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상공회의소(DIHK)의 설문조사 결과, 독일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난 29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독일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3572개 기업 중 52%는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이 사업에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독일 상공회의소의 에너지 전환 인식 설문조사… ‘올해 사상 최악’
독일 상공회의소 에너지 전환 바로미터 2023 설문조사가 2012년 조사 실시 이래 가장 나쁜 결과를 기록했다. 전체 기업 중 절반은 에너지 전환을 리스크로 보고 있으며, 화학, 철강, 광업 등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제조업에서는 75%의 기업이 에너지 전환으로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독일 상공회의소 부대표 아킴 데르크스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독일 기업의 신뢰도가 최저점으로 떨어졌다”며 “우리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독일을 떠나거나 떠날 것을 고려하는 기업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 부문 기업 중 거의 3분의 1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독일 내 생산을 줄일 계획이다. 이는 작년 16%보다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데르크스 부대표는 정치권에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독일 정부, 에너지 전환에 96조 투입
독일 정부는 기업 지원을 위한 에너지 전환 재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로이터가 확보한 독일 정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021년 379억유로(약 54조원)에서 2024년 총 671억유로(약 96조원)로 기업 지원 재정을 대폭 확대 편성한다. 671억유로(약 96조원)에는 보조금 487억유로(약 70조원)와 184억유로(약 26조원)의 세금 감면 혜택이 포함된다. 보조금 대부분은 에너지 전환 촉진이 목표다.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에 국가 지원은 기업의 에너지 전환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민간 자본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138개 보조금 중 109개는 단발성이다. 소식통은 더 많은 보조금 책정보다 보조금을 줄일 수 있는 부문을 발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 기업 지원 위해 국가 원조 규정 완화… 유럽시장 균열 우려도
독일이 기업 보조금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지난 3월 EU가 국가 원조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EU는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이 경쟁사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일반적인 국가 원조를 금지하고 있다.
EU가 이러한 조치를 단행한 배경에는 막대한 혜택을 부여하는 미국의 IRA법이 있다. 유럽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전, 유럽의 친환경 기술 노하우, 투자, 미래 일자리 등의 유출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 경제 정책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푸아티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IRA법으로 유럽을 벗어나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유의미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국가 원조 규정 완화 조치로 모든 회원국이 미국이 주는 보조금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이 유럽에 잔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독일 정부는 철강 대기업 티센크루프의 친환경 철강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20억유로(약 3조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티센크루프는 철강 공장 건설에 보조금을 포함, 약 30억유로(약 4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원조 규정 완화 조치로 인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부유한 국가들은 기업 보조금을 늘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회원국들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연합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인 유럽 단일시장에 균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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