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동차 생산,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악의 매출 기록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점점 더 악화되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하기까지 12개월 동안 거의 17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영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그 절반도 생산하지 못했다. 버밍엄 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베일리(David Bailey)는 “영국은 산업 전략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가 방관하는 것 같다”며 영국 정부를 비판했다.
자동차 산업을 현대화하려는 영국의 투쟁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전기차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독일의 BMW는 지난 달 영국 옥스퍼드에서 BMW가 1994년에 인수한 소형차 미니의 전기차 버전을 중국으로 이전해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혼다는 지난해 스윈든(Swindon)에 있는 공장을 폐쇄했고, 재규어랜드로버(JLR), 닛산, BMW, 토요타 등 4개 양산차만 영국에 남아 있는 상태다.
영국은 1950년대 세계 제2의 자동차 제조 기지였다. 지금은 캐나다와 슬로바키아에 이어 18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추락했다. 영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1982년 이후 최악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자동차 제조업체 무역 협회(Society of Motor Manufacturers and Traders, 이하 SMMT) 무역 그룹은 영국의 연간 신차 등록 전망을 1982년 이후 최저인 157만대로 낮췄다. 다만, 배터리 구동 차량의 판매는 전망이 밝다.
이번 주 영국에 기반을 둔 전기 밴 스타트업 어라이벌(Arrival)의 CEO 겸 사장이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지난 주에는 영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재규어랜드로버(JLR)의 CEO가 2년 전에 발표한 완전한 전기차로의 전환을 진전시키지 못한 채 사임했다.
설상가상으로 영국의 희망인 배터리 업체도 고전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국 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최대 희망으로 꼽히는 브리티시볼트(Britishvolt)도 고전하고 있다. 브리티시볼트의 피터 롤튼(Peter Rolton) 회장은 영국 북부 블라이스(Blyth)의 공장 부지에서 연설하면서 “우리는 많은 정치적 변화와 여러 불안정을 겪었다”며, “우리는 많은 투자자를 잃었다. 투자자들은 영국에 대해 긴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브리티시볼트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신차 판매 시한인 2030년을 앞두고, 자동차 제조업체에 필요한 수백만 개의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롤튼 회장은 그동안 영국 정부에 3000만파운드(약 484억원)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정부 자금은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설립된 지 3년이 채 안 된 브리티시볼트는 12월 초까지 운영할 자금이 있으며, 거의 300명의 직원들은 11월 급여를 삭감하여 운영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영국의 상황은 미국이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에 도전하면서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가 수십억 달러의 구애를 받고 있는 미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영국의 신임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는 영국의 자동차 제조 기반에 남아 있는 것을 지원할 여지가 적은 상태다. 제레미 헌트(Jeremy Hunt) 재무장관은 지난 주 550억파운드(약 88조원)의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향후 몇 년 동안 전기차에 도로세가 부과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헌트 장관은 2025년부터 전기차에 대한 도로세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국 공공 재정의 550억파운드(약 88조원)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전기차가 더 이상 차량 소비세에서 면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리시 수낙 총리는 전기차에 대한 법인세율은 여전히 낮을 것이며, 정부는 2025년부터 3년 동안 세율 인상을 연간 1%포인트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2030년부터 휘발유와 디젤 엔진으로만 구동되는 신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오랫동안 전기차 채택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요청해 왔다. 도로세의 단계적 폐지는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삭감에 이은 조치다.
고급차 브랜드인 벤틀리는 폭스바겐 도움으로 전기화에 박차
영국의 전체 자동차 산업이 붕괴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다. 독일 폭스바겐이 1998년 인수한 영국의 고급 승용차 제조사인 벤틀리(Bentley)는 크루(Crewe)에 있는 공장을 현대화하고, 10년 안에 전체 라인업을 전기화하는 데 25억파운드(약 4조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벤틀리의 아드리안 홀마크(Adrian Hallmark) CEO는 “우리 목표는 고급 자동차나 지속 가능한 자격 증명뿐만 아니라, 운영의 전체 범위에 대한 벤치마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틀리는 2026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만 공급하고, 10년 말까지 전체 라인업을 완전 배터리 구동 차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뛰어난 엔진 성능을 바탕으로 구축된 벤틀리의 전기차로의 전환은 미국의 테슬라에 도전하려는 모기업 폭스바겐의 막대한 기술 투자 도움을 받고 있다.
한편, 닛산(Nissan)은 선더랜드(Sunderland) 공장에서 배터리 자동차를 만들기로 약속하여 165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닛산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10억파운드(약 1조원)짜리 허브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리버풀 근처에 있는 60년 된 영국 자동차 제조사 복스홀(Vauxhall) 공장을 개조하여 전기 밴(van)을 만들기 위해 1억파운드(약 1615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지난 5월 영국 최대의 자동차 제조사인 재규어랜드로버(JLR)가 슬로바키아의 노스볼트(Northvolt AB) 및 에스볼트 에너지 테크놀로지(SVolt Energy Technology Co.)에서 조립할 수 있는 전기차와 관련해, 두 공급업체와 협의 중이다.
영국 선더랜드에서 생산된 닛산의 리프 전기차 개발을 주도한 애스턴 마틴의 전 CEO인 앤디 팔머(Andy Palmer)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영국의 역할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면서, “배터리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당근이나 채찍이 없다면,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롤스로이스 및 벤틀리와 같은 브랜드를 만족시키는 틈새 산업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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