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를 아시나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ance)의 줄임말입니다. 기업 비재무정보의 핵심요소 세 가지입니다. 근래 전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를 ESG로 꼽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아직 ESG는 생소합니다. 용어도 많고 기준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IMPACT ON은 '줌인 ESG’ 코너를 통해 ESG를 둘러싼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기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온실가스 배출권 선제대응했더니 피해만 입게 생겼다."
내년부터 시행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3차 시행시기'(2021~2025년)를 앞두고, 지난 15일 환경부에선 개최한 온라인 공청회에서 쏟아진 불만이다.
2015년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해, 실제 배출량이 이보다 적거나 많을 경우 그 여분 또는 부족분을 거래하는 제도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에 ‘배출권’이라는 라벨을 붙여 시장에서 거래하는 식이다. 각 업종마다 온실가스 허용치에 비례해 배출권을 할당받는다. 정부가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에 무료로 배출권을 배분하는 무상할당과 배출권을 구매해야하는 유상할당이 있다.
환경부는 이달 내에 최종 계획안 확정짓겠다는 방침이지만, 기업 참가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이날 환경부는 상당수의 의견과 질문에 대응하지 않았고, 현재 공청회 영상도 삭제된 상태다.
외부사업 통한 탄소 감축 인정 비율 '반토막'
기업들 "선제 대응했는데 오히려 피해 입어"
이번 공청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부분은 배출권 할당량과 관련된 ‘상쇄’ 부분이다. '상쇄'란 기업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어려울 경우 외부사업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이를 '상쇄' 명목으로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은 개발도상국의 숲을 보존하는 사업을 통해 그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외부 감축실적으로 상쇄한다. 이 상쇄 인정 비율이 현행 10%에서 5%로 반토막났다. 배출권을 할당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옵션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급변하는데 따른 리스크를 모두 기업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한 참가자는 “2차 계획기간에 상쇄 인정비율이었던 10%를 기준으로 많은 기업들이 외부 감축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정책 변동 리스크는 기업이 다 부담해야 하느냐”고 우려했다.
그동안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장점은 '상쇄'라고 할만큼, 외부 감축을 위한 다양한 옵션이 제공돼왔다.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폐기물 관리, 농업 및 임업 프로젝트 등 외부 사업이 그 사례였다. 이런 정부의 시그널에 맞춰 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상쇄로 인정받는 외부사업을 진행해왔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상쇄제도는 배출권거래제의 대표적인 유연성 기제로, 다수의 기업이 이미 2∼3년 전부터 정부 정책에 맞춰 해외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3차 계획기간이 불과 3∼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도적으로 규제에 대응하는 기업에 오히려 피해를 주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개선방안으로 "상쇄배출권 제출 한도를 10%로 유지하되, 3차 계획기간 진행경과를 지켜보며 제출한도 축소 필요성을 재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앞서 외부 감축을 줄이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온 바 있어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부사업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받은 배출권이 다시 온실가스 배출에 사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이재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공청회 중 “상쇄배출권으로 유입되는 양은 업체별로 0.5%밖에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환경부가 외부감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S-OIL의 경우 2016년부터 KD파워텍과 함께 폐열발전사업을 진행해 16.4MW의 전력을 생산해 이를 한전에 되팔았다. 연간 6.1만톤의 온실가스를 외부사업으로 감축했는데, 환경부는 이를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정유사업이라면 사업 내에서 공정 과정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에 노력해야 하는데, 외부사업도 감축으로 인정하면 결국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돼 배출권 거래제의 궁극적 목표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부사업 인정 비율이 낮아진다면, 무상할당 업종 등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배출권거래제 때문에 생산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을 경우( 생산비용발생도X무역집약도 ≥0.3%이 이에 해당됨), 정부는 이를 무상할당 업종으로 지정해왔다. 철강이나 자동차업종이 대표적 무상할당 업종이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유인책이 부족한 무상할당 업종에게 외부 감축사업이 그나마 유인책이었다는 것이다. 감축사업 덕분에 배출권을 확보하고 이를 되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 외부사업이 줄어든다면 유인효과도 사라져, 탄소배출을 많이 하고도 감축조차 하지 않는 '불공정한'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탄소 배출 가장 많은 전환 부문 결정 안돼
반쪽짜리 공청회라는 비판도 이어져
더불어 공청회에서는 전환부문이 빠져서 반쪽짜리 공청회라는 평도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부문은 △전환 △산업 △수송 △건물 △폐기물 △공공·기타 6개 부문, 하위 69개 업종으로 분류된다. 특히 전환부문에는 발전사들이 대거 포진해앴다. 전기업, 연료용 가스 제조 사업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들이다. 이 부문이 빠짐으로써 나머지 부문에 감축 부담을 전가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환경부는 "전환부문을 포함해서 공청회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빠른 시일 내로 논의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환부문은 전체 할당대상업체의 2017∼2019년 전체 배출량 15억1500만t 중 49.5%를 차지하고 있다. 배출을 많이 한만큼 배출권을 사들이는 양도 많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 5사의 지난해 매수량은 총 매수량 중 68.5%에 달하는 등 탄소 감축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하는 부문이다. 장이재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이 사실상 유일한 감축 방안"이라며 "발전사의 온실가스 감축 없는 배출권 구매로 배출권 가격이 지속 상승해 산업부문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환부문에서 탄소 감축이 이뤄지려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석탄발전을 감축하기 위해선 전력 급전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환경급전’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 결정권을 산통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력시장은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제급전’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환경부의 ‘대기관리 및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세부업무계획’에 따르면 당초 배출권 할당계획은 올해 상반기 중 확정될 예정이었으나, 산통부와 협의가 늦어지며 계획이 3개월가량 지연된 상황이다.
환경부는 ‘제3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최종 수립하고, 할당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달 내로 확정할 계획이다.
3차 배출권 거래제 시행 내년
안정화 시기지만 시작부터 기업과 '삐그덕'?
한편, 이번 제3차 배출권 거래제의 배출허용 총량은 연평균 611백만톤으로, 유상할당 업종은 늘고 감축 목표도 전년대비 높아졌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시기로 들어선만큼, 온실가스 감축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3가지다.
▲촘촘한 업종분류로 유상할당 업종은 확대 무상할당 업종은 축소
▲유상할당 업종 배출권 구매 비율 3%에서 10%로 확대
▲시장기능 활성화 위해 할당대상업체 외 금융기관 등 제3자 투입
환경부는 “시장기능 활성화와 유연성 확보가 제3차 계획기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벌써부터 삐그덕거리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배출권 할당량에 따라 재무부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탄소배출권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아, 초과 배출을 한 시기에 배출권 가격까지 출렁이는 악재가 겹치면 실적에 변동을 줄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탄소배출권 가격은 초기에 1만원을 밑돌았는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올 초 4만원대까지 오른바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유상할당 비중을 10%로 가정했을 때 한국남동발전 2303억원, 한국전력공사 55억원, 한국가스공사 42억원, S-OIL 353억원, 엘지화학 323억원, 롯데케미칼 235억원 등을 부담해야 한다고 예상된다.(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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