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자원순환·기후 분야 업무 계획’ 발표

한국에서도 그린워싱을 저지른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또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도입한 수리할 권리 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지난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원순환·기후 분야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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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그린워싱’을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 위반으로 보고, 적발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환경기술산업법을 상반기 중 개정할 계획이다. 환경성 표시·광고 위반 경중에 따라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과태료 규정을 신설한다.

현행 환경기술산업법에 따르면 ‘제조업자·제조판매업자·판매자는 제품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기만·부당비교·비방 표시·광고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대표적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제품에 ‘무독성’이나 ‘친환경’ 같은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표현’을 표시하는 게 금지된다. 만약 제품에서 비스페놀A(BP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환경호르몬이 없다’고 하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BPA 이외 환경호르몬 검출 여부까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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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에도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 위반시 벌금과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차원의 과징금은 규정돼 있다. 다만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매출액의 100분의 2를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되는 식이었다.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5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 부과 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기업이 단순 부주의로 규정을 어겼을 때 마땅한 처벌 없이 행정지도만 하고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 벌금을 매기려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고, 과징금을 징수하려면 ‘규정 위반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산출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친환경이나 무독성 같은 포괄적 표현으로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을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 5월까지 환경성 표시·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친환경 경영활동 홍보 지침서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해외서 도입한 ‘수리권’도 보장키로

EU 등 해외 국가에서 도입되고 있는 일명 ‘제품을 수리받을 권리(수리권)’를 보장하기 위한 조처도 취한다. 수리권은 제품을 고쳐가며 오래 사용하도록 유도해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수리받을 권리뿐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수리할 권리를 포함하는 쪽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환경부는 우선 전자제품 등 각종 제품의 내구성, 수리 용이성, 부품 확보·배송 기한 등에 관한 기준을 연내 마련한다. 제조업체가 부품 미보유로 제품이 고장 났을 때 수리할 수 없어 제품을 폐기하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다. 가령 ‘A제품의 B부품을 00년까지 보관하라’ 등의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준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ISSB 기준과 환경정보 공개제도 연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맞춰 환경정보공개제도 업종을 재분류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환경정보공개 시스템도 ISSB 기준과 연관된다.

환경부는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등을 반영해 국내 환경정보공개제도 상 업종을 재분류하기로 했다. 현행 6개 업종(▲공공행정 ▲제조 ▲교육서비스 ▲보건 ▲기타서비스 ▲기타산업 )을 ISSB 분류에 맞춰 11개 업종으로 나누고, 국내 특수성을 반영해 공공행정 업종을 추가해 총 12개 업종으로 개편한다.

산재된 플랫폼에 환경 정보를 입력해야 했던 기업의 부담도 완화한다.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은 환경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데, 정보의 속성에 따라 입력 시스템이 분산돼 있어 입력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았다.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SEMS) ▲전국오염원조사온라인시스템(WEMS) ▲폐기물적법처리시스템(Allbaro),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PRTR)으로 정보 플랫폼이 나눠지면서다. 환경부는 ISSB 기준과 현행 시스템의 연계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NDC 세부 이행계획 3월까지 마련…CBAM 대응도

환경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 세부 이행계획이 담긴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3월까지 수립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기본계획에 맞춰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도 법이 정한 기한보다 1년 앞당겨 올해 연말까지 수립한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는 유상할당 확대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환경부는 올해 6월까지 석탄발전, 철강, 시멘트 정유 등 다배출업종 차기 배출허용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온실가스 감축사업에서 예상되는 감축실적을 정부가 고정된 가격으로 선매입하는 ‘탄소차액계약제(CCfD)’ 도입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이 감축설비에 투자할 시 정부와 배출권 거래 계약을 맺는데, 추후 배출권 가격이 사전 합의된 가격보다 낮게 형성된다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인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고려해 EU 동향을 반영한 지침서도 내놓기로 했다. 본격 시행까지는 기간이 남았지만, 올해 10월부턴 EU 수출기업이라면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관계부처와 함께 EU와의 협상력을 강화하고, 우리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배출량 보고의무 이행을 위한 지침서(가이드라인) 마련 및 교육·상담(컨설팅)을 시행하고, 기업을 1대1로 밀착 지원하기 위한 도움창구(헬프데스크)도 운영한다.

 

올해 무공해차 70만대로 늘린다

환경부는 올해 ‘무공해차 70만대 시대’가 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40만2000대와 3만대인 전기차와 수소차 누적 보급 대수를 올해 67만대와 4만7000대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무공해차 28만5000대에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한 연내에 전기차 충전기는 28만기로 8만기, 수소차 충전기는 320기로 91기 늘린다.

자동차 제조·판매회사가 달성해야 하는 무공해차 보급목표(현행 판매량의 8~12%)도 상향 조정한다. 다만 구체적인 목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제조사가 달성해야 하는 ‘소형차 평균 온실가스 배출기준’도 2030년까지 70㎏/㎞까지 낮추기로 한 것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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