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대기업 가즈프롬이 EU에 가스 공급을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EU 내 석탄발전을 다시 고려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독일, 폴란드, 불가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등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가즈프롬은 지난주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가즈프롬은 가스 공급량 감축 이유로 기술적 문제를 언급했다. 러시아 제재로 캐나다에서 터빈 부품을 조달받지 못하면서, 파이프라인 가동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CEO는 EU 가스 공급을 줄인 이유에 대해 “우리의 규칙을 따라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은 “이 조치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며 EU를 불안하게 만들고 기름값을 인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스 공급 중단에 독일은 석탄 발전을 다시 늘리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길면 2년까지 가동 중단했던 석탄발전소에서 임시로 최대 10기가와트 전력을 다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천연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스 공급에 경매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한 긴급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소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긴급 법안이 마련되면 독일의 석탄발전은 40GW를 넘어서게 되며, 전체 전력생산의 3분의 1을 석탄으로 발전하게 된다.
독일은 4GW를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 3기도 있지만 올해 말까지 폐쇄할 예정이다. 애초 이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기술적 장벽과 안전상의 문제가 너무 커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다. 가정의 30%가 난방용으로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체 발전량의 15%를 천연가스로 생산한다. 러시아는 독일 천연가스 사용량의 55%를 공급하고 있었다. 러시아 가스 공급이 줄어들면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천연가스 수입처를 전환했지만, 줄어든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로버트 하벡 경제부 장관은 “가스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심각하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을 부추기면서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고 분열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면 겨울철을 앞두고 천연가스 보유량을 56%에서 90%까지 높일 수 있다. 하벡 장관은 “가능한 한 많은 가스를 저장해놓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그렇지 않으면 겨울에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또 천연가스 소비를 줄이는 기업에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 끊긴 유럽
네덜란드 등 “석탄 발전 재가동하겠다”
네덜란드도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위기를 ‘조기 경고’ 단계로 격상하고 석탄 화력발전소의 생산 상한선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러시아로부터 가스의 15%를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소비를 줄이고 다른 나라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지만 올 겨울 여전히 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는 상황이다.
네덜란드는 2030년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발전소 생산능력을 35%로 제한한 바 있다. 가스 발전도 중단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에너지 제한으로 석탄과 가스 모두 재발전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네덜란드의 천연가스 탱크는 약 48% 차 있다. 겨울 전 80%를 채우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5월 민간 기업이 가스 탱크를 채울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정책도 발표한 바 있다.
가스 공급 중단 통보를 받은 이탈리아도 석탄 화력 발전 재가동을 보류하고 있다. 이탈리아 석유기업 에니는 가즈프롬으로부터 요구한 가스 중 절반만 공급 받아 3일 연속 가스 수요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전력의 40%를 천연가스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사용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주 중반까지 가즈프롬이 가스 공급량을 복구하지 않는다면, 비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까지 폐쇄될 예정인 석탄발전소 6기 생산량을 늘려 이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덴마크 또한 러시아 가스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안보에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 덴마크는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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