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WMO)가 발간한 '2021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4대 핵심 지표인 온실가스 농도,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 산성도 등이 모두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가뭄, 홍수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극심한 기후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 빙하 붕괴로 인명 피해 발생
이탈리아 북동부 알프스 산맥의 정상에 있는 빙하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붕괴되면서 6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빙하학 교수인 폴 크리스토페르센은 "이번 사건은 기후변화와 직결된 최악의 참사"라며 "마르몰라다와 같이 높고 가파른 빙하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온도가 섭씨 0도 이하로 지속되야 하지만 당시 빙하는 섭씨 10도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최고 기온을 기록한 바로 다음 날에 발생했다.
이탈리아 빙하 연구소 마시모 프레초티 소장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마르몰라다 봉우리에 있는 얼음의 80%가 녹았다"며 "1980년 이후부터 빙하가 녹기 시작했지만 녹는 속도가 20년 전에 비해 두세 배 가까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이상 기후 현상은 올해부터 계속 이어졌다. 지난 6월에는 역대 최악의 가뭄이 이탈리아를 덮치면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강물 아래로 침몰했던 선박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 날씨 고온 현상으로 뱃머리 일부가 강 위로 보이긴 했지만 전체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최초다.
밀라노를 비롯한 이탈리아 주요 지역의 기온도 최대 40도 가까이 치솟자 이탈리아 총리 마리오 드라기는 일부 지역에 기후 비상 상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기후 위기로 피해를 입는 지역 생산자와 주민들을 지원하고자 함이다.
650㎞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포 강의 상류 표면이 마르면서 인근 지역에 있는 농작물과 농업 생산에 큰 피해를 주었다. 이탈리아 농업단체에 따르면, 극심한 가뭄으로 이탈리아 농산물 생산량의 30%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리오 총리는 지역의 기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등 5개 주에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3650만 유로(약 493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후 비상사태는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포르투갈, 역사상 최대 건조할 것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1200년 역사 상 가장 건조한 기후를 겪을 것이며, 식량 생산, 관광 등 지역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들어오는 습한 날씨 전선이 차단돼 강우를 막게 되면 기후가 급격히 건조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동안 스페인과 포르투갈에는 대서양으로부터 오는 습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지만 해안가 주변에 있는 아조레스 고기압이 강해지면서 저기압 전선의 기류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아조레스 고기압으로 유럽 남쪽 겨울의 월평균 강우량을 약 3분의 1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1850년 기상 데이터와 기후를 복제하는 컴퓨터 모델을 분석한 결과, 아조레스 고기압이 평균 10년에 한 번 발생했지만 1980년 대 이후에는 4년에 한 번으로, 고기압 발생 주기가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기압 영향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있는 저기압 기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쪽에는 폭우가 내리고 습한 날씨가, 남쪽에는 건조한 날씨가 강해질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아조레스의 고기압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를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라고 꼽았다. 아조레스 고기압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제로(0)가 될 때까지는 계속 발생할 것이기에 이베리아 반도의 가뭄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의 캐롤라인 엄멘호퍼 박사는 "아조레스 고기압의 발생 주기가 이례적으로 짧아졌다"며 "이베리아 반도와 지중해가 상대적으로 건조해지면서 아조레스 고기압이 야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리아 반도는 최근 몇 년간 폭염과 가뭄이 가중되고 있으며 올해 5월 스페인은 역사 상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환경론자들은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은 산불 발생 가능성을 10배 이상 높였다"며 "스페인에서 가장 긴 타구스 강은 완전히 마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포도, 오렌지, 토마토 등 농산물을 주로 생산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올리브 생산지다. 그러나 스페인의 강수량은 1950년 이후 매년 5-10mm씩 감소하고 있으며, 2050년 말까지 겨울 강우량이 10-20%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식량 위기를 초래할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석탄 사용량 줄이고 수력 발전 기울인다
한편 이같은 이상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석탄 사용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대비 석탄 수입은 14%, 액화천연가스는 20%가량 줄었다.
지난해 5-6월에 있었던 극심한 더위 속에서 중국 지방 정부들은 공장 전원을 의무적으로 차단하기도 했다. 광둥성 지역은 전력 소비가 전년보다 15% 감소해 약 460만 톤의 석탄을 절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으로 중국 남부에서 비가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내릴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수력 발전을 늘리기 위해 저수지에 잠긴 비를 양쯔강 지류에 물을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력 발전으로 중국의 전력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18% 증가했으며, 중국 내 화력 발전 사용량은 2016년 이후 지난 5월 말까지 연간 3.5% 감소했다. 수력은 중국에서 가장 탄소가 적으며, 태양광, 풍력, 원자력을 합친 만큼 주요 에너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에너지에 비해 에너지 발전이 적은 편에 속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우기 시즌이 없다면 전 세계 에너지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중국의 강우는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고 석탄 수입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은 "중국이 화력발전소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했다면 2700만 톤의 석탄을 소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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