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인사들은 이에 석유화학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탄소중립 솔루션을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1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한국석유화학협회와 공동으로 ‘석유화학산업 미래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EU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27억유로(약 4조원)를 투자하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통해 우리의 석유화학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 화학업계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기회로 반전시키는 혁신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송유종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과 이도훈 한화토탈에너지스 전무, 박인철 롯데케미컬 상무, 정지민 한국바스프 상무 등 관련 업계 임원들이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날 행사에는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송유종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과 이도훈 한화토탈에너지스 전무, 박인철 롯데케미컬 상무, 정지민 한국바스프 상무 등 관련 업계 임원들이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석유화학 산업, 박리다매 전략은 끝...

고부가가치의 저탄소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해야

국내 석유산업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여 탄소중립 시대에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백진영 보스턴컨설팅그룹(BCG)파트너는 석유산업의 현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백진영 파트너는 “석유산업은 고객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기에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 등의 노력이 필요해졌다. 기존의 화학산업은 저렴한 제품을 많이 생산해서 판매하는 전략을 썼지만, 이제는 제품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기존의 농업이 정보 통신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스마트 농업 혹은 정밀 농업으로 거듭나면서, 지난 10년간 농약 사용량이 크게 늘지 않은 점이 제시됐다. 백 파트너는 “농약의 사용 효율이 10~15% 개선되면서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졌는데, 비단 농업뿐만 아니라 페인트나 타이어와 같은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파트너는 규제 대응이 화학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산업에 관한 규제가 이전에는 산발적으로 일어났지만, 이제는 규제당국이 확대되고 일관성을 갖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진영 파트너는 “바이오 연료를 포함한 원료에 관한 법과 CBAM를 비롯한 공급망 투명성에 대한 규제들이 점차 확대되고 일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학기업들이 더 이상 이전처럼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백진영 파트너는 “화학산업은 운송, 농업, 건물 등 다양한 산업에 제품을 투입하는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서 전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의 저탄소 사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석유화학산업이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 5대 기술영역으로 ▲AI/GenAI ▲멤브레인 분리, ▲CO2에서 올레핀 합성▲플랜트 전기화▲바이오 원료를 선정했다. 

독일의 화학회사 바스프도 녹색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데이터를 쌓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지민 한국BASF 상무는 “BASF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25%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제품의 경우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관리하기 위해 선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바스프는 ISO 규격을 충족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하여 판매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한다. 정지민 상무는 “스코프 1,2,3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실측값을 계산한다”며 “이를 통해 고객사에 제품 및 공급망의 투명성을 제공하고 회사도 전체 과정에서 감축량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배적 기술 없는 석유화학산업...

다양한 기술에 투자하되, 우선순위 따져야

화학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려면, 다양한 기술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석유화학산업은 철강업종의 수소환원제철기술과 같은 탄소중립을 위한 지배적 기술이 없기 때문에 복수의 대안에서 성공적인 대안을 찾는 단계적 투자전략이 필요하며, 무탄소 에너지·CCUS·순환경제 등과 연계한 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상준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유럽은 이노베이션 펀드로 2030년까지 400억유로(약 58조원)의 저탄소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일본은 녹색전환(GX)투자를 진행하는데 화학 산업에만 10년간 3조엔(약 27조원) 정도 투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선시장공약(Advance Market Commitment)이 화학산업에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선시장공약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혁신 기술을 개발 및 생산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상준 교수는 프론티어(Frontie r)를 통한 탄소제거 투자 사례를 소개했다.

프론티어는 온라인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메타, 알파벳, 맥킨지 등이 참여해 지난해 4월 설립한 투자 그룹이다. 프론티어는 2030년까지 유망한 탄소 제거 기술을 개발하고 구매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하기로 공약했다. 

발제를 맡은 박용덕 아주대학교 교수는 기술의 성숙도에 따라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 그래프는 각 기술을 y축의 아래서부터 연구 및 개발, 시범 사업, 상용화 시점으로 구분했다. x축은 기간으로 설정하여 기술의 성숙도를 시계열에 따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한국석유화학협회
발제를 맡은 박용덕 아주대학교 교수는 기술의 성숙도에 따라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 그래프는 각 기술을 y축의 아래서부터 연구 및 개발, 시범 사업, 상용화 시점으로 구분했다. x축은 기간으로 설정하여 기술의 성숙도를 시계열에 따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한국석유화학협회

다만, 기술 투자는 기술의 성숙도를 고려하여 우선순위에 따라 진행돼야 할 것으로 확인된다.

박용덕 아주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탄소중립 기술들이 존재하는데, 이 기술을 우리가 모두 사용할 수는 없다”며 “기술마다 성숙도가 다르기 때문에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탄소포집 및 저장ㆍ사용(CCSㆍCCU)처럼 당장 상용화할 수 없는 기술들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용덕 교수는 “이런 기준에 따라 산업부는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을 냈다. 석유화학에서는 세 가지 과제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세 가지 과제는 ▲메탄의 직접 전환을 통한 석유화학 기초유분 제조기술 개발 ▲납사분해공정 부생가스로부터 고부가 화학제품 생산 ▲탄화수소 분해로 전기화 기술 개발이다.

박 교수는 “범부처 협업이 진행돼야 하는데, 예를 들어 폐자원 원료화와 관련하여서는 환경부와 산업부의 협업체제가 필요하고 기초 원천기술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부 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원천 기술의 산업화 성공사례를 축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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