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ESG 시장이 급변하면서, 관련 기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7일 열린 한국거래소의 ‘KRX ESG 포럼 2022’에서는 ESG 정보공시 의무화 시점, ESG 보고 가이드라인, ESG 평가, 국민연금의 ESG 투자 등에 대한 향후 전망이 여럿 제시됐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ESG 정보공개 확충을 위해 하반기에는 평가등급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등 ESG 포털을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공시표준들을 참고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시 활용할 수 있는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ESG지원부를 신설했다. 2020년 유가증권 시장본부 공시부에 있던 ESG공시사업을 분리해 기업 지원부 내에 ESG전담팀을 꾸렸는데, 이를 ESG지원부로 승격 신설했다. 2개팀 중 지원팀은 국내 상장법인의 ESG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관련 제도를 수립하고, 공시팀은 ESG보고서(지배구조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팀으로 상장사들의 교육과 행사, 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그만큼 향후 ESG에 관한 업무가 많아질 것으로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포럼에선 나온 ESG 핵심 쟁점을 정리해봤다. 

7일 열린 한국거래소의 ‘KRX ESG 포럼 2022’에서는 ESG 정보공시 의무화 시점, ESG 보고 가이드라인, ESG 평가, 국민연금의 ESG 투자 등에 대한 향후 전망이 여럿 제시됐다. /한국거래소
7일 열린 한국거래소의 ‘KRX ESG 포럼 2022’에서는 ESG 정보공시 의무화 시점, ESG 보고 가이드라인, ESG 평가, 국민연금의 ESG 투자 등에 대한 향후 전망이 여럿 제시됐다. /한국거래소

 

#1. ESG 정보공시 의무화, 2025년 이전인가 이후인가 

유럽연합과 미국의 지속가능성 정보공시 의무화 도입이 당장 2023~2026년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첫 보고시점이 2024년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공시 의무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자본시장법)’을 대표 발의하며, ESG 사항을 2024년부터 사업보고서의 의무적으로 기재, 공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구체적인 공시내용과 적용 대상기업에 대해서는 국제 표준과 기업 준비상황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2026년에는 상장기업 전체로 공시 의무화를 전면 시행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은 공시 의무화 시점을 “2025년 이후”로 못박았다. 금융위는 지난해 1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포럼 첫 발표자로 나선 한국거래소 이원일 부서장은 글로벌 ESG 보고표준인 ISSB의 한국버전인 KSSB 공시기준 제정과 관련해,  “요구하는 공시 내용이 방대해 기업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적용 의무화 전까지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아무리 빨라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는 시기(2025년 예정) 이후에 기준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2. ESG 정보공시 사업보고서에 포함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ESG 정보공시를 사업보고서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도 핵심 쟁점사항이다. 이날 한국거래소 이원일 부서장은 “모두 사업보고서에 기재하기보다는 기업 부담을 고려해 명확한 검증이 가능한 일부 핵심사항은 사업보고서에, 공시사항 전반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상장기업은 매년 3월 사업보고서를 통해 재무정보를 공시하는데, 이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시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자율공시이기 때문에 공시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이 현재는 없다. 자율공시에 한계로 인해, 매년 100여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왔지만 거래소에 보고서를 공개하는 기업이 20개에 불과하다고 지난해 1월 금융위가 밝히기도 했다. 기업들로서는 ESG 공시 의무화도 부담스러운데 이를 사업보고서에 포함시킬 경우, 자칫 법적인 리스크를 지게 될까봐 꺼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앞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용우 의원은 사업보고서에 ESG 정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국회계기준원 또한 ESG 공시가 사업보고서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ISSB의 초안 또한 일반목적 재무보고의 일부에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포함시켜 공시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보고서를 지속가능성(ESG) 정보를 포함시키려면, 법적인 개정작업이 필요하다. 

 

#3. ESG 정보 보고 표준화는 어떻게 이뤄지나

공시 정보에 포함될 보고 항목을 무엇으로 통일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원일 부서장은 “현재 거래소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에 공시 권고지표 21가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종합적 ESG 정보를 폭넓게 담고 있지 않아 활용도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SEC(미 증권거래위원회), ESRS(EU 재무보고자문그룹의 기준) 등 글로벌 표준 제정안 중 공통사항을 추출하고, 일부 중요사항을 추가해 기업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할 때 차용하는 권고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SG정보를 이용하는 평가기관 및 증권사에서도 공통된 목소리로  ESG 보고 표준화를 요구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토론에서 “ESG 공시표준은 투자자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증권사는 ESG보고서를 적시에 만들어 기관투자자와 기업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은 “평가기관별로 상이한 평가기준으로 기업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평가 기준에 대한 표준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ESG 평가기준의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 본부장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용도에 맞게 평가결과를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며 “ESG평가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ESG 정보보고 표준화 및 공시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규제기관에서 ESG 정보보고 항목을 표준화하고, 기업들에게 공시 의무화를 강제하지 않을 경우, 지금과 같은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난립한 ESG평가기관들이 부족한 공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투명한 평가방법론을 적용함으로써, 시장 신뢰가 하락하는 ‘악순환’ 구조는 이미 EU에서 지속적인 문제로 제기되어오고 있다. 

한편, ESG 정보공개 범위와 관련해서도 윤 본부장은 “국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이 마련되면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4. 국민연금의 ESG 책임투자, 어떻게 되나 

국민연금의 ESG 책임투자 또한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정권이 바뀌고 국민연금 수장의 공백이 이어지면서 ESG 투자 기조가 쇠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기 때문이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올해 ESG 통합전략 적용 자산군을 해외주식과 해외채권까지 확대하면서, 운용자산의 절반에 책임투자를 적용할 방침”이라며, “전체 자산의 50%가 넘는 자산에 대한 책임투자가 적용될 것”이라고 관련 기조에는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는 ESG 통합(integration)전략, 도입을 준비중인 스크리닝(Screening, 선별투자), 의결권 행사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주주활동)가 있다.

이 실장은 “평가기관 자료를 쓰는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에 데이터를 넣어서 고유한 ESG 등급과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며 “평가 대상 기업은 1000여개가 넘고 반기에 한번, 1년에 두 번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평가체계는 14개 항목, 61개 지표로 구성된다. 이 실장은 “ESG점수나 등급이 낮으면 따로 연락을 할 것”이라며 “연락이 안 오면 좋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ESG 스크리닝도 도입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ESG 관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산업이나 기업군을 제외하는 일명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을 발표했고, 이후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곧 실행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 실장은 “정기평가 시에서도 책임투자 보고서를 보고 가점을 부여하는 등 위탁운용사 선정과 모니터링에도 책임투자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기업 중점관리사안도 기존의 5가지에서 7가지로 늘어난다.

지배구조 중심의 주주활동을 환경, 사회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횡령 및 배임 등 법령상 위반 우려, 지속적인 반대의결권 행사, 정기 ESG평가결과 하락 등이었으나, 여기에 기후변화, 산업안전 2가지가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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