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결정시 환경 지속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 시작은 석탄 투자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ESG 확산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블랙록 래리핑크의 2020년 서한의 내용 중 일부다. 큰 손 투자자 블랙록의 폭탄선언은 작년 한 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기후위기를 핵심 이슈로 여기게 된 마중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ESG 투자의 선두주자인 블랙록이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NGO인 리클래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와 우르게왈드(Wurswald)를 통해서다.
이들은 ‘블랙록은 여전히 석탄 투자에 중독돼 있다(ONE YEAR ON: BlackRock still addicted to fossil fuels)’는 보고서를 통해 “블랙록은 1년 전 석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영국 BHP, 독일 에너지 기업 RWE 등 최소 850억달러의 자산을 석탄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래리 핑크의 지속가능성 공약은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고 비판했다.
NGO들은 “블랙록은 석탄 수입이 25% 미만을 차지하면 투자를 유지한다”며 정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석탄이 주 수입원이 아니라면 자금을 여전히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석탄 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석탄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의 스미토모 상사, 베트남 붕앙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전력 등 석탄 관련 산업에 24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블랙록의 행태는 여전히 인덱스 상품을 통해 모든 석탄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자산은 전체 블랙록 ETF 중 3%밖에 되지 않는다며 “블랙록의 전략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97%는 석탄 사업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거나 연관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관 기업에게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장에 석탄을 투자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탄 투자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이상, 석탄 산업의 가치 사슬에 묶여있는 333개 기업에도 투자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록이 기후위기 대응에 미진한 기업에게 의결권을 행사한 건도 2019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은 주로 배출량 데이터 공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사회에 반대표를 던져온 바 있다. 작년 블랙록이 행사한 의결권 중 기후위기 대응 이슈와 관련된 건은 88%에 그쳐 2019년보다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클레임 파이낸스의 라라 쿠벨리에 박사는 “정말 블랙록이 기후파괴자가 아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리더가 되길 원한다면, 그의 선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며 “석탄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NGO들은 석탄 투자를 배제하는 전략이 훨씬 폭넓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석탄으로부터 수익 또는 전기 생산의 20% 이상을 창출하는 모든 기업을 제외할 것
▲석탄 사업 확장 계획이 있는 모든 기업을 제외할 것
▲연간 1000만톤 이상의 석탄을 생산하고 5GW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보유한 모든 기업을 제외할 것
▲좌초자산을 보유한 기업을 제외할 것
▲좌초자산 처리 계획을 밝히라고 촉구할 것
이에 블랙록은 “매출의 25% 이상을 화석연료로부터 벌어들이는 기업은 이미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등 주요 조치는 취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우리가 팔고 있는 상품들은 그 어느 자산운용사의 상품들보다 ESG를 넓게 고려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기업과 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 위기가 투자에 위협을 미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며 “자사는 모든 상품에 ESG 통합 전략을 100%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모든 기업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과 사업 모델이 어떻게 호환될 수 있는지 공개를 요청한다”며 “충분한 진전이 보이지 않을 경우 의결권을 행사 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전문은 https://reclaimfinance.org/site/2021/01/12/un-an-apres-blackrock-toujours-accro-aux-energies-fossiles/ 확인할 수 있다.
- 블랙록, ESG 데이터 플랫폼 지분 인수
- 한전의 ‘그린본드’에는 이것이 빠졌다... 글로벌 ESG 투자자들 외면한 이유
- 블랙스톤 "기업심사 때 탄소저감 15% 조건 추가", 블랙록 "모든 포트폴리오에 ESG 도입"
- 【Trend Insight 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지속가능성 투자 선언, 그후 6개월
- 【뉴스 읽기】블랙록, 래리핑크 회장의 2021년 편지에는 무엇이 담겼나_1편
- 【뉴스 읽기】블랙록의 2021년 편지_2편 부유층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축 '아페리오' 인수한 이유
- 블랙록, ESG는 ‘위험 관리’... “래리핑크, ESG 굳게 믿고 있어”
- 2022년부터... 영국 규제당국, '그린워싱' 강력 단속 예고
- 블룸버그, MSCI 이어 블랙록 ESG투자 강력비판
- 블랙록, ESG와 멀어지나…지속가능성 주주제안 지지율 역대 최저치
- 블랙록, 지속가능성 펀드 그린워싱…프랑스 규제당국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