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회계감사원, "탄소 누출 위험성 적은 업종부터 무상허용량 줄여야"
EU, 내년부터 무상할당 대상업종 175개에서 50여개로 축소

유럽 회계 감사원(ECA)가 “배출권 무상할당이 탈탄소 이행 속도를 제한다고 있다”고 밝혔다./픽사베이
유럽 회계 감사원(ECA)가 “배출권 무상할당이 탈탄소 이행 속도를 제한다고 있다”고 밝혔다./픽사베이

 

 “배출권 무상할당이 탈탄소 이행 속도를 제한다고 있다.”

유럽 회계 감사원(ECA)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유럽연합(EU)의 기후정책과 강력히 연계해 탄소 감축에 속도를 붙여야 하는데, 몇몇 업종에 무상할당을 하면서 탈탄소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마찬가지로, 유럽 ETS에서도 탄소 배출권을 따로 구매하지 않는 ‘무상할당’ 업종과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유상할당’ 업종으로 나뉜다. 원래 '오염원인자 배출책임 원칙'에 따라 배출권은 유상할당이 원칙이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규제가 적은 국가·지역을 찾아 이전하는 '탄소누출'을 막기 위해 일부 업종은 무상할당해왔다. 

현재 269개 업종 중 175개 업종이 무상으로 배출권을 지급받고 있다. 특히 항공사 등 탄소 배출권 구매가 부담으로 작용해 국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는 업종에게 배출권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일종의 회유책으로 배출권을 무료로 지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유럽회계감사원(ECA)는 보고서를 통해 무상할당 제도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둔화시킨다고 밝혔다. 사모 제렙 감사관은 “배출권이 무료로 제공될수록, 탄소를 제거하는데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며 “ETS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누출 위험성이 적은 업종부터라도 무상 허용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탄소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5%를 차지한다. 

 

EU, 내년부터 무상할당량 줄일 계획

올해 배출권 거래제(ETS) 규정 개정에서 무상할당 비율을 낮추는 안이 개정되면, 상황이 좀 달라질 전망이다. 

EU는 내년부터 시행될 ETS 4기를 맞으며 무상할당량을 줄일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체 배출권의 40%에 해당하는 무상할당량을 점진적으로 철회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상할당 대상 업종을 175개에서 50여 개로 축소할 계획인데, ECA는 “규정이 강화된 건 사실이지만, 이 계획도 더디다”며 우려를 표한 것이다. 

ECA의 이런 비판을 의식한 EU는 무상할당량을 줄이게 된다면, 탄소세 도입도 함께 추진할 것을 암시했다. 발디스 도브롭스키 EU 집행위원장은 “배출권 무상할당은 기본적으로 오염을 전제한 것”이라며 “EU 회사는 오염을 저지르고 있는데, 타 국가의 회사에게 같은 명분으로 세금(탄소세)을 부과하는 상황을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탄소 배출량 조절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 무상할당량을 줄일 순 없다”고 말했다. ETS 내 탄소 배출권 무상 할당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세 도입도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마커스 베이어 비즈니스 유럽 사무총장 또한 “무상할당을 유지하는 탄소세 도입으로 유럽 기업들이 ‘이중 이익’을 얻을 순 없다”며 동의했다. 다만 “탄소세 도입 없이 무상 할당량을 줄이게 되면 자국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무상할당량을 모두 없애는 것에는 반대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의결되면서 유·무상할당 업종이 재조정된 바 있다. 특히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무상할당이었다가 유상할당으로 바뀐 자동차 업종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부담해야 할 배출권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유·무상할당 선정 기준을 알려달라”며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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