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 달러(약 1400조원)를 투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가 전 세계의 투자기업들에게 여성 이사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16일 로이터, CNBC 등이 밝혔다. 지금까지 여성 이사진 확대를 요구한 투자자들은 많지만, 30%라는 목표비율을 정한 곳은 NBIM은 처음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 펀드는 여성 이사 비율이 30% 미만인 기업이라면 ‘성(性) 다양성 목표’를 정하고 진척 상황을 공개하며, 공식적인 추천 절차를 지닐 것을 권유하는 투자 방침을 정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74개국 전체 상장기업의 1.5%인 9202개 기업에 지분을 갖고 있다.
NBIM는 “최근 몇 십년 동안 많은 여성들이 이사회에 임명되었지만, G7국가의 이사들 중 여성은 평균 26%에 불과하다”며 “유럽에서는 여성 이사에 대한 규제 요건이 30~40%에 달한다”고 밝혔다.
NBIM의 책임투자 담당임원 카리네 스미스 이헤나코(Carine Smith Ihenako)는 “다양성은 더 나은 관점을 가져오며, 의사결정에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며 “여성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기업이 최고로 우수한 이사를 뽑는 좋은 추천과정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2003년 오슬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75개 회사를 포함해 500개의 대기업 이사회 여성비율을 40%로 올리도록 요구하면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별 할당제를 시행한 첫번째 국가다. NBIM은 다가오는 주총 시즌을 시작으로 이사회에 여성이 2명 이상 없는 기업의 임원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며 압박을 가할 예정이다.
스미스 이헤나코씨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 이사회의 17%는 여성이 한 명도 없다”며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 선진국의 여성 대표성이 낮은 기업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후보로는 여성 이사 한 명만을 두고 있는 영국의 자동차 회사 애스턴 마틴과 미국의 중고차 전문 온라인 경매회사 코파트가 포함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NBIM은 16개 이사진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중 한 기업은 런던에 상장된 도미노 피자로, 이 회사는 이후 여성 이사진 두 명을 이사회에 임명했다고 한다.
NBIM은 현재 성별 다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만을 갖고 있으며, 연령이나 인종 다양성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성별 다양성 확대 내거는 투자자들
성별 다양성 확대는 최근 선진국 자산운용사에서 대폭 확산되는 이슈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s)는 여성 이사를 채용하지 못한 TOPIX 500 기업에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남성 이사만 있는 기업에는 이사 선임에 무조건 반대표를 던진다는 입장이다. SSGA는 이사회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 세계 234개 회사의 이사회 지명자에 반대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미국과 유럽 기업에 대한 투표 기준에 여성 이사 비율을 포함시켰다.
최근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홀딩스도 “여성이사가 한 명도 없는 일본 기업에 이사회 선임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6310억 달러(639조원)를 운용 중인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홀딩은 반도체 회사 스크린홀딩스, 제과업체인 모리나가앤코의 대주주다. 통신업체인 텔레그래프(NTT), 일본 IT업체 1위 기업인 후지쯔, 닌텐도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LGIM(리걸앤제너럴)도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TOPIX 100 기업을 대상으로 표결에 반대할 것을 시사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도쿄증권거래소 1, 2부에 상장된 2600개 기업에 여성 이사, 임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나스닥은 미국거래소에 새로 상장하거나, 상장 자격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은 이사회 다양성을 충족해야 하고 관련 통계를 의무적을 공개할 것을 발표했다. 나스닥은 세계 2위 규모의 증권거래소로, 기술주를 중심으로 3300여 개 글로벌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한편, 독일의 경우 상장기업 이사진에 최소 1명의 여성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여성 임원 할당제'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직원 수가 2000명 이상인 동시에 3명 이상의 이사회를 둔 상장기업에 적용된다. 독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 법안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독일 내 기업은 현재 기준으로 70개이며, 그중 30개 기업의 이사회에는 여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독일 정부는 이번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정부 지분이 과반이 넘는 기업에는 더욱 강화된 법률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사가 2명 이상이면 최소한 1명을 여성 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 또, 독일 정부는 공공기관과 연방노동청에도 여성 임원 의무 할당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OECD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35.6%였다. 이는 OECD 평균인 25.5%(2019년)에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유럽 전반에 비하면 다소 낮은 수치다. 같은 해, 아이슬란드 45.9%, 프랑스 45.2%, 노르웨이 40.2%, 스웨덴 37.5%였다. 이에 따라 최근 승인된 법안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이 3.3%(2019년 기준)에 불과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로 하위권에 속한 일본 8.4%, 칠레 8.5%, 멕시코 8.1%보다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국부펀드 투자방침 원문은 여기서 https://www.nbim.no/contentassets/d56da834260e40f0a4a7c51199199db9/diversity-on-the-board.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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