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뉴욕총회에서 세계은행과 미국 행정부 간 신경전이 화제가 됐다. 세계은행 데이비드 말패스 총리는 기후위기를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라며 질문을 피하면서, 기후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졌다.

지난 6월 UN 오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존 케리 기후특사
지난 6월 UN 오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존 케리 기후특사

미국 존 케리 기후특사는 21일 열린 UN 뉴욕총회에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선 자금을 분배하는 은행의 역할이 중요한데, 개발도상국에는 충분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직접적으로 세계은행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기후 정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케리 특사는 그러면서 1944년 브레튼 우즈 협정의 결과로 설립된 IMF와 세계은행 그룹을 포함한 금융기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는 “우리는 명백하게 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마음 먹은지 꽤 흘렀다”며 “다국적 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세계은행 총재를, 유럽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선출한다. 미국은 세계은행의 최대 주주이며, 세계은행에 거부권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회원국이다.

UN 뉴욕총회에서 세계은행 데이비드 말패스 총재에 대한 비판은 거세졌다. 활동가들과 월스트리트는 다국적 은행에게 청정에너지 사업을 가속화하고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일 엘고어 전 부통령은 세계은행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말패스 총재의 발언도 화제가 됐다. 21일 토론회에서 말패스 총재는 “인간이 주도하는 지구온난화를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라며 거듭 대답을 피했다. 3년 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인위적인 배출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모르겠다”며 답변을 피한 것과 겹치며 논란이 확산됐다. 환경 연구단체 E3G의 소니아 던롭은 “기후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며 “사실을 인정하고 분명히 행동하는게 중요하며, 세계은행은 기후변화를 위한 세계 투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말패스 총재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라는 점도 비판을 부추기고 있다. 전직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2019년 5년 임기로 세계은행 총재를 맡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한 기후 입장과는 대조되는 발언을 하면서, 정치적 긴장관계까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말패스 총재의 발언이 나온 후 미국 재무부는 “세계은행이 기후 목표 달성과 개발도상국 기후 자금을 대폭 지원해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기후변화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규제당국에 기후변화가 금융시장에 미칠 위험에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말패스의 발언이 백악관 내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으며 미 행정부는 이 문제를 좀 더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존 케리 기후특사는 “세계은행 그룹의 리더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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