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최근 ‘2021 ESG Trends to Watch’라는 보고서를 내고, ▲기후변화 ▲ESG 버블 ▲생물다양성 ▲ESG데이터 공시 ▲불평등 등 5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임팩트온>은 5가지 키워드별로 보고서 내용을 핵심 요약했다. 5편은 불평등이다.
코로나19는 평등을 향한 수십년의 시간을 뒷걸음질치게 하며, 불평등을 더 가속화시켰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해온 것은 개별기업들에게 나쁜 관행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처럼 문제가 시스템적으로 닥칠 때는 이 방법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2021년에는 투자자들이 개별기업이라는 경계를 넘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본드(Social bond, 사회적채권)’와 같은 금융수단을 포함한 새로운 접근방식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MSCI 조사에 따르면, ESG 중에서 S(사회)는 G(지배구조) 혹은 E(환경) 문제와는 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의 경우, 부정적인 사건(예를 들어 스캔들, 사임, 주요 감원 등)으로 구체화되는 경향이 있고, 환경의 경우 열악한 환경 리스크 관리 때문에 경쟁력과 주가 하락이 발생한다. 하지만 S(사회)에 해당하는 사례들, 예를 들어 인적자원 관리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이는 G와 E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둘 다 입게 된다. 소송이나 파업과 같은 주기적으로 부정적인 사건사고에 연루되고, 또 이는 생산성 저하와 기술혁신의 침체로까지 이어진다.
시스템적인 차원으로 보면,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문제는 그것이 터질 때까지 조용히 곪아 있다. 좋은 예가 바로 인종차별(Racism) 이슈다. 인종차별문제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경제 전체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코로나19와 같은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생기자, 인종차별 이슈는 때로는 평화적으로 때는 폭력적인 시위로 불거지게 된다. 문제가 불거지자, 아디다스와 펩시 같은 일부 기업은 향후 인종적으로 다양한 직원들을 뽑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투자자들 역시 기업들에게 직원들의 인종별, 성별 구성을 공개하도록 하고, 이사진을 다양화해야 하도록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조치로는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근본 원인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불평등과 그 리스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현실을 좀더 정확히 깨닫고, 상황을 뒤흔들기 시작하고 있다.
첫째, 일부 투자자들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접근법 틀(프레임워크)로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눈을 돌리고 있다. 17개 목표 중 SDG10번만이 명시적으로 ‘불평등’을 다루고 있지만, 다른 목표들 대부분 또한 빈곤(SDG1), 기아(SDG2), 건강(SDG3), 교육(SDG4), 양성평등(SDG5), 양질의 일자리(SDG8) 등 관련 이슈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동기가 위기(리스크) 완화이든 정의감이든 간에, 더 많은 투자자들은 각각의 SDGs를 놓고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디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진단하면서, SDGs와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많은 목표에 산발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민간 자본이 특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SDG8)’와 같은 특정 SDG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 많은 투자자들은 사회적 유대를 위한 상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10월 유럽연합은 사상 최대 규모의 소셜본드 발행액인 170억 유로를 발행했는데, 이는 SDG3(건강 및 웰빙)와 SDG8(양질의 일자리 및 경제성장)과 연계된 전염병 구제역할에 목표를 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 상품에 2330억 유로(약312조원) 이상의 입찰을 하는 등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었다.
기업도 이 대열에 뛰어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올해 두 개의 소셜본드를 발행했는데, 하나는 헬스케어 산업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인종 불평등 해결 목적으로 소외계층에 포괄적인 자금대출을 해주는 것이었다. 화이자도 헬스케어 목적의 소셜본드를 발행했지만, 수익금의 사용은 저개발국 및 중진국의 백신 생산 및 글로벌 헬스 비상사태 이슈, 또 코로나 19 백신개발 자금 지원 등에 쓰인다고 밝히고 있다. 2020년에 발행된 소셜본드는 민간 금융을 통해 이루고자하는 야심찬 사회적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혁명적인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커서, 사회적 안정과 번영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개별 기업은 사회적 불안정성의 시스템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들의 영향권 내에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 또한 뭔가 다른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