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주의 컴‘브리아 탄광’ 사업 승인

영국이 30년 만에 탄광 개설을 승인했다. 광산 개발로 제강용 석탄을 수출해 경제에 기여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기후단체 등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명시한 영국 기후법에 저촉될 수 있으며, 기후 약속의 퇴행이라고 주장한다. 경제 발전과 기후 정의 간 딜레마가 커지는 모양새다.

광산이 개발될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주의 화이트헤이븐
광산이 개발될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주의 화이트헤이븐

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 보수당 소속 마이클 고브 균형발전·주택·공동체부 장관은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주의 ‘컴브리아 탄광’ 사업을 승인했다. 컴브리아주 화이트헤이븐에 앞으로 2년 동안 1억6500만파운드(약 2650억원)를 들여 23만㎢ 규모의 탄광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탄광은 약 50년간 운영된다.

고브 장관은 이번 승인으로 이 지역에 약 5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연간 280만톤(t)의 코킹 석탄을 생산·수출할 계획이다. 코킹 석탄은 철강 생산에 사용되는 석탄으로, 영국 정부는 석탄을 발전소 연료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또, 운영 과정에서 탄소배출량 제로(0)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영국에서는 마지막 남은 지하 탄광이 폐쇄된 바 있다.

컴브리아의 광산회사
컴브리아의 광산회사

보수당의 마크 젠킨슨 워킹턴 의원은 “탄광을 개발하지 않으면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코킹 석탄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탄소발자국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탄광이 개발되면 한해 3000만t의 석탄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 전체 소비량의 18%에 해당한다.

또, 보수당은 영국 북부의 빈곤 지역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광산이 만드는 일자리가 평준화가 필요한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지에 평생 거주한 실비아 앳킨슨은 “여기는 확실히 가난한 지역이기 때문에 광산을 개발한다면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브리아 주 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

탄광 개발 업체인 ‘우드하우스 탄광’은 2014년 탄광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탄광 사업은 2020년 지역의회 승인을 받았고 2021년 장관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초 영국 정부는 탄광을 개발할 경우 탄소배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자문 결과가 나오면서 승인을 중지했다. 환경단체 등의 비판도 있었다. 지난해 영국이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이 된 것도 프로젝트 중지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영국 정부에서 탄광 개발 사업이 통과되자, COP26 일록 샤르마 총재는 “광산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샤르마 총재는 “지난 3년 동안 영국은 석탄을 역사에서 지우자고 다른 나라를 설득해왔지만, 새로운 탄광 개설 결정은 영국이 기후변화 지도자로 어렵게 얻은 국제적 명성을 손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또, “전 세계에 완전히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탄광을 개발한다고 해서 에너지 요금 절감이나 에너지 안전 보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적어도 두 개의 영국 철강업체는 컴브리안 탄광산 석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유럽의 철강업체 또한 풍력발전이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저탄소 제강 공법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석탄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제로일지는 몰라도, 수출된 석탄이 사용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환경단체는 광산이 약 20만대의 자동차를 도로에 투입하는 것과 맞먹는 양인 연간 약 40만t의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탄광 개발은 기후법에 저촉돼

법적인 문제도 있다. 영국은 기후법에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탄광 개발은 법에 저촉한다는 주장이다.

존 거머 기후변화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석탄 사용을 계속 줄여가는 것은 탄소 중립으로 가는 전 세계의 노력에서 가장 명백하게 필요한 조처”라며 “이번 결정은 탄소배출 증가를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의 환경 감사위원장인 필립 던 또한, “석탄은 가장 오염이 심한 에너지원으로, 정부의 넷제로 야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49년에는 조업이 중단되기 때문에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영국 기후법을 저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광산계획 조사단은 “광산은 전반적으로 기후변화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력 배출원으로서 석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철용으로 쓰이는 석탄이며, 수입되는 철강에 사용되기 때문에 국가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계에서는 일자리를 만들려면 탄광 대신 재생에너지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드 밀리밴드 기후변화 장관은 “에너지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광산을 개발하는 대신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녹색당 캐롤라인 루카스 하원의원은 이번 결정이 ‘반인륜적인 기후 범죄’라며 “수천 개의 녹색 일자리와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경제 부흥을 지원하는 대신, 기후 파괴적이고 고립된 탄광을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영국은 기후 리더십보다 기후 위선의 강대국이 될 위험이 있다”며 “이 광산이 함유된 석탄은 제철에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영국의 에너지 안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경제학자로 알려진 니콜라스 스턴은 “지금 영국에서 탄광을 개설하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환경적·재정적·정치적으로 심각한 실수”라고 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탄광 개발은 지난 세기 기술에 투자하는 셈이고, 사회적으로 퇴출이 임박한 산업의 일자리를 개설하며 장래의 고용불안을 낳고, 환경적으로 세계의 석탄 공급 및 소비를 증가하며, 정치적으로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영국의 권위를 손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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