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의 탈(脫)탄소 성명이 쏟아져 나오고, ESG를 투자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투자자들도 늘었다. 연말을 맞아 임팩트온에서 해외 ESG 10대 이슈를 정리해봤다. 

 

블랙록, ‘지속가능성’ 투자원칙 발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래리 핑크 CEO가 투자 과정에 기후변화를 고려하겠다고 올 초부터 강조해 온 가운데, 미국 정권이 코로나19 경제 악화로 환경오염 주범 기업들까지 금융지원을 해야한다는 움직임 속에서 앞으로 어떠한 투자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Bloomberg 

1월, 7조800억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핑크 CEO는 연례편지를 통해 향후 투자 결정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매출액의 25% 이상을 석탄발전을 통해 거둬들이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매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블랙록의 이 선언은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ESG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역할을 했다. 이후 블랙록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244개 기업 중 53개 기업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반대투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인 개입(engagement)를 해오고 있다. 

 

코로나19에도 ESG 투자 ‘밀물’

유럽의 지속가능펀드 자산은 2/4분기 7740억유로(1090조원)로 20% 증가했다./모닝스타

글로벌 ESG 투자 자산규모는 2012년 13조2000억달러에서 2018년 30조7000억달러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ESG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누적 글로벌 ESG펀드 규모가 올해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돌파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코로나 19기간인 4~7월 ESG펀드로의 자금유입은 711억달러(85조원)로, 신규 ESG자금규모가 지난 5년간의 총 규모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또한 ESG 투자 급증이 눈에 띄는 나라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미국이 37.5%, 유럽이 16.9% 성장한데 반해 일본의 지속가능투자는 358.9%로 가파른 증가폭을 보였다.

 

국가, 기업의 연쇄 탄소중립 선언

유럽연합위원회는향후 10년 동안 

탄소중립 선언의 해였다. 유럽연합(EU)는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탄소 배출한만큼 상쇄해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를 감축하기로 했다. ‘기후악당’이라 불리는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도 2050년 넷제로 달성 목표를 밝혔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050년 탄소중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업도 넷제로 대열에 나섰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레이스투제로(Race-to-Zero)캠페인에 따르면,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은 1391개나 달한다. 구글, 바스프, 지멘스(2030년), 월마트와 아마존(2040년), 네슬레(2050년) 등에 이어 MS는 205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했다. 배출한 양보다 오히려 많이 거둬들여 실질적 순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는 여기: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25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선언

최근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 판매를 2030년까지만 허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 전기차 활성화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 픽사베이 

전 세계에서 내연기관차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는 선언 또한 줄을 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0월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5년부터 금지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중국도 2035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 신차 판매비중을 50%까지 늘리고,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방침을 밝혔다. 한국은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권고했다. 더 빠른 곳도 있다. 네덜란드(2025년), 덴마크·독일·인도(2030년), 영국·캐나다 퀘백주(2035년), 프랑스(2040년) 등도 내연차 판매금지 대열에 동참한 나라들이다.

 

책임감 있는 공급망 정책 부각

전세계 3000개 자산운용사 및 투자기관이 가입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은 “공급망 인권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과정에서의 인권침해, 환경파괴 등에 관한 이슈가 특히 부각된 한해였다. 인도네시아는 1월 전기차의 핵심소재인 니켈 채굴과정의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을 이유로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다. 유럽연합은 9월 지속가능한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유럽원자재연합’을 출범키도 했다. 식품 및 소비재기업의 경우 콩과 팜유 등의 원료 조달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삼림을 불법으로 훼손하거나 불태우면서 ‘삼림벌채(Deforestation)’ 문제가 불거졌다. 11월말 스위스에서는 기업 공급망의 인권 및 환경침해에 관한 실사를 의무화하는 국민투표까지 벌어져 과반수 이상(50.7%)의 지지를 얻는 일도 있었다.

 

플라스틱 패키징 퇴출 가속화

프랑스 정부는 플라스틱 사용 저감을 위해 2040년까지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중단하는 등의 플라스특 규정 강화 정책을 최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프랑스 기업들이 착한 패키징에 동참하여 플라스틱 저감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 로레알 홈페이지

EU는 2020년 3월 그린딜의 일환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액션 플랜을 마련하고 총 35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플라스틱 패키징(포장재) 사용 제한이 본격화될 것을 대비해, 기업들의 대응이 빨라진 한해였다. 프랑스 화장품업계 1위 로레알은 화장품 업계 최초로 65% 가량 종이로 만들어진 종이 튜브형 화장품 용기를 사용한 선크림을 출시했다. 세계최대 양주회사 바카디는 야자수, 카놀라, 콩과 같은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생분해 가능한 양주병을 개발해 2030년까지 8000만개의 플라스틱병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2030년까지 패키징에 바이오성분 함유량을 최소 60%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50%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뜨거운 감자’ 된 인종 및 성별(Gender) 다양성

