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를 주도하는 IOP 사이언스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와 폭염의 상관관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프라 등 사회적인 비용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고 있어, 기후 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리데리케 오토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그랜텀 연구소의 기후위기 및 환경 교수는 “몇몇 극단적인 사건의 이유가 기후위기로 귀결되면서 어떤 측면에선 기후위기가 과대평가되고 있는 반면, 기후위기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비경제적인 비용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폭염·폭우·가뭄·산불·열대성 사이클론 등 5가지 극단적인 기상 현상과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 빈도가 증가했다/ 'Extreme weather impacts of climate change: an attribution perspective' 논문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 빈도가 증가했다/ 'Extreme weather impacts of climate change: an attribution perspective' 논문

그 결과 폭염의 경우 기후위기가 미치는 영향은 명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는 전 세계 모든 대륙의 평균 기온 상승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극단적인 기온 상승 현상도 마찬가지다.

가뭄, 홍수, 열대성 저기압과 같은 다른 현상은 기후위기와 약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는 인간이 일으킨 기후위기로 인해 가뭄이 심해지는 게 확실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기후위기가 미친 영향이 없거나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현재 폭염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MDAT 재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34번의 폭염으로 15만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지난 3일 폭염으로 첫 사망자가 나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7월 2일 집계된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상 온열질환자수는 모두 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명)보다 203명이 늘었다. 폭염 경보도 지난해보다 16일이나 빠르게 발효됐다.

그러나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가 폭염에 미치는 영향과 그 영향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 오토 교수는 “우리가 폭염을 극적으로 과소평가하는 한 가지 큰 이유는 폭염 기간 동안 길거리에 쓰러지는 사람이 없거나 극소수의 사람만이 쓰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사망자는 폭염으로 인해 기존 질병이 급성화되면서 사망에 이르러 데이터에 집계되지 않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오토 교수는 사람, 인프라 및 주요 경제 부문의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재해의 경제적 손실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원인으로 봤다. 보수적으로 봤을 때 21세기 이후 기후가 미친 경제적 손실을 추정하자면 약 2조 2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현상의 원인을 전부 기후위기 탓으로 돌리면서, 높은 빈곤율·사라진 인프라·사라진 의료 시스템과 같은 재난의 지역적 동인에 대해서는 논의가 줄어들었다는 지점이다. 기후위기 외의 측면에서 보이는 취약성은 기후위기와 관계가 없는 가뭄도 재앙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오토 교수는 “우리가 당장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한다 해도 기후위기가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모든 결과에 대한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짚는 건 기후위기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며, 실제로 이런 위협에 대처하고 복원력을 향상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프랜시스 무어 캘리포니아대 환경경제학 교수는 “지난 몇 년간 과학계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와 극단적인 사건들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노력해 왔고,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후위기만 원인이 아니라는 점은 동의한다”면서 “기후라는 평균 조건의 변화는 사망률, 농업, 근로자 생산성 및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런 변화의 총합이 극단적인 사건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토 교수는 “우리는 ‘아무도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데서 출발해 이제는 ‘기후위기가 모든 원인이다’는 쪽으로 넘어왔다”며 “이번 연구는 현실이 다소 혼란스럽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응과 복원력 구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기후위기와 그 외의 요인을 잘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기후위기 #폭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