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옥스팜(Oxfam)은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후 관련 자금 중 40%가 부정확하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세계은행(World Bank)이 2020년에 기후 금융에 지출했다고 보고한 213억달러(약 30조4000억원)의 기후 금융을 조사했으며 그중 172억달러(약 24조6000억원)는 은행의 양대 대출기관인 국제개발협회(IDA)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 의해 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팜은 172억달러 중 최대 70억달러(약 9조9960억원)는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기후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기후 금융'
‘기후 금융’은 개발도상국에 보조금과 대출의 형태로 제공되는 자금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기후 위기의 영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금이다. 이는 다음 달 이집트에서 열리는 유엔의 기후정상회담인 COP27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선진국들은 기후 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대해 ‘손실과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는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합의를 이행한 나라는 덴마크밖에 없다. 가난한 나라들은 부유한 나라들이 2020년부터 약속한 연간 1000억달러의 기후 금융을 제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제공되는 돈의 70% 이상이 대출 형태로 제공되어 가난한 국가를 더 부채에 빠뜨릴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은행의 기후 금융 활동의 문제점 중 하나는 많은 프로젝트가 기후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단지 기후와 관련된 요소를 일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나 병원이 건설 중이라면 극한 날씨의 영향에 더 잘 견디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짓는 식이다. 이는 기후 위기에 놓인 국가에 필수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프로젝트의 요점은 기후가 아니라 개도국의 ‘공동 이익’에 맞춰져 있다.
옥스팜의 국제 기후 정책 책임자인 나프코테 다비(Nafkote Dabi)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기후 금융의 실제 가치를 확신할 수 없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은행이 기여도를 크게 부풀릴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의 반박 입장
세계은행은 옥스팜의 주장을 반박했다. 세계은행 대변인은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공동 이익은 공동 다자 개발은행(MDB) 방법론을 사용하여 계산된다. 우리는 방법론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해 엄격하고, 기후 행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 몫에 대해서만 공동 이익을 할당한다”라고 전했다.
대변인은 또한 “세계은행은 2022년에 은행 이사회에 제출된 프로젝트에 기후 행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317억달러(약 45조2600억원)의 기금을 제공해 기후 지출을 늘렸다”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빈곤을 완화하거나 개발을 장려하는 것은 국가들이 극단적인 날씨의 영향에 더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지출이 기후와 관련되어 있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옥스팜은 “은행의 회계 방식은 훨씬 더 투명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비는 “이 감사는 일부 기후 금융 주장이 단순히 그린워싱일 수 있다는 위험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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