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외이사 처음 뽑는 대기업 31곳

3월 주주총회 시즌에서 상장사 30여 곳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여성 등기임원을 최소 1명 이상 두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영향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6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후보를 전수 조사한 결과 51명의 여성이 사외이사 후보로 올랐다. 재선임 대상 8명을 제외하면 43명이 신규 사외이사 후보가 된 것이다.

만약 이 안이 가결되면,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는 상장사 수는 229곳에서 194곳으로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2배가량 높아진다.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 곳은 현대자동차·SK네트웍스·LG전자 등 31곳이었다.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신규로 후보에 오른 여성 사외이사 43명의 직업은 절반이 넘는 24명(55.8%)이 교수 등을 역임한 학계 출신으로 조사됐다. 또 관료 출신이 11명(25.6%), 재계 출신이 6명(14%)이다.

 

여성 인권 저조한 중동에도 ‘여풍’

아랍에미리트(UAE) 증권거래소(SCA)는 “상장사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의무화 하라”는 조항을 발효했다.

SCA는 2019년 말 UAE에 상장한 공공주식회사에 이사회의 2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영국 런던 증시 상위 350개 기업(FTSE 350), 미국 나스닥 등이 내세운 목표치와 근접하다. 20%를 채우지 못하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압둘라 빈 투크 SCA 이사회장 겸 경제장관은 "UAE 시장이 최소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그랜트손턴에 따르면 UAE 상장사 110곳의 고위 경영자 중 26%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일본(15%)보다도 앞선 수치지만, 인도·터키(39%), 영국(34%), 싱가포르(33%), 미국(32%) 보다는 낮은 비율이다.

UAE 매체 더내셔널은 “상장사 중 26%가 여성 임원을 두고 있지만, 상장사 임원직 총 수 대비 여성 비율은 823명 중 29명으로 3.5%에 그친다"며 "SCA가 최근 여성 임원 관련 규정을 내놓은 이유도 이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ESG를 적극 강조하자 주요 기업들은 여성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UAE 매체 자우야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영석유기업 ADNOC은 이사회 22명 중 17명이 여성이다. ADNOC은 작년엔 여성 기술자를 1148명으로 늘렸다. 전년대비 90% 급증한 수치다.

한편, UAE는 최근 자국 상장사들에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엔 두바이에서 영업하는 주요 은행과 경제개발기관 등의 모임인 '두바이 지속가능금융그룹'에선 ESG 모범 사례와 전략 등을 설명한 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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