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참여한 모든 국가는 2022년 말까지 2030년 목표를 재검토하고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COP26에서 정한 제출 기한인 지난 23일(현지시각), 193개국 중 19개국만이 이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호주의 계획은 올해 안에 더 많은 배출량 감축으로 이어지고, 인도네시아의 계획은 목표가 더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싱크탱크 E3G의 발표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싱크탱크 E3G의 기후외교 연구원인 톰 에반스(Tom Evans)는 193개국의 기후 목표를 검사한 결과, “전체적으로 매우 실망스럽다”라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올해 초점이 이행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며, 이는 우리가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기후 목표를 지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가격을 기록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녹색 법안 패키지를 궤도에 올려놓았다”라고 평가했다.
EU의 3개 주요 기관인 EU위원회, EU의회 및 EU이사회는 모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목표를 높이는 데 동의했다. 이는 EU의 목표인 배출량 55% 감축을 2030년 말까지 몇 퍼센트 더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반스는 “모든 국가가 매년 새로운 목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면 목표를 설정하는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호주, 브라질, 이집트…기후 목표 업데이트 완료한 국가들
기후 계획을 분석하는 CAT(Climate Action Tracker)가 기한 내 제출한 나라들의 기후 목표를 확인한 결과, 호주, 브라질, 이집트가 목표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베트남, 이란 등은 아직 제출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COP26 이후, 18개의 새로운 기후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5월 총선에서 노동당과 다수의 무소속이 큰 승리를 거둔 후 업데이트된 것이다. 토니 알바레즈(Tony Albanese)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2005년 대비 2030년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는 여전히 미국, EU 및 영국이 설정한 목표보다 뒤떨어져 있으며 CAT 역시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탄광과 확장, 대규모 액화 천연가스 개발을 계속 지원하는 것이 요인으로 지적됐다.
브라질은 2016년에 제시한 것보다 더 약화된 목표를 내세웠다. 이 계획은 브라질 아마존의 삼림 벌채가 최고 기록에 도달하면서 변화한 것이다. 에반스는 "보우소나로 대통령 아래서 제정된 ‘국가별 감축목표(NDC)’ 는 본질적으로 ‘그린워싱’이었다"며 "그들은 목표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국내 정책을 추구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아프리카 대륙 소비의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이집트는 배출량 감축에 대한 전반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고, 일부 설정한 목표조차 국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CAT는 올해 기후 회담을 주최하는 이집트에게 ‘매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세계 3위의 배출국인 인도는 2030년까지 국가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족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같은 해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배출량을 전년 대비 45% 낮추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전체 탄소 발자국을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서 지켜봐야 할 듯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2030년 목표를 29%에서 31.89%로 조정해 배출량을 ‘무조건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CAT는 “인도네시아의 기준보다 시나리오가 부풀려졌다는 환경 운동가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인도네시아는 계속해서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탄소 배출량을 68% 줄이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기후부 그레이엄 스튜어트(Graham Stuart) 장관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주요 경제 중 가장 야심찬 목표"라고 강조했지만, 영국의 새 총리 리즈 트러스(Liz Truss)가 화석 연료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기후 목표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계획을 업데이트 하지 않은 한국, 베트남, 이란
기후 목표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일부 국가들은 COP27 직전에 발표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보고서에 포함시킬 새로운 목표를 제때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와 터키의 계획서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베트남, 이란, 러시아,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해 한국도 새로운 목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의 국제기후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Climate Initiative) 책임자 데이비드 와스코우(David Wasko) 소장은 “글래스고 협약의 요지는 ‘우리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최소한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기회를 많이 놓치기도 했다. 훨씬 더 강력한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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