코로나19로 인해 인종 및 성별 불평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조지플로이드 사망사건은 ‘#BlackLivesMatter’ 움직임으로 이어진 한해였다. 조직 내 다양성(Diversity)을 확보하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 줄을 이었다. MS는 지난 6월, “2025년까지 임원급의 흑인비율을 2배로 늘리고, 다양성과 포용성 분야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MS의 임원급과 기술직의 흑인비율은 2019년 3.3%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인종 형평성 개선위원회'를 새롭게 조직해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신규 채용시 미국사업장의 11%까지 흑인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구글도 2025년까지 임원급의 소수인종 비율을 30%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아마존, 구글, MS 등 미국 주요 27개 IT 및 금융기업 대표들은 ‘뉴욕 일자리 CEO 협의회’를 결성해, 10만여명에게 기술교육 및 일자리 제공을 통해 소수자 그룹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블랙록도 현재 5%에 불과한 흑인비율을 2024년까지 흑인비율을 3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도 이사회에 다양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스닥은 3000개가 넘는 상장사들에게 1년 내에 이사회 다양성을 공시하고, 여성이사 1명과 소수인종 혹은 성소수자 1명을 이사로 선임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세계3대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SSGA)는 2021년부터 투자대상 기업의 ‘성별(Gender)&다양성(Diversity)’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ESG 글로벌 표준 제정 움직임

ESG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ESG 등급을 평가하는 ESG 글로벌 표준 및 프레임워크에 대한 논란도 뜨거웠던 한해였다. 올 1월 EC(유럽위원회)는 비재무지표의 표준을 개발해야 한다는 안건을 내놓았고,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또한 ESG를 강조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필요함을 명문화했다. 서스테이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글로벌 표준 및 프레임워크, 데이터 공급업체, 평가기관 등이 600개가 넘는다. 이에 크게 세 곳에서 ESG 글로벌 표준 제정 움직임이 이뤄졌다. 9월 GRI(글로벌보고 이니셔티브),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 CDSB(기후공개표준위원회),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등 5개 기관은 “표준을 통합하겠다”고 선언했고, 12월 프로토타입 보고서를 발간했다. SASB와 IIRC는 내년 중반까지 합병하고 ‘가치보고재단(Value Reporting Foundation)’으로 재탄생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WEF는 4대 주요 회계법인(딜로이트, EY, KPMG, PwC)과 함께 기업이 사용할 공통 ESG 프레임워크 개발을 진행했으며, 10월에 21가지 핵심지표와 34가지 확장지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각계의 요구에 따라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또한 지난 9월 지소가능보고에 관한 협의문서(Consultation Paper)를 발표했다. 핵심은 내년에 비재무보고 기준 단일화를 위한 ‘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SSB,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를 창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기술투자 본격화

노르웨이 최대 석유회사 에퀴노르는 18일 마이크로소프트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인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를 협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에퀴노르의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 시설물/에퀴노르

2020년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기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함께 수소, 이산화탄소 포집, 소형원자로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술투자가 본격화된 한해였다. 노르웨이는 지난 9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본격화하는 ‘롱십(Longship)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멘트공장의 탄소를 포집해 북해지역 해저에 보관하는 18억달러(2조400억원) 투자규모의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4년 문을 열고, 매년 1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규모다. 독일은 친환경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 철강기업 잘츠기터 AG그룹에 500만유로(66억원) 투자키로 했으며, 잘츠기터는 최초로 수소 및 천연가스 기반의 DRI(Direct Reduced Iron) 제조공장을 운영한다. 2년 이내에 용광로 공장을 저탄소 강철 생산으로 전환키로 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계열사인 미쓰비시 조선은 선박의 탈탄소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해상 이산화탄소 포획기술을 개발해 2021년부터 선박에 적용할 예정이다. 빌게이츠는 테라파워(TerraPower)라는 원자력 발전회사를 세워, 10년 내 나트리움(Natrium)이라는 소형원전을 상용화할 계획을 밝혔다. 

 

투자자 행동주의 급부상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기업에 대해 경고와 투자금 회수, 이사진 교체 요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개입하는 ‘투자자 행동주의(Activism)’이 급부상했다. 운용사 자산규모가 47조달러(5경)에 이르는 500명의 투자자그룹이 이끄는 기후행동(Climate Action) 100+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전 세계 161개 기업에 2050년까지 넷제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한국기업으로는 한국전략, 포스코, SK이노베이션도 포함됐고, 엑손모빌, BP, 로얄더치쉘, 아람코 등 석유화학기업 등이 포함됐다.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공적연기금인 뉴욕연기금은 아예 화석연료 관련 투자포트폴리오를 없애기 위해 2025년까지 관련 기업들의 지분 매각을 선언했다. BP의 경우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175억달러(21조원) 규모의 자산을 감가상각처리했으며, 이는 BP가 보유한 원유와 가스전 장부가치의 12%에 해당됐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엔진넘버원은 엑손모빌에 서한을 보내 “풍력기업 출신 CEO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전문가 등 신규이사 4명을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이사진 40% 교체 요구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에너지업계 주주총회 시즌에서 기후대응 관련 결의안은 2013년 17건에서 작년 75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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