개발은 미국이 새롭고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청정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면서, “사용한 핵연료를 적절히 준비하고 제거하는 것 역시 중요하고, 이 프로젝트는 아이다호국립연구소가 차세대 핵에너지 연구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ARPA-E의 ONWARDS(Optimizing Nuclear Waste and Advanced Reactor Disposal Systems) 프로그램에 선정된 11개 프로젝트  

기관명

사업내용

지원금액

브리검영 대학교

(Brigham Young University)

사용후핵연료 폐기물을 줄이는 분리절차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연구

약 11억원

시트린 인포매틱스

(Citrine Informatics)

저장의 부담을 대폭 줄이는 내구성 있는 폐기물을 인공지능과 물리학적인 시뮬레이션으로 개발

약 38억원

딥 아이솔레이션

(Deep Isolation)

사용후핵연료와 폐기물 관리의 장기적인 비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성능의 표준을 정립

약 4억4000만원

제네럴 일렉트릭

글로벌 연구소

핵 재처리 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전보장시스템을 개발

약 55억원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재활용 금속 연료에 대한 혁신적이고 간단한 처리방법을 개발

약 25억원

오클로(Oklo)

사용후핵폐기물의 재활용 시설을 경제적으로 유지가능하게 하는 기술 연구

약 49억원

오라노(Orano)연방서비스

사용후핵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처리하는 시스템 개다

약 27억원

럿거스 대학

(Rutgers University)

사용후핵연료를 고밀도의 내구성 있는 내열 세라믹과 금속복합체로 변환시키는 간단하고 측정가능한 방법을 개발

약 49억원

렌셀러폴리테크닉대학교(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

차세대 원전 연료 사이클의 지속가능한 개발에서 아주 중요한 불소염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춤

약 7억5000만원

스토니 브룩 대학교

(Stony Brook University)

우라늄의 로딩을 줄이고 연료를 활용해서 차세대 원전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연구

약 42억원

테라파워(TerraPower)

고온에서 불소염의 휘발성을 활용해서 사용한 핵연료로부터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

약 105억원

 

※ARPA-E란?

ARPA-E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이 과학기술 최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공헌한 연구지원기관인 국방성 산하 고등방위연구국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모델을 기초로 2009년에 세워졌다.
ARPA-E 모델은 미국 111대 의회에서 에너지부(DOE) 안에 설립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만들었다. 석유소비 세계 1위 국가 미국의 외국산 에너지의 수입을 앞으로 10년 동안 20%까지 감소시키기 위한 고위험 · 고수익의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에너지기술과 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 △온실가스배출 증가 △좀 더 균형 잡힌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필요성 △에너지비용 상승 문제 등을 과학 · 기술 · 혁신을 통해 획기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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