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를 아시나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ance)의 줄임말입니다. 기업 비재무정보의 핵심요소 세 가지입니다. 근래 전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를 ESG로 꼽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아직 ESG는 생소합니다. 용어도 많고 기준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IMPACT ON은 '줌인 ESG’ 코너를 통해 ESG를 둘러싼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기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러시아가 뜨겁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자 현재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공식석상에서 "탄소국경세는 자국 시장접근을 제한하려는 보호주의 조치"라며 비판하며 ‘외부적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28개 회원국에 인구 5억명, 전 세계 GDP의 약 24%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한국에게 EU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제3위 교역 상대이기도 하다. 선박, 자동차, 무선전화기 등 완성품과 석유화학 합성원료 등이 주요 수출 품목인 만큼, 탄소국경세가 도입됐을 때 생산과 수출 비용이 이중으로 늘어나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캐나다, 네덜란드 등과 더불어 탄소 순수출국으로 분류되며, 무역 의존도도 높기 때문이다.

 

자국 보호주의냐, 도덕 우선주의냐

EU 내에서도 희·비 엇갈리는 모양새

탄소국경세는 2050년 탄소중립경제 달성을 위해 EU가 추진 중인 ‘그린 딜(Green Deal)’의 일환이다.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한 논의는 수년 간 있었지만, 작년 12월 그린 딜이 채택되면서 현실화됐다. EU 내 기업이 탄소 감축으로 부담한 추가 비용만큼 수입 상품에 부과금을 매기겠다는 취지다.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EU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진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타 국가들에게 탄소 배출 감축을 압박하기 위해서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필수적으로 보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비용을 필수적으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EU 내 기업에 비해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전기·철강·시멘트 산업의 경우 탄소배출량 감축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웃소싱으로 돌릴 우려가 있다.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투자 위축을 우려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의장인 본데어라이엔은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탄소국경세는) 후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공정성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덜 한 국가에게 더 비싼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탄소세 부과는 세금에 부담을 느낀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강력한 기후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유인책 역할도 한다는 게 EU의 설명이다.

탄소국경세는 세 가지 방식으로 도입될 수 있다. 현재 도입 가능성과 파급효과, WTO 규정과의 합치 여부 등을 검토 중이며 2021년 초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첫째, 온실가스 비용을 부담한 차이만큼 수출국별 및 제품별로 탄소세를 차등 부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처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국가의 수입품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는 국가의 동종 수입품보다 관세를 낮게 부과하거나 면제하는 방식이다.

둘째, 제품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특정 수입품을 타깃으로 탄소세를 부과해 자국 제품과 가격 형평성을 맞추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해당 수입품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셋째, EU의 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해 탄소세를 부과하되 배출권을 무상할당 받는 업종의 수입품에는 낮게 부과하고, 배출권을 유상할당 받는 업종의 수입품에는 높게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의하면 유럽에서 유상할당 업종으로 분류된 자동차, 가전제품의 경우 탄소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석유화학, 철강, 알루미늄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들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중국, 한국 등 대형 생산국들과 경쟁에서 가격경쟁력을 통해 비교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려도 존재한다. 수출이 많은 자동차 분야는 타 국가로부터 보복 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탄소세는 빠르게 보호주의로 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석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회원국들도 석탄 산업을 접고 있긴 하지만,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개발도상국, “탄소국경세는 새로운 식민주의” 반발

탄소국경세 도입에 개발도상국은 “새로운 식민주의”라고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 및 말레이시아 총리 무히딘 야신은 “기후위기를 방패로 한 탄소세 도입은 신보호주의”라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팜유 생산국들이다. 수출의 10%, 4%를 차지한다. EU는 팜유 재배가 삼림 벌채를 장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은 “유럽에 기반을 둔 경쟁 재배업자들의 로비가 반영된 것 아니냐”며 “(개발도상국들이) 설 자리가 없는 신 식민주의의 한 형태”라고 반발했다. 말레이시아의 팜유 소작농 협회 회장인 알리아삭 비지 암비아는 이 조치를 “농작물 차별 정책(crop apartheid)”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라질은 농업 및 축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다. 브라질은 EU와 FTA를 논의하며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준수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 브라질 정부는 203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벌채를 완전히 종식해야 한다. 아마존을 보호하라는 압박인 것이다. 그럼에도 농경지와 가축 사육을 위해 무단 벌채와 산불이 끊이지 않자, EU는 “FTA 비준을 다시 고려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여기에 탄소세 도입까지 더해진다면, 브라질은 미국산 쇠고기보다 높은 관세를 부여받으며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는 등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 많은 국가들도 “보호주의냐”며 강력 반발

반면, 바이든 당선으로 ‘새로운 흐름’ 될 가능성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7%를 차지하는 중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에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2017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순위/아워월드인데이터
2017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순위/아워월드인데이터

중국은 “환경을 명분으로 한 새로운 무역 무기”라며 “탄소국경세 부과 시 보복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또한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탄소세 도입 주장을 묵살해왔다. 더구나 올해 봄 윌버 로스 미국 상무 장관 또한 “새로운 무역장벽”이라며 “도입을 강행할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또한 최근 공식석상에서 “자국 보호주의”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11월,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5년까지 탄소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EU와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중국을 압박할 새로운 카드로 탄소 국경세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까지 협력한다면 탄소세 도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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