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업체들의 공급망에서 강제노동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 픽사베이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공급망에서 강제노동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 픽사베이

월마트와 센트릭 브랜즈(Centric Brands)가 강제노동 의혹으로 캄보디아 공급망 조사에 착수했다고 지난 21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2022년 11월 미국 의류 및 신발협회(AAFA)는 워싱턴의 캄보디아 대사 케오 체아에 서한을 보내, 프놈펜 교정센터(CC2) 수감자들이 수출용 의류 등 섬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의혹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 관세법은 교정 시설 수감자가 생산한 의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국제노동기구(ILO)는 강제가 아닌 경우에는 교도소 노동을 허용하고 있다. 프놈펜 교정센터 수감자들은 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노동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생산된 제품은 월마트와 캘빈 클라인, 타미 힐피거 등 유명 브랜드의 라이선스 파트너인 센트릭 측에 납품됐다. 월마트와 센트릭은 모두 캄보디아에서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월마트 대변인은 지난 6월 “모든 종류의 강제노동은 혐오스러운 일”이라며 “모든 사람은 존엄하게 대우받고 착취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8월 중순 현재 월마트는 캄보디아 공급망을 조사 중이다. 

센트릭은 “셔츠 생산에 강제노동이 동원되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언급했지만, 교도소 강제노동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 공장과의 관계는 즉시 중단했다.

 

각국 정부들, 공급망 내 강제노동 규정 강화

세계적 의류 브랜드인 H&M과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도 비슷한 이슈에 휘말렸다. 두 회사에 납품하는 미얀마 의류공장에서 노동자 학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비영리기구 비즈니스 및 인권자원센터(이하 BHRRC)가 2022년 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미얀마 의류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학대 의혹 사건 156건을 추적한 결과, 2021년 미얀마 군사 쿠데타 이후 노동자 권리가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BHRRC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인디텍스 공급업체와 관련된 노동자 학대 혐의는 21건, H&M 공급업체 관련 혐의는 20건에 달한다. H&M은 “BHRRC가 제기한 현장 사례에 대해 후속 조치를 실시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텍스, 텐담, 프라이마크 등 패션 소매업체들은 미얀마에서 철수할 계획이며, 미얀마 공급망을 계속 활용할 일부 브랜드 또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한편 랄프 로렌도 강제노동 이슈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15일 캐나다의 기업윤리 감시기관은 랄프 로렌의 공급망 내 기업과 중국 현지법인이 위구르 강제노동을 동원하거나 이를 통해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의 '책임기업 옴부즈맨(이하 CORE)’은 보고서에서 랄프 로렌이 위구르 강제노동을 활용하거나 이것으로 이익을 얻는 중국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CORE는 지난 7월 나이키 캐나다 지사에도 강제노동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나이키 캐나다가 위구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가공하는 베트남 기업과 거래했을 가능성을 충분해 해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캐나다 나이키는 미국 본사 측이 호주 정부가 제기한 동일한 의혹에 대해 해명한 바 있으며, 문제의 공급업체와는 더 이상 관계가 없다고 언급, CORE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SG 공급망 리스크의 복잡함과 심각성이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정부들은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법률과 규정을 지속해서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발효된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되거나 해당 법안으로 특정된 단체가 생산한 모든 제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완성품은 물론 생산 과정 전반에서 노동력, 원자재, 반제품 등의 부분적 활용도 수입 금지 대상이다. 

럽연합 또한 2022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EU 시장에 공급하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한 바 있다. 

멕시코 정부는 2023년 5월 강제노동 제품 수입 금지 법안을 도입했으며, 일본 정부 또한 지난 4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정부 조달 참여 기업들의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한 바 있다. 

 

빅3 자산관리사, 중국 리스크 보고서 요구하는 주주제안 지지 안 해

ESG 공급망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투명성'

각국 정부가 강제노동 금지 정책을 강화 중이지만, 자산관리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미국의 정치 및 정책 전문 매체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지난 주총 시즌, 강제노동 문제를 포함한 중국 내 공급망 리스크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행하라는 주주제안 지지율은 5% 미만에 머물렀다. 케이블 방송기업 컴캐스트를 비롯해 애플, 맥도날드, 디즈니, 보잉, 인텔, 제너럴 모터스, 월마트에서도 비슷한 주주제안이 있었으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더 힐은 낮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빅3 자산관리사들의 침묵을 지적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빅3가 중국 리스크 관련 주주제안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즈니 상하이 리조트의 대주주는 중국 공산당이며, 맥도날드는 중국에서 4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제너럴 모터스는 중국 국영 기업과 상하이GM을 공동 소유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업이 처한 리스크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ESG 컨설팅업체 엘리베이트(ELEVATE) 상무이사 케빈 프랭클린은 “역사적으로 ESG 리스크가 낮았던 서구 시장도 강제노동 위험에서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현장 실사가 어려워져 공급망 투명성이 하락해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인증기관 로이드(LRQA) ESG 담당이사 JP 스티븐슨은 “투명성은 공급망 감사의 핵심”이라며 “ESG 역량을 갖춘 공급업체 선별을 위해서는 윤리적인 소싱 프로그램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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