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들에게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는 '하면 좋은 것'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Blackstone)은 향후 투자·인수하는 모든 기업 심사에 탄소 사용량을 15% 저감하는 조건을 추가하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앞으로 모든 포트폴리오에 ESG 요소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KB금융그룹 국제컨퍼런스 ‘2020 ESG 글로벌 서밋: 복원력 강한 경제와 지속 가능한 금융의 길’ 기조연설을 통해 “탄소 배출 저감이 수익성을 높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주 블랙스톤은 투자심사 과정에 탄소 배출량과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기업을 인수 조건에 넣기로 계획했다”며 “우리가 투자하고 인수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 사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해 해당 기업의 베이스라인(baseline) 대비 15% 감축 의지가 있는지 확인키로 했다”고 밝혔다.
슈워츠먼 회장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투자 전문가다. 1985년 리먼브러더스 최고경영자였던 피터 피터슨과 블랙스톤을 창업해 세계 최대 사모펀드 그룹으로 키웠다. 운용자산은 5710억달러(637조원), 대체투자 분야에 강하다.
블랙록,
“ESG 관련 ETF 인덱스에 포함되는지가 향후 기업가치 좌우”
블랙록 또한 ESG를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펀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블랙록 필립 힐데브랜드는 부회장은 “ESG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인덱스에 포함되는지가 향후 기업 가치를 좌우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 리스크가 곧 투자 리스크로 직결되는 흐름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의 실적은 나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국가 및 기업 차원에서 ESG 트렌드를 얼마나 빠르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지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승자가 되는데 핵심 조건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국민연금 등 ESG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 세계적인 흐름과 맞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며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평했다.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ESG를 고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블랙록은 ESG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투자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ESG와 실적 개선이 양립 가능해졌다”며 “과거엔 그저 틈새시장, 특정 취향의 투자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관철시키기 위해 하는 투자라는 인식이었다면, 이제 수익성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블랙록 조사 결과, 지속가능성 관련 ETF의 94%는 기존 ETF 상품보다 더 높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특히 “당신의 가치와 신념이 어떻든지 실적 개선을 위해서라도 ESG 요소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록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ESG요소를 모든 액티브 상품에 고려하는 것이다. 적어도 올해 내, 이르면 몇 주 안에 블랙록의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은 모두 투자 전반에 ESG 요소를 도입할 예정이다.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변화다. 블랙록은 자체 펀드관리 시스템인 ‘알라딘’에 ESG 요소를 적용시킬 방침이다.
두 번째로, 고객들에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ETF를 제공한다. 자신이 원하는 성향의 ESG인덱스를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ESG 요소를 접목한 ETF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블랙록은 순환경제 펀드, 기후변화 펀드 등 새로운 시도를 해온 바 있다. 더불어 알파(초과수익)를 추구하는 상품과 사모투자에도 ESG 요소를 도입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세계 최대 대주주인만큼 의결권 행사 방식에도 변화를 줄 방침이다. 기후 변화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블랙록은 석탄발전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전력에도 서한을 보내 투자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블랙록은 ESG를 투자와 접목시키기 위해 대고객 관계, 내부 투자 프로세스, 주주 역할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추구했다. 블랙록의 전체 운용자산 규모는 7조3000억달러(약 8200조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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