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 및 가스 회사의 CEO, 기후 및 탄소배출에 대해 점점 더 적게 말해

석유 시추 설비./픽사베이
석유 시추 설비./픽사베이

미 화석연료 회사 실적 발표에서 환경 용어 지난해 대비 40% 감소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화석연료 회사의 실적 발표에서 환경과 관련된 용어 사용이 지난해 최고치 이후 40% 감소했다고 29일(현지시각) 밝혔다.

미국 석유 및 가스 회사의 최고 경영진은 기후 및 탄소배출에 대해 점점 더 적게 말하고 있다. 이는 업계의 ESG에 대한 대중 홍보가 최근 수년 동안 희미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지난해 3월 23일, 블룸버그는 미국의 화석연료 산업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의 이러한 변화는 기후변화를 중요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유가 폭락이 화석연료 산업계를 수세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올해는 업계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적어도 172개 미국 석유 및 가스 회사가 개최한 분기별 전화 회의에 대한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넷제로’와 같은 용어가 분석가 및 투자자와의 가장 최근 대화에서 점차 빈도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번 분기 화석연료 공급업체의 전화 회의에서 ESG를 암시하는 언어 사용은 지난해 최고 수준에서 40% 이상 감소했다.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에너지 전환’ 등의 단어 사용이 모두 감소했다.

 

환경 용어 사용의 감소는 최근 유가 폭등이 주요 원인

석유 및 가스 회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저탄소 미래를 준비하라는 투자자와 환경운동가의 강력한 압력을 받으면서 ESG에 대한 논의가 급증했다. 그런데 최근 업계 환경이 달라졌다. 올해 화석연료 이익이 치솟았고, 에너지 주식은 S&P 500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셰일가스 시추업자와 정유업자는 글로벌 에너지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라는 미국 백악관의 압력을 받고 있다.

30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의 방출이 석유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트위터 소식
30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의 방출이 석유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트위터 소식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기업에 증산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이외에도, 12월에 전략 비축유에서 1500만배럴의 원유를 방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고 폴리티코(Politico)가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약 9만원)로 떨어지면 비축유를 보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의회에 청정에너지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에너지 허용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청했다. 조 맨친(Joe Manchin)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자금 조달 법안의 일환으로 이러한 법안을 제안했지만, 양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기 어려웠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에너지 수입 파트너스(Energy Income Partners)의 투자자문인 짐 머치(Jim Murchie)는 “화석연료 회사 경영진은 세계가 화석연료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고 설명했다.

헤스(Hess Corp.)의 CEO인 존 헤스(John B. Hess)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이 “저렴하고 정당하며 안전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 석유와 가스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F 싱클레어(Sinclair Corp.)의 사장 겸 최고 운영 책임자인 티모시 고(Timothy Go)는 이달 초 분석가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에너지 전환이 정말로 장기적인 발전에 가깝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며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공화당은 ESG 상품이 저축자들의 금융 안보 위협한다고 반발

한편, 미국 공화당이 기후변화와 기타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위험을 평가하는 투자 회사를 계속 공격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중간 선거에서 플로리다 주지사로 당선된 드산티스(Ron DeSantis)는 연금 기금이 ESG 리스크를 심사하는 것을 지난 8월에 금지했다. 또한, 텍사스 주는 화석연료 산업에 적대적인 금융회사를 격리하려고 한다.

기후변화와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ESG 상품을 점점 더 많이 받아들인 금융업계는 공화당 정책이 미국 저축자들의 금융 안보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하며 반격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 애널리스트 롭 두 보프(Rob Du Boff)는 “ESG가 사악한 좌파 어젠다의 일부이며, 선거를 앞두고 힘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많은 기업이 ESG 이니셔티브에 대해 조금 더 무관심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약 80억달러(약 10조원)의 에너지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인 토터스(Tortoise)의 수석 포트폴리오 관리자인 롭 섬멜(Rob Thummel)에 따르면, 환경 주제에 할애되는 통화 시간이 감소한 것은 업계에서 취한 몇 가지 구체적인 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섬멜은 “2년 전 대규모 ESG 추진은 석유 및 가스 회사가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데 꽤 놀라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기후 관련 수사학이 퇴색한 와중에도 엑손모빌을 비롯한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연방 인센티브를 활용하여, 배출 감소와 탄소 포집 및 수소와 같은 청정에너지 기술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부문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며, 국가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 시급히 감축해야 한다고 유엔(UN)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말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배출량을 줄이려면 석탄, 석유 및 가스 사용을 크게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대량으로 채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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