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철강업계, 값 싼 중국산 제품으로 자국 산업 위기 강조
탄소국경세·세이프가드 연장 요구
EU 집행위, "탄소국경세 도입은 긍정적, 자국 산업 보호 차원 아니야"

EU 철강업계들이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으로 자국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철강 세이프가드(Safe guardㆍ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과 탄소국경조정세(탄소국경세) 도입을 촉구했다. 해상풍력 확대 정책으로 겨우 숨통이 트였는데, 값 싼 중국 제품의 수입으로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EU 집행위원회는 자국 철강 산업의 위기에 공감하며 철강 부문에 탄소국경세를 매길 것을 시사했지만, 이는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중국의 철강 덤핑 및 미국의 철강 관세로 철강 산업이 위축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사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철강협회는 코로나19로 3월부터 10월까지 생산량이 17% 감소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악셀 에거트(Axel Eggert) 유럽철강협회 사무총장은 "올해 안에 철강산업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회복까지는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재작년 2021년 6월 30일까지 철강 품목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결정했다. 세이프가드 조치란 일부 철강 품목에 대해 일정 물량을 초과할 경우 25%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규제 조치다. EU는 2019년 2월 미국의 무역확장법 조치로 미국으로 향하던 철강제품이 EU로 흘러들어와 공급과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었다. 미국이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제품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발동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내년 6월 30일에 세이프가드는 끝날 예정이었으나, 유럽철강업계는 ‘고사 직전’이라며 이를 연장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유럽철강협회 에거트 사무총장은 “유럽 철강 인력의 28%가 현재 단기 계약이나 일시적 실업 상태에 있다”며 “세이프가드(Safeguard)를 내년 6월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유럽위원회에 요청했다.

EU 철강업체들은 풍력터빈 제조에 사용되는 덤핑 중국 '철탑'의 수입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EU 철강업체들은 풍력터빈 제조에 사용되는 덤핑 중국 '철탑'의 수입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유로액티브(Euroactive)

더불어 탄소국경조정세(탄소국경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럽은 그린딜(Green Deal)의 일환으로 풍력 산업을 확대했는데, 풍력발전기에 사용되는 철강 자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철강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역협회 윈드유로페(WindEurope)의 자일드 딕슨(Giles Dickson) CEO는 “철강은 풍력발전기 질량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EU는 더 강력한 기후 목표를 채택하고 있어 앞으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 된다”고 밝혔다.

풍력발전 확대로 철강 수요는 늘어나는데, 이미 환경부담금을 지고 있어 비싸진 유럽산 철강 제품은 중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럽철강협회는 “풍력 산업의 수요 호황기에 유럽의 철강업체가 중국에게 밀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유럽에서 제조된 풍력 터빈의 20%가 중국산 철탑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철강협회는 ‘탄소국경세 도입은 공정한 거래’라고 보고 있다. 에거트 사무총장은 “모든 철강 수입 제품은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탄소국경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철강업계만 탄소 감축 의무를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탄소국경세 도입이 늦어질 경우, 철강 산업이 해외로 유출되는 ‘탄소 누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위원회는 자국의 철강업계가 환경 덤핑에 노출됐다고 인정했다. 유럽위원회는 유럽풍력탑협회(European Wind Tower Association)의 제소로 지난 달 중국산 철강 타워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했다. 유럽위원회 레오플도 루비나치(Leopoldo Rubinacci) 무역부문 국장은 "특정 제3국에서 수입된 철강의 탄소 함량이 EU산 철강보다 매우 유의미하게 높다"고 강조하면서  "철강 산업이 탄소 누출의 선두에 서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세가 환경적 조치이며, 특정 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보호주의적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루비나치 국장은 "탄소 국경 부담금은 유럽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녹색 정책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입품에 더해지는 가격은 제품의 탄소 함량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풍력 발전 업계가 입을 타격을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자국 철강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풍력 발전기 터빈 제조비용이 8~14% 상승되고, 결국 풍력 산업과 EU 소비자들이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타 산업에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관세나 쿼터가 적용되지 않고 특정 소재와 부품을 수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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