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중앙은행 방끄 드 프랑스(Banque de France)가 세계 최대의 환경공시 시스템을 자랑하는 비영리단체 CDP를 통해 기업들에게 공시를 요청한다고 27일(현지시각) 은행측이 발표했다.
CDP에는 이미 유럽투자은행, 알리안츠, 악사(AXA),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Banco Santander), 프랑스의 크레디트 아그리콜( Crédit Agricole), 블랙록, HSBC, 뱅가드 등 유명 금융기관들이 가입한 상태지만 방끄 드 프랑스처럼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가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DP를 통해 기업들에게 공시를 요청하는 금융기관들은 자본시장 서명국(signatories)에 속하는데, 가입한 금융기관의 수가 680개 이상이고 자산 합계는 무려 130조 달러(16경4688조원)가 넘는다. 그런데, 이번에 중앙은행까지 가입함으로써 그 파급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시가 106조 달러(13경4284조원) 규모의 상장기업 1만440개에 대해서 CDP는 올해 기후변화, 산림, 수질보안에 관한 설문지를 기업들에게 보내면서 정보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 3월에 설문지가 여러 기업의 이사회에 전달됐기 때문에 방끄 드 프랑스의 경우에는 내년에 CDP에서 공개 요청이 갈 예정이다.
CDP가 기업들로부터 수집하는 데이터는 ESG투자자들에게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대출 및 블룸버그, STOXX, CPR자산관리, 유로넥스트, FTSEㆍRussell, MSCI를 포함한 투자상품, 기타 ESG등급, 데이터 제공자에 대한 연구에도 널리 사용된다.
방끄 드 프랑스는 이번에 CDP에 가입함으로써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환경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방끄 드 프랑스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간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21년에 유럽 시장 가치의 약 75%를 차지하는 기업들을 포함해서 약 3200개 기업들이 CDP의 공시시스템을 통해서 환경데이터를 보고한 상태다.
방끄 드 프랑스의 사무차장 알렉상드르 고티에(Alexandre Gautier)는 “방끄 드 프랑스는 환경공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CDP의 조치를 지지한다”면서, “CDP 데이터는 넷제로에 대한 우리의 투자전략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러한 데이터는 기후변화 고려사항을 우리 은행의 신용등급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방끄 드 프랑스는 모든 이니셔티브를 잘 모니터링하고, 금융시스템에 맞서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후변화센터까지 설립했다. 이 센터는 녹색금융을 위한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간 글로벌협의체인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일명 녹색금융협의체)’의 중요 문제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NGFS는 100개 이상의 중앙은행과 감독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네트워크로,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인 대응을 강화하고, 저탄소투자 및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한편, CDP의 글로벌 이사, 로랑 바비키안(Laurent Babikian)은 “우리는 방끄 드 프랑스가 680개 자본시장 서명자 그룹에서 최초의 중앙은행으로서 환경데이터에 대한 시장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 기쁘다”며, “환경데이터는 방끄 드 프랑스가 파리협정에 따라 투자를 조정할 때 유용하다. 이번 가입은 전 세계 다른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선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DP 뱅크 프로그램, 금융사들이 개별 기업들에 CDP 보고 요청
한편,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에는 도입된 CDP의 뱅크 프로그램(Bank Program)을 통해 기업들은 은행을 통해서도 CDP 보고를 개별적으로 요청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말 BSI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연구원은 "넷제로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금융사들을 포함, RE100 가입 기업, 뱅크 프로그램(Bank program), NZAMI(넷제로 자산 매니저 이니셔티브) 등도 CDP 질의서를 답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뱅크프로그램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는 도입됐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도입되지는 않았다. 금융배출량, 즉 포트폴리오의 온실가스 배출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투자대상 혹은 대출 기업들의 배출량이 매우 중요하다보니 금융사들이 개별적으로 기업에게 요청해서 보고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연구원은 "뱅크 프로그램은 국내에서도 도입될 예정"이라며 "이제 비상장사와 중소중견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CDP 보고를 개별적으로 요청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022년 질문사항에는 기존의 질문항목 외에 생물다양성 모듈이 하나 더 추가되고 6개의 새로운 질문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거버넌스(기후전환계획), 전력(RE100 질문), 온실가스 배출 인벤토리, 에너지(바이오연료) 등의 일부 수정내용 등이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